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우크라 전쟁 종범… 국제법정 세워야”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7 11:49
  • 업데이트 2024-05-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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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지난 24일 그가 명예회장으로 봉직하는 서울 마포구 한국유니세프빌딩 내 집무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ICC의 전범 체포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송상현 前 국제형사재판소장

北, 포탄·KN-23 등 러에 수출
우크라 현장조사 때 증거확보
증거따라 金, 공동정범 될수도
체포영장 땐 외교적 입지 축소

文정권 탈북어민 강제 북송은
ICC규정 ‘반인도적 범죄’ 해당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범이라면 김정은은 종범”이라고 말했다. 송 전 소장은 지난 24일 그가 명예회장으로 봉직하는 서울 마포구 한국유니세프빌딩 집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전쟁 지원과 기여가 확실하고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만큼 김정은을 전범으로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ICC는 전쟁 등 국제범죄를 범한 개인을 체포·기소·심리·처벌하는 상설 기관으로, 유엔 외교회의에서 채택된 로마규정에 의해 2002년 설립됐다. 송 전 소장은 아시아인 중 최초로 소장직(2009∼2015년)을 수행했다. 독립운동가 송진우의 손자인 송 전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은사다.

―ICC는 국가 간 법적 분쟁을 취급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는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ICC의 역할과 기능을 좀 더 설명해 주시죠.

“ICC가 관할하는 범죄는 4가지입니다. 전쟁범죄, 집단학살, 침략범죄, 반인도 범죄.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개인을 국제 법정에 세워 단죄하는 거죠.”

―미국은 협약에 서명했다가 이를 철회했어요.

“미국이 협약에 서명했다가 철회하면서 영어에 없는 단어를 새로 만들었어요. ‘unsign’이란 말입니다. 미국엔 예외주의 같은 게 좀 있습니다. 우월 의식, 우월 콤플렉스도 있고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뿐 아니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을 수출했다고 합니다.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제공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진 폭탄 파편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북한 표기식 한글이 쓰여 있었죠. 러시아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이고, 포탄과 무기가 모자라는 판에 북한이 병참 위기를 해결해준 거죠.”

―우크라이나는 ICC 회원국이 아닌데 수사팀들의 조사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로마규정에 회원국이 아니라도 해당 정부가 특정 사건에 대한 검증을 받겠다고 ‘수락(acceptance)’하면 이는 협약 비준과 똑같은 효과가 있어서, ICC 검찰 수사관들이 현장을 다니면서 조사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수락한 거죠. 그래서 수사팀이 하르키우 지역에 들어가 전쟁범죄와 관련한 직접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던 거죠. 이후 북한 무기가 사용된 것도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ICC가 지난해 3월 푸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었군요. 하지만 푸틴의 신병 확보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요. 러시아가 ICC 회원국도 아니고요.

“푸틴이 당장은 영장 발부를 무시할 수 있겠죠. 문제는 ICC 체포영장에 시효가 없다는 겁니다. 죽을 때까지 따라다닙니다. 또 ICC 회원국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회원국은 즉시 그를 붙들어서 헤이그(ICC 본부)로 압송하게 돼 있습니다. 지난 2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브릭스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푸틴은 끝내 안 갔습니다. 체포영장이 푸틴의 외교 활동의 반경을 좁힌 겁니다.”

―체포영장 발부가 실질적인 ‘인신 구속’은 못 하더라도 외교 환경을 어렵게 하고 심리적 압박 효과를 거두게 한다는 거군요. ICC가 김정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그 역시 지도자로서의 행세가 힘들어지겠네요.

“영장 발부만 해도 김정은은 꼼짝 못 할 겁니다. 중요한 건 김정은 체포영장 발부를 위한 이론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법리에 맞게 이론 구성을 해야 합니다. 전쟁범죄 자체는 로마규정 제8조에 규정돼 있고 제25조 3항을 보면 전쟁범죄에 대한 다양한 종범 규정이 있습니다. 푸틴, 국방부 장관 등이 주범입니다. 그럼 무기나 탄약, 미사일을 준 김정은은 뭐냐. 해당 조항에는 범죄를 지원하는 여러 행위 유형을 ‘abet’ ‘aid’ ‘assist’, 혹은 ‘contribute’ 등으로 표현하는데, 종합적으로 보면 김정은은 최소 종범은 되겠다는 판단이 섭니다. 증거는 충분합니다. 법대 제자들과의 모임에서 이 얘기를 꺼냈더니 한 현역 재판관이 ‘김정은은 푸틴과 공동정범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증거 수집과 상황 발전에 따라 김정은이 공동정범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지난 24일 인터뷰를 갖기에 앞서 허민 문화일보 전임기자에게 ICC 소장 시절 에피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푸틴에 대한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가 ‘아동 강제 이주’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에게 전쟁 공범 혐의를 씌울 수 있을까요.

“푸틴에게 적용된 혐의와는 관계없이, 김정은이 무기를 팔아 인명을 살상하는 건 명백한 사실이고 그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푸틴의 ‘아동 강제 이주’ 역시 전쟁범죄의 일부죠.”

―전임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 있었어요. 귀순 의사를 밝힌 대한민국 국민을 강제로 돌려보낸 사건의 적법성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로마규정상 ‘반인도적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문 정부의 ‘북한 퍼스트와 중국 중심’ 정책과는 달리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연대를 내걸었어요.

“윤 대통령은 대학 시절부터 독서량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자유시장경제로 가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요. 그의 외교정책에 동의합니다. 다만 국민에게는 이성보다 좀 더 감성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허민 전임기자,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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