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지만 꿋꿋이 살아온… 난초같이 향기로운 친구들에 박수[자랑합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7-10 08:59
  • 업데이트 2024-07-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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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동창문집 ‘지란지교’ 발간 기념 단체사진. 앞줄 앉아 계신 분 중 오른쪽부터 고 노진환 선생님, 윤남숙 선생님 부부, 고 노봉소 누님(노 선생님 동생), 노 선생님 사모님.



■ 자랑합니다 - 나의 초등학교 동창생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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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아침, 오늘은 동창회가 끝나는 날이다. 호텔 식당에서 전날 주문한 전복죽과 미역국이 나왔다. 아침 식단으로는 제격이다. 일정에 여유가 있으니 여기저기서 이야기꽃이다. 진주 서영이는 아직도 남편이 현직이다. 그것도 주말부부가 아닌 보름 부부다. 2주 만에 만나는 신랑이라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다. 남편이 아니라 아들 같단다. 그러니 집에 오는 날 마중 나가고, 떠나는 날 배웅한다며 은근히 약 올린다.

오늘 일정은 해발 1228m 대봉산을 모노레일로 올라가기. 함양군은 2021년 4월 ‘함양대봉산휴양밸리’를 열었다. 2012년부터 942억 원을 들여 휴양밸리를 완공하고 24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장 3.93㎞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주말에는 표가 매진일 정도고, 3.27㎞ 집라인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모노레일은 1인당 1만5000원만 내면 65분간 남으로는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북으로는 국립공원 10호 덕유산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경사도가 급해 스릴 속에서 천혜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6∼7명이 모노레일 1대에 같이 타고 내려오는 길,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부산 신자와 경순이가 산나물 이름 잇기를 한다. 바로 뒤에 앉은 내가 지루하지 않아 호강한다. 신자가 “저어∼기 산마늘, 취나물, 비비츄다∼”하면 경순이가 질세라 “이∼쪽은 우산대, 고사리, 수리취가 보인다”고 외친다.

모노레일 타기에 시간을 많이 축내어 단체사진 한 컷을 찍지 못하고 예약한 식당으로 달렸다. 우리들 25명을 기다린 밥상이다. 진주 영숙이는 같은 밥상 팀을 위해 나부시 고등어를 발라주고 찌개도 나눠준다. 졸업하기가 무척 힘든 국립대학을 제 학기에 제대로 졸업한 장학생 만학도이다. 대학졸업기념 논문을 우리 동창들이 다 읽고 박수 칠 날을 기다린다는 ‘정 작가’ 말이 의미심장하다. 신석이 왈 “이제 우리를 어서 가라고 쫓는 ‘쫓김상’ 밥상이라서 더 맛있다”는 점심은 회장 몰래 서울 인숙이가 살포시 계산했다. 누군 이런 배려를 ‘황금빛 노을’이라고 했다. 우정 넘치는 따뜻한 밥상이다.

헤어지기 직전에 어렵게 찍은 단체사진을 경기 용인에 사시는 3∼4학년 때 담임 ‘윤남숙’ 선생님께 보내드렸다. 윤 선생님은 86세, 부군 반성간 선생님은 89세. 정정하신 윤 선생님과는 전화로, 반 선생님은 문자로 간간이 소통을 이어간다.

사진을 보신 윤 선생님은 이런 답문을 보내주셨다. “모두들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참 보기가 좋고 행복해 보이네요. 몇 사람 얼굴만 알 것 같아 세월이 원망스럽네요, 모두들 건강하고 좋은 일들만 있기 바랍니다.”

우리 동창들은 15년 전, 2009년 4월 졸업 46주년 기념문집 ‘지란지교(芝蘭之交·사진)’를 발간했다. 노진환, 윤남숙 담임선생님과 우리들 마흔둘이 참여한 글로써 330쪽 문집을 편집, 정리한 정해균 작가의 후일담은 오늘 읽어도 ‘그때가 바로 지금이다’. 명문이다.

“두 달간의 산고 끝에 ‘지란지교’가 빛을 보게 되었다…. 나는 이번에 예상 밖의 ‘특별한 경험’을 한 친구들이 ‘질이 나서’ 또 문집을 내자고 조를 것 같아 은근히 겁이 난다. 발간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고 더 이상 ‘글 동냥(택환이 표현)’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친구들의 글을 정리하면서, 험난한 길을 걸어오면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꿋꿋한 의지를 보였던 친구들의 평소 모습들을 떠올리고 많은 감명을 받기도 했다. 자신들의 삶을 보잘것없다고 겸손해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달픈 운명을 지금까지 젊음과 오기 하나로 이겨내고 우뚝 선 동기생들에게 마음으로부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친구들을 앞으로 서로 더 이해하고 격려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바랄 것이 없겠다.”

노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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