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들이 엄마 죽어가는 소리 들어”…‘아내 살해’ 변호사 징역25년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4 15:15
  • 업데이트 2024-05-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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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사람을 죽을 때까지 때린다는 것 일반인 상상 못해”

아내를 둔기로 마구 때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에게 1심에서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4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51)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고 관련 증거에 의할 때 피고인은 피해자를 둔기로 구타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음이 모두 인정된다”며 “주먹으로 구타하다가 피고인이 쉬는 부분도 있다. 이런 형태를 봤을 때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내의 도발이 있었다는 A씨의 주장도 범행 당시가 녹음된 파일에서 그런 흔적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히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혹하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데, 사람을 죽을 때까지 때린다는 것을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다”며 “범행 수법의 잔혹함을 넘어서 피해자가 낳은 아들이 지근거리에 있는 데서 엄마가 죽어가는 소리를 들리게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범행 후 피고인은 아들에게 얘기를 하는데 달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 변명을 하고 상당 기간 방치했다”며 “거기에 다른 곳에 살고 있던 딸을 살인현장으로 데려왔다.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죽어가면서 ‘미쳤나봐’라고 저항하다가 ‘오빠 미안해’라고도 했는데, 자기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에서 피고인을 달래보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말을 내뱉기까지 피해자가 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직후 119가 아닌 다선 국회의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자신의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한 것에 대해선 “피해자가 살아날 수 있었던 일말의 가능성까지 막았다”고 질타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자택에서 별거 중이던 아내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상해치사를 주장했지만, 지난 3일 범행 당시 녹음이 법정에서 재생되기 직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인정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 3일 법정에서 재생된 녹음에는 피해자의 비명 소리 뿐 아니라 범행 직후 A씨의 대응 과정까지 담겨 있어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유족 측 대리인은 선고 후 “재판부가 양형기준에 적합하게 판결해주긴 했지만 유사한 사건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좀 더 중형이 선고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유족들은 25년 뒤 피고인이 출소해 12세, 10세 자녀를 양육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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