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준 아저씨의 진심에 경의를 표합니다[고맙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7년 시드니 인근 비치에서 피터 아저씨와 함께 찍은 사진.

■ 고맙습니다 - 진정한 부모의 사랑을 가르쳐준 천사에게 <하>

세월이 지나 대학생이었던 내가 취업과 결혼을 거쳐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직장생활과 하고 싶었던 공부에 매달리다 보니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도 버겁기만 했다. 부모로서 역할도 제대로 못하면서, 가끔은 아이에게서 자유로운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 될 걸 그랬나 하는 후회의 마음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문득 피터 아저씨가 떠올랐다. 나는 그간 아저씨와 주고받았던 편지를 읽으며 ‘이 세상의 아이들은 국적과 이유를 불문하고, 항상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는 문장을 되새겼다. 가슴으로 품은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사랑하고 돌보아주는 아저씨 내외가 참된 부모의 모습으로 그려져 나에게도 큰 가르침이 되었다.

2007년도에 가족여행으로 호주에 갔을 때, 아저씨 댁에 들러 가족들과 만났다.

처음 봤을 때 어렸던 아이들이 상당히 장성했고, 마리안 아주머니와 피터 아저씨는 우리 가족들을 따뜻하게 포옹해주면서 반기셨다. 그날 손수 마련해주신 스테이크와 디저트까지 먹고 숲속 정원 속에 있는 그림 같은 집에서 하루를 묵고 돌아왔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7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차 호주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마리안 아주머니는 몸이 불편하여 요양원에 들어가 계셨고, 피터 아저씨는 어떻게든 나를 만나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약속 장소에 나오셨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대학생이었던 내가 지천명을 넘겼으니, 아저씨의 연세도 80세에 다다랐다. 몸이 많이 불편했음에도 기차역까지 나를 배웅하기 위해 불편한 걸음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특별한 장소에는 저마다의 기억창고가 있다.

우연한 기회에 외국인을 도와준 기억, 그 인연으로 한국인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준 피터 아저씨 내외를 알게 된 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그분의 사랑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장성하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당신이 보여주신 사랑의 의미를 실천하고자 한다.

짧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했던 곳.

30년이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때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변화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퇴색되지 않고 오히려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 그곳엔 아직도 사랑이 자라나고 있음을 안다. 진정한 부모의 사랑을 가르쳐준 피터 아저씨께 경의를 표한다.

고미령(청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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