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이어 아이스크림·빵까지… 식품값 ‘도미노 인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2000원’되는 빼빼로 고환율과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 여파로 과자·빵·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이 연초 ‘도미노 인상’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과자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빙그레 ‘더위사냥’ 등 20여 종
파리바게뜨도 가격 인상 발표
원재료값 상승·고환율 ‘큰 타격’

탄핵 정국에 물가 감시 허술해져
가격 올리는 기업 더 많아질수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초부터 과자·아이스크림·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 이상기후로 커피·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이 치솟고 환율이 뛰면서 우려해온 식품 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 우려가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부의 물가 감시 기능이 허술해진 틈을 타 기습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식품 기업들이 쏟아져 나올 경우 생활물가도 요동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대표 빙과류 업체인 빙그레는 다음 달부터 아이스크림·커피·과채음료 등 제품 20여 종 가격을 인상한다고 7일 밝혔다. 간판 아이스크림 제품인 ‘더위사냥’은 800원에서 1000원으로 200원 오르고, ‘슈퍼콘·붕어싸만코’ 등도 1200원에서 1400원이 된다. 커피 음료 ‘아카페라 사이즈업’(350㎖) 가격은 2400원에서 2600원으로 오르고, 과채음료 ‘따옴’(235㎖)은 2400원에서 2700원이 된다. 자회사인 해태아이스의 ‘부라보콘·시모나’ 등도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른다. 빙그레 관계자는 “최근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에너지 비용 증가에 따른 원가 압박이 심한 상황”이라며 “이번 가격 인상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커피와 코코아, 과채 농축액 등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며 환율 상승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과업체 파리바게뜨도 오는 10일부터 빵 96종·케이크 25종 가격을 평균 5.9% 인상한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23년 2월 이후 2년 만이다. 대표 제품인 ‘소보루빵’은 1500원에서 1600원으로, ‘그대로토스트’는 3600원에서 3700원으로 오른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원료비와 각종 제반 비용 상승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도 오는 17일부터 간판 제품인 빼빼로 등 26종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키로 했다. 가공식품 가격 인상 행렬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 기업은 보통 3~6개월 치의 원재료를 쌓아두고 있는데, 새로 수입하면서 급등한 환율 비용 부담을 치를 수밖에 없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식품기업들이 경영 효율화로 원가 부담을 감내하기보다 제품 가격 인상이라는 쉬운 방법을 택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원가율은 69.4%로 전년 동기(72.3%) 대비 2.89%포인트 감소했다. 매출원가율이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매출원가율이 낮아지면 원부자재나 인건비 등 매출을 거두는 데 필요한 원가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빙그레 역시 같은 기간 매출원가율이 67.6%에서 67.0%로 소폭 낮아졌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