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월급 반씩 나누자”…초유의 대리 입영 20대 징역형 집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춘천지방법원 전경. 연합뉴스

법원 “병역회피 목적 보이지 않아…생활고·정신질환 등 참작”

춘천=이성현 기자

병사 월급을 반씩 나눠 갖기로 하고 입대 예정자로 신분을 위장해 대리 입영한 20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박성민 부장판사는 13일 사기,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모(28)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국가 행정 절차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로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미 전역한 자로서 대리 입영 상대의 병역 회피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고, 생활고로 인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일 뿐 급여 수령 외 다른 목적도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점, 구금 생활을 통해 반성하고 치료를 다짐하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조 씨는 원래 입대 예정인 최 모 씨와 군인 월급을 나눠 갖기로 하고,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대리 입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씨는 2024년 7월 최 씨의 신분증을 소지하고 강원 홍천군의 한 신병교육대에 입소했다. 이 과정에서 병무청 직원이 조 씨의 신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서 조 씨는 최 씨의 이름으로 대리 입대할 수 있었다. 조 씨는 최 씨의 명의로 실제 3개월간 군 생활을 이어가며 대가로 164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 적발을 두려워한 최 씨가 같은 해 9월 병무청에 자수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조 씨는 대리 입영 전 자신의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했다가 정신건강 문제로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 병무청 설립 이래 대리 입영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조 씨와 함께 범행을 꾀한 최 씨는 주소지 관할 법원에 불구속 상태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