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정치활동 허용해선 안 되는 이유[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7-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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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43일째다.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아직 정식 개원식도 못했지만, 벌써 의원들의 법률안 제정 및 개정안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이 가운데 공무원과 교원의 정당 가입 등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법률 개정안 발의 취지는, 현행 헌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직무수행의 중립성을 의미하는 것이지 정치활동 자체를 금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직선거법, 정당법 등에서는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다. 공무원과 교원은 정당이나 정치 단체를 조직하는 데 관여할 수 없고, 정당 가입도 금지돼 있다.

그동안 법학계 등에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직접 직무를 수행하는 시간·장소·내용에 영향이 없는 경우 일반 시민의 정치활동과 같이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공무원의 의사 표현이 정치적 중립 의무에 반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2006년과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 및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권고가 이어져 왔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공정성을 유지하는 한도에서 헌법과 법률상 자유로운 영역이라는 의미다.

헌법재판소는 직업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므로 중립적 위치에서 공익을 추구하고, 행정에 대한 정치의 개입을 방지함으로써 행정의 전문성을 제고(提高)하며, 정책적 계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공무원의 신분 안정을 유지하고, 엽관제(獵官制·spoils system)로 인한 부패와 비능률 등의 폐해를 방지하며,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사회경제적 대립의 중재자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가렛 존스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쓴 ‘10% 적은 민주주의’를 소환해야겠다. 저자는 세상의 일 중에는 민주적으로 대중의 뜻에 따르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은 경우가 많음을 강조한다. 물가와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그렇고 법원이 그렇다. 지금 우리가 사는 새로운 소셜미디어의 세상, 이데올로기적으로 기울어진 매체들이 범람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선출직 공직자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의 제1 기준은 재선에 도움이 되는가이다. 일반 유권자들과 거리를 두는 관료들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되는 정책이 좋은 정책일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사기가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 학교는 교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스펀지 같은 아이들의 교육을 정치적으로 편향된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 일을 해선 안 된다. 분명히 공무원도 자율적 시민이며 성숙한 정치 문화를 수용한다는 차원에서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직무와 관련해서는 성실하고 정교한 정치 중립성이 확보돼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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