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상징적 인상에 그쳐야 한다[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7-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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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기 싸움이 시작됐다. 노동계는 1차 수정안으로 올해보다 13.6% 인상된 1만1200원, 경영계는 동결에 가까운 9870원을 각각 제시했다. 최초 제시안보다 절반으로 줄었지만 노사 요구안의 차이는 1330원으로 여전히 크다.

노동계가 최초 요구안 제시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 수준을 절반으로 줄인 것은 지난 최저임금 결정 때의 쓰라린 경험에 기인한 듯하다. 지난해 심의에서 공익위원들은 9920원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는데, 공익위원 중재안에 노동계가 반발하며 노사 최종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올해 최저임금은 중재안보다 60원 떨어진 9860원으로 결정됐다.

노동계는 고물가 기조 속에서 2022·2023년도 실질임금이 줄었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사용자 측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주요 7개국(G7)보다 월등히 높아 소상공인들의 좌절과 고통이 크다며 동결을 주장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자리에 미치는 파괴적인 효과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입증됐다. 취임 첫해 최저임금이 16.4% 올랐고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감원하거나 폐업하면서 2018년에 새로 만들진 일자리는 1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일자리 정부를 지향했던 문 정부의 일자리 성적표는 초라하다 못해 창피할 정도였다. 대통령이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만들었지만 2017∼2019년 중 신규 일자리는 박근혜 정부 2014∼2016년 중 창출된 40만 개보다 적었다. 60대를 제외하면 2018·2019년에는 전체 일자리가 오히려 줄었고 40대 일자리는 33만 개가 사라졌다. 2018·2019년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렸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핵심 공약인 임기 내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때보다도 어렵다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처지를 고려하면, 지난 2년간 실질임금이 떨어졌기 때문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10% 이상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지난해 5월 기준 최종 학교 졸업자 중 미취업 청년이 126만 명이고 이들 중 25.4%는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낸다. 최저임금을 더 올리면 상당수의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무너지고, 그러면 청년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며, 무너진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미취업 청년들이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 적용이 무산된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 1인 이상 상용근로자를 기준으로 실질임금이 오히려 떨어졌던 2020년에도 이듬해 최저임금을 1.5%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고통받는 것을 노사공익 모두 잘 알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도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근로자는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결정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노조에 가입할 수도 없는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한 노동계가 자신들의 조직 근로자보다는 고용 취약계층 근로자의 처지를 우선 고려하는 용단을 내려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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