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구조의 영웅 ‘소방관과 봉사원’[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7-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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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대한적십자사는 재난이 발생하면 소방관과 경찰 다음으로 일찍 현장에 출동해 구호활동을 시작한다.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도 접근 통제를 위해 설치된 레드라인 안에서 구조 지원을 한 것은 적십자가 유일했다. 이 화성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그날, 법정 재난관리 책임기관이자 긴급구조 지원기관인 대한적십자사의 책임자로서 화성 피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구조를 마치고 두꺼운 방화복과 무거운 산소통을 멘 채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긴 숨을 내뱉는 소방관이 보였다. 구조 현장 한쪽에 마련된 적십자 구호 텐트에서 얼른 생수 한 병을 들고 가 소방관에게 건넸다. 군데군데 그슬린 방화복을 입은 채 서둘러 목을 축이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개를 돌려 보니 소방 및 구조 인력을 지원하러 나온 적십자 직원과 봉사원들이 있었다. 화재 발생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구호 물품과 이동 급식 차량, 회복 지원 차량 등 장비를 챙겨 현장에 도착한 것이다. 이처럼 대한적십자사는 생명을 살리는 인도적 가치를 119년간 한결같이 이어왔다. 그렇기에 전담 부서가 24시간 재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언제든지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적십자봉사회를 전국 읍·면·동 단위로 조직해 운영한다. 또한, 재난에 대비해 긴급 구호품을 제작해 비축하고 매년 재난을 가정해 교육과 훈련을 반복하며 재난 심리치료 활동도 병행한다. 그리고 이렇게 준비된 적십자 봉사원은 재난이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간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369일간 전남 진도 팽목항과 체육관·분향소에서 유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 2만4000여 봉사원, 산불로 집이 불에 타 긴급대피소에서 생활하면서도 봉사원들과 함께 급식소를 운영하며 이재민들을 도운 엄기인 봉사원, 그리고 이번 화성 화재 현장과 분향소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활동한 적십자 봉사원들이 소방관 못잖은 영웅이 아닐까 생각했다.

소방관들은 지난해에만 130여만 회 출동해 11만7000여 명의 목숨을 지켰다. 평균 24초마다 재난 최전선에 뛰어든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4명꼴로 직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기도 했다. 적십자사도 지난해 각종 재난 현장에서 6만7000여 명을 구호했다. 이렇듯 국민이 크고 작은 위험에 빠졌을 때 119를 가장 먼저 찾고,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와 이재민들이 ‘노란조끼’의 적십자 봉사원을 찾는 것도 이들에 대한 믿음과 든든함 때문일 것이다.

재난 현장의 처음과 마지막을 책임지는 소방관과 적십자 봉사원,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3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의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 1위는 국회의원이었고, 소방관은 15개 직업 가운데 11위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은 소방관이 1위였다. 그래서 미국에는 자원봉사자도 매우 많다.

국가와 남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을 우러러보는 사회와 걸맞은 대우를 하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소방관과 봉사원, 생사를 오가는 재난 현장에서 구조와 구호에 애쓰는 영웅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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