한중일 정상회의 제1 과제는 ‘정례화’[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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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학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오는 26∼27일 서울에서 열린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 협력 및 관계 개선, 초국적 협력 등의 강화를 목적으로 2008년 시작된 연례 정상회의다. 중국이 한미동맹 및 한미일 공조 강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회의 재개에 소극적이었지만, 주최국 한국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5년 만의 재개에 성공했다.

한중일의 경제 규모 및 동북아 정세 등을 고려할 때 3국 정상회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세 나라는 전 세계 인구와 GDP, 교역액 면에서 각각 5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강력한 국제적 영향력도 갖고 있지만, 과거사 인식과 체제 상이성, 북핵에 대한 시각 차이 등 이해관계 대립으로 협력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3국 간 대화와 협력이 동북아 지역은 물론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에도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회의는 기본적으로는 상호 협력 필요성과 시너지 효과 창출에는 공감하지만, 체제 및 정치·안보 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미·중 갈등의 심화와 북핵·미사일 준동에 따른 한미동맹 및 한미일 공조 강화 등 정치·안보 문제가 부상하면, 3국 협력은 구심점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는 선천적 약점도 안고 있다. 이는 높은 수준의 합의 도출과 3국 협력의 질적인 도약을 방해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성과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제도적으로는 2011년, 3국 협력 사무국(TCS)을 서울에 설치해 정례화의 기초를 마련했고, 3국 간 외교·통상·교통물류·문화·보건·환경·스포츠 장관회의 등 21개의 회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경제개발이나 지속가능 개발 및 투자·무역, 과학 교류, 문화·인적 교류 등 분야의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도 개발해 3국 협력의 당위성과 지속적 동기 부여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제도적 자율성 확보가 어려운 것은 협력 우선순위의 인식차 때문이다. 한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북핵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동북아 지역 협력에 목표를 두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한 지역 협력과 해양력 강화가 우선이다. 일본은 역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자 협력과 ‘동아시아’ 협력을 더 중시한다. 한국은 여전히 북핵 위협 타개가 최우선이나, 최근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중국은 다자무역 체제의 지속과 공급망 및 산업 협력을,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를 강조한다.

이 상황에서 3국은 새로운 ‘관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도 회의를 여는 정례화가 급선무다. 실질적 정례화를 통해 경제·사회·문화 교류 확대는 물론 대규모 재난 및 인도적 구호, 기후변화, 감염병 예방, 국제 대테러 공조, 에너지 안보 등 초국적 연성 안보 분야의 협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역사·영토 문제 및 지정학적 경쟁 등 갈등 요소가 해소되기 전에는 본질적 협력이 어렵다는 인식도 극복해야 한다.

특히, 북핵은 3자 간의 직접 문제가 아님에도 압박성이 크다. 북핵 문제에 대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면 3국 간에 공유된 비전을 마련하기 어렵고, 협력의 지속성 보장도 어렵다. 어렵게 재개되는 회의인 만큼 확고한 정례화 방안과 함께 3국 협력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새로운 기준점을 찾는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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