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84조는 범죄 방탄 아닌 대통령 직무 보호 위한 조항[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0 11:44
프린트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임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가 중대한 정치적·사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수사·기소·재판을 모두 포괄하는지, 아니면 수사·기소 단계까지만 해당하고 대통령 당선 이전에 기소된 재판은 계속 진행되는 것인지가 핵심이다. 주요 정당의 경우 지금까지는 중대한 형사사건의 피의자·피고인은 사실상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유력한 야권 대선 후보로 굳어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제3자 뇌물 등의 혐의로 곧 기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법원이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했는데, 이 대표도 ‘공범’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금도 6개 사건, 8개 혐의로 3개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 또 하나의 재판이 추가되면 일주일 대부분은 재판정에서 보내야 할 처지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2027년 3월 대선 이전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지 않도록 재판 지연 전략은 물론 초유의 수사 과정에 대한 특검과 검사 탄핵, 판사에 대한 법 왜곡죄 신설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할 태세다.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정치권은 물론 국가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법치가 정치에 휘둘려선 안 된다. 다양한 논쟁이 있지만, 근원적인 문제는 헌법이 불소추 특권을 부여한 취지다.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과거의 온갖 범죄 혐의에 대한 방탄 수단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수행을 보장한다는 넓은 의미의 ‘목적론’에서 재판도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있지만, 특권은 협의의 해석을 하는 게 타당하다. 헌법 제65조가 탄핵소추(국회)와 탄핵심판(헌법재판소)을 선명하게 구분한 것 역시 소추는 공소까지로 한정해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에 당선됐다 해서 재판이 중단되면 공범들과의 형평성과 법 앞의 평등(헌법 11조) 문제도 생긴다. 이런 논란과 별개로 법원이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공무담임권 여부를 정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