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 지켜볼테니 내 각막 기증해줘” 엄마의 마지막 당부[살리고 떠난 사람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30 12:04
  • 업데이트 2024-05-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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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리고 떠난 사람들 - 고 이숙경씨 딸 임지원씨

“힘든 사람 위해 살려던 엄마
이젠 내가 뜻이어 생명 나눔”


“엄마의 각막 기증을 통해 어둠 속에 있던 누군가가 빛을 되찾게 된 거잖아요. 하늘에 계신 엄마가 무척 기뻐하실 거예요.”

30일 임지원(30·사진 오른쪽) 씨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 고 이숙경(당시 57세·왼쪽) 씨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2022년 여름, 평소보다 소화가 잘되지 않던 이 씨는 병원을 찾았다. 췌장암 4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을 땐 암의 전이 속도가 빠른 데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의 부작용으로 더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갑작스럽고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힘든 사람들을 생각했다.

함박눈이 소복이 내리던 지난해 1월 어느 날 이 씨는 가족들을 모아놓고 “천국에서 다 지켜보고 있을 테니 주저하지 말고 각막을 꼭 기증해줘”라며 마지막까지 생명 나눔의 뜻을 확고히 한 후 세상을 떠났다. 각막 기증에 대해 이후 다른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딸 임 씨는 “엄마의 마지막 소원이니 무조건 이루어 드려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엄마의 뜻과 딸의 의지로 시각 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은 새 빛을 선물 받았다.

임 씨는 어렸을 때부터 이 씨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엄마바라기’다. 그는 “엄마를 위해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임 씨는 그중에서도 ‘엄마는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야’라고 적힌 케이크를 받고 크게 행복해하던 이 씨의 모습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고 했다. 임 씨는 엄마가 그리울 때마다 자신에게 썼던 엄마의 마지막 편지를 반복해 읽는다. “지난 30년 동안 엄마는 지원이 덕분에 행복했어. 엄마를 만나러 천국에 오면 그때도 엄마와 딸로 살자.” 엄마의 죽음을 통해 슬픔보다는 감사함을 배웠다는 게 임 씨의 설명이다. 이 씨는 떠났지만, 이 씨의 타인에 대한 사랑과 봉사하는 삶은 임 씨에게 남아 여전히 살아있다. 이 씨는 살아생전 임 씨에게 “지는 게 이기는 거고, 남을 위해 사는 게 나를 위해 사는 것”이라며 당장 도와줄 곳이 있으면 자신의 하루 끼니를 걸러서라도 기꺼이 나눠주는 모습을 보였다.

임 씨는 엄마의 가르침에 따라 지난 2016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 임 씨는 “엄마는 평생 봉사하는 삶을 소망했지만 삶에 치여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저 역시 언제 생이 다할지 모르지만, 하루라도 빨리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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