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당하는 국회의원 선서[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7-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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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정치부 차장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법 제24조에 들어 있는 국회의원 선서 내용이다. 1960년 국회법에 포함된 이래, 개원식에서 선서하고 임기를 시작하는 것이 관례다.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의원은 임기 시작 후 첫 본회의에서 선서한다. 임기를 시작한 지 40일도 넘게 지났지만 제22대 국회의원은 아직 선서를 하지 못했다. 거야(巨野)의 폭주에 끌려가던 여당은 순직 해병대원 특별검사법 강행 처리를 계기로 폭발해 5일 예정됐던 개원식 불참을 결정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원식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비록 선서는 못 했지만, 22대 국회는 짧은 기간에 각종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월 초 “법대로, 신속하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며 “민주주의 제도는 다수결이 원칙이다. 소수가 몽니를 부리거나 부당하게 버틴다고 해서 끌려다니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수장의 뜻을 철저히 따랐다. 민주당은 야당 최초로 국회의장, 국회운영위원장, 법제사법위원장을 독식했다. 여당이 몇 차례 협상 카드를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애초 협상할 뜻이 없었다. 이달에는 본회의 일정을 변경해 해병대원 특검법을 상정했고, 4일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을 대정부질문을 위해 열린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던 전례, 본회의 발언을 강제로 중단하지 않는다는 관례는 무시됐다. 민주당은 또 단독으로 개최한 상임위원회 회의에 국무위원 등이 출석하지 않자 청문회를 열어 증인으로 소환했다. 법사위에서 방송법 등 ‘방송 4법’을 처리할 때는 여당의 소위 회부 요구를 묵살했다. 모두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관례상 하지 않던 일이다.

민주당이 ‘일’을 명분으로 세워 절차를 무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년 전 21대 국회 개원식은 7월 16일에 열려 민주화 후 가장 늦었으나, 민주당은 그보다 13일 전에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한 바 있다. 선서를 별 의미 없는 절차로 치부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20대까지는 개원식 전에 의장단 선출 등 개원을 위한 본회의 정도만 열렸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서는 단순히 선언적·상징적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헌법 제69조가 대통령 취임선서 의무만을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를 구체화하고 강조하는 실체적 내용을 지녔다고 판단했다. 국회의원 선서는 법률에 있으나 취지는 대통령 선서와 다르지 않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청렴 의무, 국익 우선 의무, 양심에 따른 직무 수행이라는 책무를 규정하고 있고, 선서는 이를 구체화하고 강조한 실체적 내용이다.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보다 ‘특정인의 안위와 특권’을 위해 노력하며 ‘국가이익’보다 ‘정파 이익’을 우선해 ‘양심’이 아닌 ‘당리당략’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기에 민주당이 선서를 홀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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