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最古 금속활자본 ‘직지’ 佛 파리서 1972년 공개[역사 속의 This week]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7 09:03
  • 업데이트 2024-05-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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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72년 ‘직지’ 흑백사진을 들고 귀국한 박병선 박사가 국내 학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역사 속의 This week

우리 문화재 ‘직지심체요절’(일명 직지)은 1972년 5월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도서의 해’ 기념 전시회에서 공개됐다. 이 전시를 계기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공인받았다. 직지를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은 이듬해인 1973년 ‘동양의 재보(財寶)’ 전시회에서도 직지를 선보였다. 이후 50년 동안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가 지난해 다시 일반에 공개했다.

직지의 정확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백운 스님이 역대 여러 부처와 고승의 대화, 편지 등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엮은 책으로 고려 우왕 3년(1377년)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상·하권으로 이뤄졌으나 현재 하권만 프랑스에 남아 있다. 조선 말기 주한 프랑스 대리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플랑시가 사들여 자국으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11년에 경매에 나왔고, 골동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에게 팔렸다가 1952년 BnF에 기증됐다. 책 표지에는 ‘주조된 글자로 인쇄된 책으로 가장 오래된 한국 책. 연대=1377년’이라고 프랑스어로 쓰여 있다.

직지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 가치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72년 5월 유네스코 세계 도서의 해 기념 전시회에서였다. 이때 BnF가 출품한 직지는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 앞선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받았다. 당시 프랑스 국영 제1TV는 “우리는 금속활자의 영광을 이제 동양의 한 나라(한국)에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시회가 끝난 뒤 인화한 직지의 흑백사진을 가지고 그해 12월 귀국해 국내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연 사람이 박병선 박사다. 프랑스 유학 후 BnF에서 근무했던 박 박사는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서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를 1975년 BnF 분관 창고에서 찾아내 세상에 알린 주역이기도 하다. 그의 노력은 외규장각 의궤 귀환의 단초가 됐고, 긴 협상 끝에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대여 방식으로 2011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몇 달 뒤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박 박사는 생전에 “외규장각 의궤가 영원히 한국 땅에 남아 있게 하고 대여란 말을 없애기 위해 여러분들이 노력해 달라”고 했다.

외규장각 의궤가 영구 임대 형식으로 환수된 후 자연스럽게 직지도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직지의 국내 반환이나 전시 추진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측은 약탈 혹은 도난 문화재가 아니므로 한국이 환수에 나설 명분이 없다고 주장해 왔고, 압류 가능성을 우려해 전시 대여를 꺼리고 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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