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개 안타… “헬멧에 타격기술 새겨 집중력 높였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6-21 11:28
  • 업데이트 2024-06-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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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NC 손아섭이 쓰는 야구 장비엔 야구 선수로 치열하게 싸워온 흔적들이 남아 있다. 타석에서 도움이 되는 글귀를 담은 헬멧(왼쪽)과 노브 위에 테이프를 감은 방망이의 모습.



■ KBO 최다안타왕 새역사… ‘악바리’ 손아섭의 3가지 비법

1. 헬멧에 양궁 과녁 그려넣고
2. 좋은 글귀 읽으며 멘털 잡아
3. 배트엔 테이프 감아 힘 실어


글·사진 =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NC의 베테랑 타자 손아섭(36)이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왕에 등극했다.

손아섭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쏠(SOL) 뱅크 KBO리그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6회 초 안타를 추가해 개인 통산 안타 개수를 2505개로 늘렸고, 은퇴한 박용택(2504개)을 제치고 국내 프로야구 통산 안타 1위로 올라섰다.

손아섭은 174㎝, 84㎏으로 작은 체구다. 거구들이 즐비한 KBO리그에서 눈에 띈다. 실제 올해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키는 182.2㎝. 야구에서 키는 핸디캡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큰 체구의 선수들보다 팔이 짧아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공략이 어렵고, 힘도 크게 떨어진다. 손아섭 역시 ‘체구가 작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많았다.

손아섭은 이런 선입견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특별한 배트’. 손아섭이 사용하는 배트엔 노브(배트 끝 동그랗게 올라온 부분) 바로 위에 3㎝ 길이의 테이프가 굵게 감겨 있다. 손아섭은 프로 데뷔 후 방망이를 짧게 쥐고 강하게 스윙했다. 그런데 방망이를 길게 잡고 칠 때보다 공에 가해지는 힘이 떨어지기에 장타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테이프 감기였다. 방망이 끝부분을 손에 걸고 칠 수 있으니, 공을 칠 때 제대로 힘을 넣을 수 있었다.

손아섭에겐 헬멧이 좋은 참고서였다. 과거 손아섭의 헬멧엔 여러 글귀로 가득했다. 대표적인 문구는 ‘뒷다리 70, 앞다리 30(무게중심)’, ‘탑 위치 낮게’, ‘오른쪽 어깨는 낮춰라’ 등이다. 이는 평소 좋았을 때 ‘감(感)’을 메모한 것이다. 또 눈의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헬멧 안쪽에 양궁 과녁 2개가 이어진 그림을 붙여 놓기도 했다.

여기에 멘털 무장도 철저하다. 손아섭은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 특히 좋은 글귀를 발견하면 항상 수첩에 적어 놓는다. 지난해엔 명언을 혼자 보기 아까워 선수단에 자신의 명언록을 풀기도 했다. 최근 헬멧엔 불교를 표시하는 만(卍)자가 새겨져 있고, 방망이 노브 밑엔 왕(王)자를 써 넣었다. 심리적인 안정과 최고가 되겠다는 다짐을 새긴 것이다.

손아섭은 야구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방망이를 휘두르고, 루틴은 반드시 지킨다. 박중언 NC 홍보팀장은 “10년 넘게 일을 하면서 손아섭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선수를 보지 못했다. 야구장 안팎에서 모든 행동이 야구와 연결돼 있다. 그 정도로 야구에 진심인 선수”라고 귀띔했다. 손아섭은 “나는 천재형 타자가 아니다. 하지만 치열함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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