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실로 서로의 자아를 마주해”… 세계를 적신 한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한국인 첫 ‘블루카펫’ 2024 노벨상 수상자인 한강(왼쪽) 작가가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 K - 문학 대관식 현장 스케치

2018 노벨문학상 토카르추크
“오랜 친구의 수상에 치유 느껴”

검정 드레스 차림…활짝 웃어
시상식 클래식 공연처럼 진행
스웨덴 소설가 맛손‘한강예찬’

스톡홀름(스웨덴) =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박동미 기자

“내 오랜 친구이자 위대한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시상대에 선 그녀를 보고 정신적 치유를 느꼈어요. 이것이 전 세계 문학 독자들의 마음일 겁니다.”

10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귀빈 자격으로 참석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이날 한 작가의 수상 직후 문화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보다 먼저 ‘블루 카펫’을 밟았던 토카르추크는 “여러모로 정신이 없을 내 친구를 잘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작가·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한강이 노벨문학상 메달을 손에 받았다. 한국 작가가 세계 문학의 별이 되고,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사에 역사적인 한 장을 써내려 간 이날. 시상식장은 토카르추크의 말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려한 연주가 시상식을 한 편의 클래식 공연처럼 느껴지게 했다.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은 옅은 미소와 함께 메달과 증서를 건넸으며, 한 작가와 나란히 자리했던 노벨상 나머지 4개 부문 수상자 10인이 가장 먼저 일어나 환호를 보냈다.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한강이 활짝 웃는 순간, 기립한 1500명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노벨문학상 증서 한강 작가가 10일 스웨덴 국왕에게 받은 노벨문학상 증서.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캡처

관심을 모았던 한 작가의 수상 소감은 시상식이 아닌, 뒤이은 연회에서 들을 수 있었다. 한 작가는 스톡홀름 시청에서 개최된 만찬에서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다”면서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 만나는 것,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이 그것”이라며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진행된 문학상 소개 연설은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의 ‘한강 예찬’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맛손은 한강의 글을 “하양과 빨강, 두 색의 만남”이라고 규정하고, “흰색은 슬픔과 죽음, 빨강은 삶을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혹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이야기한다”면서 “기억을 통해 지식과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상찬했다.

한 작가가 시상대에 올랐을 때 오케스트라는 루스 깁스의 ‘암바르발리아’를 연주했다. 암바르발리아는 풍년을 기원하며 열렸던 고대 로마의 농업 축제를 뜻한다. 목가적 분위기의 곡으로, 시상식장을 더욱 훈훈하게 만들었다. 한 작가가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받은 메달은 175g, 지름 6.6㎝로 노벨상을 설립한 알프레드 노벨의 초상과 함께 라틴어로 “발명은 예술로 아름다워진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가 새겨져 있다.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4억4000만 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