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가사·중독 멜로디·쉬운 메시지… K팝, ‘新민중가요’로 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갈수록 커지는 ‘촛불’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밤 국회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다시 만난 세계’‘아파트’…
시위 현장서 걸그룹 곡 대세
‘탄핵 플레이리스트’ 공유도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평화 집회 속에서 자주 들리는 걸그룹 소녀시대 곡 ‘다시 만난 세계’의 주요 가사다. 17년 전 발매된 이 노래는 쉬운 한글 가사와 친숙한 멜로디, 현 시국을 개탄하는 대중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내용이 맞물리며 각광받고 있다. 신(新) 민중가요로서 ‘3박자’를 갖춘 셈이다.

윤 대통령의 2차 탄핵 표결에 앞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며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탄핵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면서 집회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시 만난 세계’를 비롯해 에스파의 ‘위플래시’와 ‘슈퍼노바’, 로제의 ‘아파트’, 세븐틴의 ‘파이팅 해야지’ 등 지난 7일 집회 때 울려 퍼진 노래들이 다시 등장했다. 이 노래들은 “아파트 아파트” “슈슈슈 슈퍼노바” “파이팅 해야지”와 같이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특정 후렴구를 반복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한글 가사가 많이 쓰여 메시지가 귀에 쏙 들어오고, 개사가 쉽다는 것도 특징이다. “파이팅 해야지”라는 가사를 “탄핵 해야지”로 바꿔 부르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걸그룹의 노래가 많다는 것도 탄핵 플레이리스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는 보이그룹의 노래가 특정 팬덤층을 겨냥해 어려운 콘셉트를 내세우는 반면, 걸그룹의 노래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가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현재 음원 시장에서도 보이그룹보다는 걸그룹 노래가 트렌드를 압도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탄핵 집회에 2030 여성들의 참여가 크게 늘면서 또래 걸그룹의 노래를 부르며 동질감을 느낀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소녀시대 멤버 유리는 12일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소원봉(응원봉) 너무 예쁘고 멋지더라. 감기 조심하고 든든히 챙겨 입어야 해.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는 것도 너무너무 잘 봤어. 나도 매일 함께 듣고 있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