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작책과 정쟁 최소화 절박하다[포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제가 심상치 않다. 내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 우려된다. 최근까지는 중소상공인 도산이 늘었으나, 고금리와 내수침체가 계속되면서 이제는 대기업도 부실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포스코는 경쟁력 약화로 45년 넘게 가동해 오던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으며, 석유화학 분야의 대기업 그룹도 재무구조 악화를 겪고 있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정책으로 자동차 업계의 수익 급감도 예상된다. 정치적 혼란도 문제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후반기로 들어가면서 정쟁은 더 심해지고 여소야대 국회로 정책 성과를 내기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먼저,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주택가격 상승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자 지난 10월부터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고금리에 대출 규제까지 시행되자 시중 유동성이 줄면서 주택 거래는 올스톱 됐으며, 코스피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인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경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강력한 대출 규제와 고금리다. 고금리, 재정 긴축, 그리고 대출 규제의 정책 조합은 예외 없이 위기를 초래하는 위험한 정책 선택이다. 당국은 대출 규제를 완화해 금융 부실 확산과 대기업 도산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다음으로, 내수 회복도 중요하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대미(對美) 수출 감소로 내년 성장률은 크게 둔화할 우려가 있다. IMF는 2% 성장을 전망하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경우 성장률은 1%대로 낮아질 수 있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 인하 정책을 사용할 경우 금융 부실을 막는 데는 유효하지만, 내수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한데 이는 환율과 물가 그리고 부동산 가격을 높이고 가계부채와 자본 유출을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비록 재정적자 증가가 우려되지만, 내수를 회복시키고 금융 부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이득을 고려하면 한시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정책 당국은 내년 초나 상반기 중 추경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켜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고 동시에 기업과 취약계층의 고통도 덜어줘야 한다.

끝으로, 경상수지 흑자 유지에 주력하고, 임기 후반기의 정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2022년부터 전체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됐으나, 해외 공장 이전으로 인한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 투자소득수지 흑자로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수출이 큰 폭 감소할 경우 경상수지는 적자로 전환될 수 있으며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이 초래될 수 있다. 정책 당국은 미국과 중국에 집중된 수출선을 다변화해 경상수지 흑자 유지에 올인해야 한다. 또한, 정쟁을 비켜갈 수 있고 여소야대의 국회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수립, 집행함으로써 정책의 성과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등산할 때보다 하산할 때 조심해야 하듯이, 경제도 금리 인상기보다 인하기가 더 위험하다. 경제팀은 대출 규제 완화와 재정 지출 확대로 금융 부실 확산을 막고 내수를 회복시켜 내년도 경제가 위기를 겪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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