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너무 행복… 여생도 랩 하며 건강하게 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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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1년 맞은 칠곡할매래퍼
연예인 등 각계서 축하인사

칠곡=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너무 행복한 1년을 보냈습니다. 여생도 랩을 하며 건강하게 보내겠습니다.”

한 마을에서 평생 농사만 지어온 평균 나이 85세의 할머니들이 결성한 래퍼그룹이 데뷔 1주년을 맞았다. 칠곡할매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사진)의 활발한 활동에 주요 외신도 멤버들을 ‘K-할매’라고 부르며 주목한 바 있다.

수니와 칠공주는 28일 데뷔 1주년을 기념해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자축하고 그동안 갈고 닦은 랩 실력을 뽐냈다. 연예인 등이 이 소식을 알고 축하 인사를 전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수니와 칠공주는 칠곡군 지천면 신 4리에 사는 할머니 8명이 지난해 8월 28일 창단했다. 최고령 멤버가 93세, 최연소 멤버는 76세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발발 직전에 태어난 이들은 평생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다가 칠곡군이 농촌 지역 비문해자 해소를 위해 운영하는 성인문예교실에서 뒤늦게 한글을 익힌 뒤 가사를 쓰고 래퍼로 변신했다. 창단부터 관심을 받으며 회원 150명의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 출연은 물론 신한금융지주, 한국저작권협회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요청으로 광고에도 출연했다. 국가보훈부 등 정책홍보를 위해 뮤직비디오도 촬영했다.

로이터통신, AP통신, 중국 CCTV 등 세계 주요 외신은 수니와 칠공주 맴버들을 찾아 열띤 취재를 하며 이들에게 ‘K-할매’라는 신조어를 붙였다. 수니와 칠공주는 전국 곳곳의 요청으로 그동안 30차례 공연했다. 이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칠곡군에 6개의 할매래퍼그룹이 결성됐고 농산물 브랜드 ‘건강 담은 칠곡할매’도 탄생했다.

그룹 리더인 박점순(83) 할머니는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까지 랩을 하기로 맴버들과 약속했다”며 “랩으로 치매를 예방하고 용돈도 벌며 여생을 건강하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할매문화관을 건립하고 할매시화거리를 조성하는 등 수니와 칠공주를 비롯한 실버 세대가 다양한 문화활동으로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