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짜리 자소서 컨설팅 너무 비싸요”…챗GPT로 취업준비에 심리상담까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용 한파와 고물가에 챗GPT로 셀프 컨설팅
챗GPT와 대화하며 심리 상담 효과 느끼기도
영상편집 아르바이트로 생계비를 벌고 있는 2년차 취업준비생 한은정(27) 씨는 최근 고민 끝에 자기소개서 컨설팅 대신 월 구독료 3만 원인 ‘챗GPT 플러스’를 결제했다. 고물가로 생활비 지출이 늘면서 취업준비 비용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한 씨는 “취업준비에 쓸 수 있는 여유 비용은 20만 원 남짓인데 6회 40만 원 넘는 컨설팅비를 결제할 수 없었다”며 “챗GPT플러스 구독료도 부담이지만 ‘셀프컨설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대신 OTT(인터넷TV)를 구독 해지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한 씨처럼 챗GPT 등 인공지능(AI) 서비스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스스로 컨설팅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불황과 고용 한파로 취업경쟁이 심해지고 컨설팅비용 또한 부르는 게 값이 되면서다. 이들은 챗GPT 등의 최대 장점으로 ‘가성비’를 꼽았다. 챗GPT로 면접·포트폴리오 첨삭을 받으면서 유료 컨설팅을 완전히 끊었다는 또 다른 취준생 이유미(27) 씨는 “일반 컨설팅은 수업 횟수와 시간이 정해졌지만 챗GPT는 내가 원할 때마다 첨삭을 받을 수 있어 인턴 근무와 취업 준비를 병행할 수 있다”며 “면접 코칭을 등록했을 때 3개월간 200만 원을 냈는데 챗GPT는 3개월 10만 원만 내면 되고 면접 대비 시간도 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첨삭받는 내용. 독자 제공

심리상담 또한 챗GPT로 대신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친구와 성격 차이로 고민이 컸던 김모(25)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4회가량 챗GPT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 씨는 “챗GPT는 심리상담사와 달리 라포(서로 마음이 통하고 공감하는 것)를 쌓을 필요 없이 원할 때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며 “대학원생으로서 1시간에 10만 원이 넘는 심리 상담보다 월 3만원인 챗GPT가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때문에 곤혹스러웠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취업에 성공한 강모(28) 씨는 “챗GPT로 첨삭한 자소서에 지원 회사에서 전혀 만든 적 없는 제품명이 등장해 당황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SNS에서는 챗GPT로 자소서를 첨삭할 때 오류를 최소화하는 팁을 공유하는 글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챗GPT는 기존 정보를 학습한 합성데이터로 대답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출처를 명시하라는 명령어를 추가하는 등 신뢰도를 높일 장치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