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내각 잇단 엇박자, 악화하는 공직 복지부동[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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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가 정책을 발표하면 대통령실과 여당이 즉각 부인하는 엇박자가 잇따르고 있다. 가뜩이나 집권 세력의 총선 참패로 공직 사회에 ‘레임덕 현상’이 조기에 나타날 우려가 커졌는데,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해외 직구 물품에 KC 인증 의무화를 발표했다가 여당의 반발로 철회되고 대통령실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번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언급하자 대통령실이 즉각 부인했다.

이 원장은 지난 16일 “개인적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에 공매도 거래 일부를 재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공매도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가 자금력을 이용해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인데, 정부는 지난해 11월 개미투자자 불만이 쏟아지자 전면 금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국제 기준에 맞지 않고, 그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기 때문에 재개 요구가 강했고, 이 원장이 이를 언급한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개인적 희망” 운운하며 묵살한 것이다.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도 문제이지만, 정책 책임자에게 면박을 주는 식이 되면 다른 공직자들은 용산 지침만 기다릴 것이다. 16개 부처가 참여한 KC 인증 의무화 경우엔 대통령실이 전면 뒤집고 문책성 조치까지 취하는 바람에 담당 공무원들은 허탈해 했다.

이런 정책 혼선의 원인은, 대통령실이 규모만 커졌지 정책 조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무적 판단 기능이 약하고,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만 난무하다 보니 빚어진 결과다. 각 부처의 에이스 공무원들은 정치에 휘말리는 것을 우려해 대통령실 파견을 꺼리고 복지부동하고 있다. 세종시 이전에 따른 후유증, 앞으로 4년 더 국회를 장악할 야당에 대한 눈치 보기 등도 영향을 미쳤다. 세종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여당은 참패했다.

정책 헛발질이 계속되자 대통령실은 정책 협의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저출생수석실 등 조직을 신설한다지만 옥상옥이 될 위험성도 크다. 대통령실은 이미 너무 비대해졌다. 차라리 장관과 부서에 권한과 책임을 과감히 넘기고, 대통령실은 조정과 특별 개혁 과제에 집중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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