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의 ‘컬트 문화’… 사교육 시장의 모든 것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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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해킹
문호진·단요 지음│창비

“기성세대에게는 사교육이 무한 생존경쟁으로 강조되지만 학생들에게는 그 이상의 문화다. 일종의 ‘컬트’ 문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사교육 시장에서 종사했던 전·현직자, 수험생 등 41명의 인터뷰를 담은 이 책에서 눈에 띄었던 대목이다. 대형 입시학원의 모의고사 출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이 관계자는 어째서 ‘광적 추종’ 문화를 수능 시장의 특징으로 꼽았던 걸까.

수능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으로 시끄러웠던 지난해 여름을 돌이켜보자.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사교육 종사자와 수험생·학부모는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책은 이를 ‘역설적 유대감’이라고 표현했다. 사교육으로 인해 수험생 고통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강변했던 정부가 아니라, 수험생·학부모는 기꺼이 소위 ‘1타 강사’의 편에 섰다. 그 반발 여론은 “정부는 수능을 건드리지 말고 내버려두라”는 것으로 요약됐다. “애(학생)들만 불쌍하다”고 정부를 공개 비판했던 한 유명 강사는 수험생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개악으로 귀결했던 정부의 수능 개편안마다 그 대안을 사교육에서 찾아야 했던 기억이 쌓여 있던 상황에서 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수능 해킹’은 사교육 업계가 정부보다 더 강한 신뢰를 교육 정책의 수요자로부터 받아낸 기법을 일컫는다. 비유하자면 3·3·3 큐브를 1∼2분 내로 맞추는 행동 전략과 같은 원리를 수능에서 적용한 것이다. 오지선다 객관식의 수능은 햇수를 거듭하면서 문제 유형별로 정리가 됐다. 출제 원리를 추론하고 예측 가능성으로 경쟁하는 사교육 시장이 형성됐다. 관련 교재, 유튜브 채널 등 ‘수능 콘텐츠’로 시장이 확장했다.

수능을 통해 수험생의 머리와 몸에는 서열주의가 새겨진다. ‘1타 강사’ 중 일부는 온라인 게시물과 방송 출연 등으로 부를 과시하며 ‘수능 성공=인생 성공’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수능을 치른 후에도 떠나지 못하고 사교육 시장에 되돌아와 업자로서 성공을 꿈꾸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수시·정시 비율 조정이나, 문항 난이도 조절 수준으로 접근하는 한, 해결은커녕 악화할 뿐이라고 제언한다. ‘교육’ 자체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504쪽, 2만30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