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쩐의 전쟁 → 표 전쟁’ 2차전 돌입

지분 38.47% 확보한 MBK·영풍측
임시주총 열고 이사회 장악 나설 듯

최윤범 회장측도 지분확보 사활
자사주 공개매수 23일 마감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주식공개매수를 거쳐 40% 가까운 지분을 얻게 됐다. MBK 측은 지분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고려아연 최대 주주로 올라선 동시에 의결권 있는 지분 확보에서 우위를 점하며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한 이사회 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측은 최대한 우호 지분을 끌어온 뒤 주총에서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이른바 6조 원대 ‘쩐의 전쟁’에서 ‘표 전쟁’으로 2차전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BK 측의 고려아연 지분은 총 38.47%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일가를 포함한 기존 지분 33.13%에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5.34%를 합쳐 지분이 늘었다. MBK 측은 고려아연 1대 주주로 올라선 동시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 및 우호 지분(33.9%)보다 많은 주식을 갖게 됐다. 애초 목표로 했던 과반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주총에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일단은 과반을 얻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 측을 상대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예정된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최 회장 측은 ‘우군(백기사)’인 베인캐피탈과 연합해 공개 매수로 최대 20%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후 이 중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17.5%는 소각하고 베인캐피탈이 매입하는 2.5%만 우호 지분으로 삼아 최대 36.5%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자사주를 소각하고 난 뒤 전체 주식 수가 줄면서 최 회장 측, MBK 측 지분 가치가 모두 늘어나게 된다. 재계와 자본시장에서는 이 과정을 통해 의결권 기준으로 MBK 측이 약 48%, 최 회장 측이 약 45% 안팎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기업 경영권 분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 온 국민연금(고려아연 지분 7.83% 보유)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측 모두 공개 매수를 통한 과반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향후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는 등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MBK 측은 고려아연 측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가 끝나는 대로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해 이사회 이사진 구성을 변경하며 경영권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 측은 “추후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