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 호우 빈발…국가 방재 인프라 기준 재수립해야[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7-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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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10일 새벽 시간당 146㎜ 의 폭우가 쏟아졌다. 2년 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시간당 141㎜ 기록을 뛰어넘은,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근년 들어 이처럼 1년치 강수량의 10% 이상이 1시간 안에 집중되는 극강 호우가 빈발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살인 폭염, 북극 한파, 극강 호우 등의 표현이 통용될 정도로 기상이변이 잦아졌다. 그동안 피해는 주로 농어업 분야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22년 태풍 힌남노 때 포항제철이 침수돼 가동 중단되면서 강판값이 급등했다. 지난 겨울 미국 시카고에 -29℃의 북극한파로 전기차 문을 못 열면서 전기차 열풍에 치명상을 입혔다.

지표면이 식는 밤 시간대에 하층 제트기류가 상륙해 발생하는 ‘야행성 폭우’ 현상까지 가세해, 충남 논산에서 지하 엘리베이터가 침수돼 1명이 숨지고 경북 경산에서 택배 근로자가 희생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참사가 오송 지하차도나 서울 반지하 주택 등에 집중되다 보니 폭우 대책이 물막이 설치 등 주로 대증요법에 치우쳤다. 근본 문제는 따로 있다. 행정안전부의 방재 기준은 18년 전 일본 기술협회 자료를 사실상 그대로 베낀 채 방치돼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뒤늦게 “우리나라 토질 특성 등에 맞게 기준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 3월 공개한 기후변화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도 충격적이다. 감사원은 “도심지 침수와 댐 월류, 교량 붕괴 위험이 이미 정부 예측치를 초과했다”고 경고했다.

댐·철도·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이 옛 기준으로 설계되고 시공됐다. 특이 현상들은 기존의 자연재해 발생 빈도 통계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국가 기간시설인 경부·호남·장항·경북선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20여 년간 댐 추가 건설도 하지 못하면서 태풍이나 장마 때마다 수위 조절 어려움도 가중됐다. 폭염이 닥치면 냉방 수요로 전력 비상이 걸리기 일쑤다. 이상기후가 뉴노멀이 된 만큼 국가 방재 인프라 기준을 재수립하고, 첨단 기술을 이용한 방재 시스템 구축에도 나설 때다. 안전만 강조하면 과도한 비용이 드는 만큼 사회적 공론을 모으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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