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임대비 상승·인력난 심화에… 무료급식소 폐업 속출[밥 굶는 노인들]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4 11:46
  • 업데이트 2024-06-14 12:24
프린트
건물주 바뀌어 거리서 무료급식
부산선 민원탓 급식소대신 공원


끼니를 거르는 ‘결식노인’들이 ‘오픈런’을 할 정도로 무료급식소 수요는 늘고 있지만 정작 무료급식소는 ‘초고물가’ 여파로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임대료 문제로 거리로 쫓겨나거나 폐업하는 급식소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34년 동안 취약계층의 식사를 책임지던 ‘참좋은 친구들’ 무료급식소는 원래 위치해 있던 건물에서 나와 지난해 9월부터 거리에서 배식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건물 소유주가 요구한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서다. 신석출(77) ‘참좋은 친구들’ 이사장은 14일 “거리에 나앉은 탓에 매일 세 끼를 제공하던 과거와 달리 일주일에 3일, 저녁 한 끼밖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에는 상황이 악화돼 배식 가능 인원이 120명분으로 쪼그라들었는데, 직접 발로 뛰며 후원금을 모아 150명 수준으로 겨우 늘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운영하던 부산 최초 무료급식소가 사라졌다. 노인, 노숙인 등이 몰리면서 부산시가 민원 등을 이유로 급식소 자리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계획하면서다. 결식노인 도시락 배달 봉사 단체인 코리아레거시커미티 관계자는 “여러 이유로 무료급식소가 사라지고 있어 도시락을 더 만들 수 있어도 ‘나눠줄 공간’이 없어 물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무료급식소들도 계속되는 물가 상승과 봉사 인력 감소로 고충을 겪고 있다.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급식소 운영을 맡고 있는 자광명(69) 보살은 “무료급식을 이용하려는 노인들은 많아졌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니 너무 힘들다”며 “일례로 주 식재료로 사용하는 김이 예전에는 100장당 4000∼5000원이었는데 이제는 만 원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인천 서구에서 ‘나눔의울타리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이화용(66) 광명의집 원장은 “자원봉사자들이 나날이 줄어드는 게 가장 힘들다”며 “일손이 없으니 음식 만드는 데 차질이 생겨 사람을 얼마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김린아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