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조사권 박탈法은 反안보 극치[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7-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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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前 한국국제정치학회장

북한의 대남 도발 위협이 상존하는데도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청에 넘어간 데 이어 안보 범죄 조사권까지 박탈하자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3일 17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 명의로 발의된 이 개정안의 핵심은 국정원의 조사권 폐지와 수집 정보의 신원조회 활용 금지다. 2020년 12월 개정된 국가정보원법이 올해부터 시행된 이후 경찰의 대공 수사 한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추가적인 개정안 발의는 시대착오적 행태이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대남 도발을 고조시키는데도 이런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들의 상황 인식이 걱정스럽다.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 핵미사일 고도화, 주요 기관에 대한 사이버 해킹 등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는 그냥 지나치더니 이런 법안을 발의했다. 발의한 의원들은 입법 취지를 인권 개선이라고 내세우지만, 이는 과거 군사독재 정권의 악행에 대한 반향일 뿐이다. 대공 업무에 요구되는 국정원의 조사권과 수집 정보의 신원조회 활용이 일반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시대도 아니다.

경찰은 국가정보원법 개정 이후 안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청 본청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각 지방청에는 안보수사대를 두고 있다. 이는 일선서 안보과를 폐지하고 그곳 요원을 배치한 것이어서 안보 역량 강화와는 거리감이 있다. 경찰청장이 2024년을 ‘경찰 중심의 안보수사체계 원년’으로 삼을 정도로 경찰의 대공 수사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대공 수사는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경찰의 대공 업무 전담에 대한 대표적인 우려 사항은 해외망 부재다. 해외 정보는 전적으로 국정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국정원이 이미 구축해 놓은 막대한 해외 정보자산을 버리고 경찰이 이를 새로 구축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대공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정원·경찰·국군방첩사령부 등 3개 기관 협조 체제로 국정원이 수사권을 복원해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정원의 대공 기능이 무력화하면서 반체제적인 이적(利敵) 세력 색출이 어려워졌다. 정치 논리에 휘말려 대내외 안보를 담당하는 기관이 흔들리고 있다.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투명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하나, 특정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로 인해 이들 기관의 정상적인 기능이 훼손돼선 안 된다. 국정원의 역할 및 권한 변경을 결정하는 기준은 국가안보 차원의 정보 업무 정당성과 효과성이어야 한다.

야당이 진정으로 인권 개선을 이유로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대공 체계 강화를 위해서도 해야 한다. 이제 정권안보적 사고로 국가안보 시스템을 더는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 신냉전의 국제질서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국가안보 시스템의 역량 강화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는 우리 안보 현실에 반하는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홈페이지 첫 장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우리는 국가의 첫 번째 방어선이다. 우리는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갈 수 없는 곳을 간다.’ 우리 국정원이 정치 논리로부터 자유로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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