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법 재의결 막겠다며 민생 법안 팽개친 여당[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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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만료(오는 29일)를 앞둔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모습은 참담하다. 여야는 28일 본회의 개의를 앞두고 격돌을 계속했다. 파행으로 시작해 4년 내내 극한 대치로 일관하더니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추태를 보인다. 거야의 일방적 국회 운영과 입법 폭주 탓도 있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 국정을 견인해야 할 여당의 무능·무기력·무책임 ‘3무 행태’ 책임이 훨씬 무겁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채상병특검법의 재의결은 물론 전세사기피해자특별법 개정안과 직회부 7개 법안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합의된 민생 법안만 처리하자며 모든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보이콧에 들어갔다는데, 실상은 채상병특검법 재의결 저지가 1차 목표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채상병특검법의 본회의 상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여당은 상정 자체를 막아 폐기하길 바라지만, 무기명 투표인 까닭에 혹여 여당 내에서 이탈표가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 문제는 이런 계산 때문에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민생 법안들마저 폐기될 처지라는 사실이다. 법안을 처리하려면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가 열려야 하지만, 여당은 이날 오전까지도 보이콧 태세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특별법, ‘구하라법’, 모성보호 3법, 인공지능(AI) 기본법, K칩스법, 로톡법 등이 상임위에 발목이 잡혀 있다. 민생 법안을 집권 여당이 막는 형국이다. 당내에서조차 ‘여의도 야당’ 자조가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이 정책 이슈에서 민주당에 끌려가는 것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지만, 불을 지핀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여당의 모수 개혁안을 수용하고, 연금법만 29일 따로 표결하자고까지 했는데도 거부했다. ‘특검법 공포’라는 분석을 제외하고는 달리 설명하기 힘들다. 종합부동산세 이슈도 민주당에 최근 주도권을 뺏겼다. 당정 조율이 안 돼 여론에 굴복한 정책도 여럿이다. 22대 국회에 들어서면 여당 실종 현상이 더 악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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