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첫 소녀상 세워…日항의 속 “비문 안 고칠 것” 확인

  • 문화일보
  • 입력 2024-06-2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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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세르데냐섬 스틴티노시 바닷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정의기억연대 제공



지중해와 맞닿은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바닷가에 ‘평화의 소녀상’이 22일(현지시간) 세워졌다. 이번 소녀상은 이탈리아 최초로 건립된 것인데 첫날부터 일본 정부의 훼방 시도가 벌어지는 등 험난한 운명이 예고됐다.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은 이날 제막식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됐다. 건립을 주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사르데냐섬의 주요 정치인과 여성단체,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스틴티노시는 관광객이 자주 찾는 바닷가 공공부지에 소녀상을 세워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스틴티노 시청과는 20m 거리로 가깝다.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인 발레벨라 시장이 정의연의 건립 제안을 수락해 이탈리아 최초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다만 첫날부터 발레벨라 시장의 발언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등 일본 측의 불편한 심기도 그대로 드러났다.

일본 교도통신은 발레벨라 시장이 전날(21일) 자사 기자를 만나 소녀상 비문 문구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날 보도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으며 일본만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 한·일 양국의 입장을 병기한 비문을 새로 만들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발레벨라 시장을 오늘 만나 확인한 결과 비문 문구 변경을 언급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비문을 고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발레벨라 시장이 자신을 찾아온 일본 대사 일행에 교도통신 기자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사후에 확인했다며 불쾌해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소녀상 옆에는 ‘기억의 증언’이라는 제목 아래 긴 비문이 별도의 안내판으로 설치돼 있다.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데려가 군대의 성노예로 삼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며 소녀상을 철거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한 강한 유감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르데냐섬 소녀상은 해외에 설치된 소녀상으로는 14번째다. 최근 일본 정부와 대사관의 조직적인 방해로 세계 각국에 자리 잡았던 소녀상이 철거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최초로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도 철거 위기에 있다.

김유진 기자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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