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 그들만의 단일화[뉴스와 시각]

김남석 사회부 차장

10월 16일 전국 5곳에서 올 하반기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정치권의 눈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텃밭 쟁탈전’을 벌이는 전남 영광·곡성에 쏠려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현재·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해 기준 초·중·고교생 85만6896명과 교원 7만4340명, 직원 7510명을 관할하고 올 한 해 예산만 12조4486억 원을 사용한다.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도 서울·경기·부산·인천·경북·경남을 뒤잇는 예산 규모지만 구청장·시장·군수까지 선거로 뽑는 지자체장에 비해 서울시 교육감은 지청·부속기관의 인사·예산권을 한 손에 쥐고 흔들어 훨씬 권한이 막강하다. 막대한 이권 탓에 후보가 난립하다 보니 선거마다 후보 단일화가 최대변수다. 특히,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정당 개입을 막아놓은 탓에 보수·진보 진영에서 누가 단일화를 더 잘했느냐에 따라 최종 승패가 갈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그들만의 단일화’에만 매몰된 탓에 선거가 불과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작 후보의 교육철학이나 역량, 정책은 뒷전이라는 점이다. 25일 보수 진영 단일후보가 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사교육비 부담 축소·교권 강화 등 두 차례 공약을 내놓고, 진보 단일후보로 뽑힌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역사회 연계 새 거버넌스 설립을 1호 공약으로 제시한 정도다. 정책 경쟁보다 단일화 유불리만 따지다 보니 그나마 등장했던 공약도 현실성 없는 내용이 많았다. 경선 탈락해 중도 사퇴한 곽노현 전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폐지를 내세웠고,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9월 수시모집 폐지 입법화 추진을 공약으로 삼았다. 선명성 경쟁을 위한 정치색 짙은 공약도 쏟아졌다. 정 교수는 “친일교육과 불통행정 심판”, 곽 전 교육감은 “탄핵시계를 앞당겨야 한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이번 교육감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진영 내 라이벌이나 상대 진영 후보가 아닌 유권자들의 무관심이다. 2008년 직선제 시작 이후 교육감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 밖에 있는 ‘깜깜이 선거’였다. 2022년 당시 함께 치러진 시·도지사선거 무효표 보다 2.6배 많은 90만3227표의 무효표가 나온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보궐선거의 경우 대선·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투표율이 17.6∼26.5%에 불과했다. 평일에 선거가 치러지고 독자 출마 후보가 난립하는 이번 선거에서는 사상 최저 투표율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직선제 폐지나 시·도지사 후보자와 짝을 이뤄 함께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제가 계속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근본 해결책은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코로나19 등으로 떨어진 기초학력을 끌어올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론화장에서 경쟁해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방법뿐이다. 27일 후보등록 마감으로 1차 단일화는 일단락됐지만,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10월 7일, 사전투표를 하는 같은 달 11∼12일이 2차, 3차 단일화 시한으로 거론된다. 남은 선거기간이라도 그들만의 단일화 대신 의미 있는 정책 대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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