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사 체포시도 사실땐 중대한 사법권 침해”

“李 무죄선고 판사 체포”보도에
경찰측 “판사 이름 나온건 오보”
조청장측 “판사도 포함돼” 반박

대법원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현직 판사 체포를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면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라며 강력 반발했다. 다만 경찰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들은 당사자로 지목된 조지호 경찰청장 조사 과정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진술이 없었다며 “판사 이름이 나왔다는 것은 명확히 오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 청장 측 변호인은 윤 대통령이 체포를 지시한 인사에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부장판사가 포함돼 있었다고 반박했다.

13일 대법원은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조 청장에게 김 부장판사를 체포할 것을 지시했다’는 보도에 관해 “만약 사실이라면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로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이어 “이는 법치국가에서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될 일로서, 이에 대한 신속한 사실 규명과 엄정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사안임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재판장으로 지난 11월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1심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행정처는 계엄 당시 체포대상자 명단에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만약 사실이라면 납득 가지 않는 부적절한 조치임을 명확히 한다”고 말했다.

일선 판사들도 동요하고 있다. 한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계엄으로 사법 기능에 대해서 계엄사령관이 통제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미 치러진 재판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확실하게 사실관계나 경위를 밝혀서 사실일 경우 강하게 규탄해야 할 문제다”라고 했다. 재경지법의 또 다른 판사는 “무죄 판결을 이유로 계엄령을 통해 판사를 영장 없이 체포한다는 건 헌정 질서 유린”이라고 했다. 반면 조 청장을 수사 중인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조 청장의) 진술에 그런 내용이 없어 오보”라고 부인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