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출산휴가 20일 사용도 어려운데”…2030년까지 男 육아휴직 70% 목표, 기업 의무화 없인 실효성 없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의 한 직장 어린이집에서 아빠가 어린이를 등원시키고 있다. 윤성호 기자

중소기업 회사원인 A 씨는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배우자 출산휴가 20일 사용과 아빠 육아휴직 관련해서 회사 인사팀에 관련 문의를 했지만 "아직 시행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정해진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A 씨는 "정부에서 남성 육아휴직률을 최대 70%까지 높인다고 밝혔는데, 당장 몇 달 뒤 시행될 육아휴직·출산휴가 사용 여부마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목표율 달성이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2030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민간 기업들은 관련 정책 사용률은 현저히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측은 일본처럼 남성 육아휴직 목표치를 도전적으로 삼겠다는 입장이지만, 육아휴직 제도 및 기간 의무화 등 기업들의 참여를 강제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올해부터 남성 육아휴직률 목표를 정해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30.1%로 전년(17.1%) 대비 13% 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사용 기간은 대부분 ‘5일~ 3개월 미만’에 집중되어 있다.

일본 후생노동청이 직원 5명 이상 민간기업 349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 민간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 기간은 ‘1개월∼3개월 미만’이 28.0%로 가장 많았으며 ‘5일∼2주 미만’ (22.0%), ‘2주∼1개월 미만’(20.4%)이 뒤를 이었다. 일본 도쿄(東京)에서 회사에 다니는 B 씨는 "정부에서 기업들에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의무적으로 공표하게 한 뒤 남자 직원들의 육아 휴직률이 늘어나긴 했지만, 대체 인력이 없으니 주위 직원 눈치가 보여 3주도 겨우 쓰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여전히 남편은 ‘육아 보조자’인 상황이라 여성과 남성직원이 비슷한 기간 휴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한국에 적용하기 위해선 당장 내년 2월 23일부터 시행 예정인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제도를 정착시키고, 민간분야에 남성 육아휴직을 강제하는 등의 사후 대책이 따라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육아휴직 인프라가 갖춰진 대기업부터 강제성을 부여해 남성이 육아휴직·출산휴가를 차별 없이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무엇보다 출산 직후 남성들이 출산휴가를 받아 아내와 함께 갓난아이를 양육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