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맛 알리고싶어… 김용택 시에 멜로디 입혀 신곡”

■ 2017년 첫 곡 뒤 8년만에 헌정앨범 출시 가수 최성수

“노래엔 힘을 가진 가사 필수
요즘은 중독적 어휘만 반복

황동규·나태주로 이어갈 것
10월‘문학의 밤’공연 예정”

“우리말의 품격, 말맛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가수 최성수(위 사진)가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아래)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앨범을 내놓는다. 자신이 부르는 노래는 직접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한 그가 김 시인의 시를 노랫말로 삼은 이유는 아름다운 한국 문학을 되짚는 동시에 ‘가사 실종의 시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최성수는 오는 14일 정규 14집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를 발표한다. 동명 타이틀곡을 비롯해 ‘봄날’ ‘꿈을 생시로 잇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등 김 시인의 주옥같은 시들과 어우러진 새 노래 8곡이 담긴다. 타이틀곡의 ‘앉았다 일어나 둘러보니 내 나이 마흔에 있더라 ／ 그냥 살았고 살고 있습니다’라는 가사는 인생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주어진 삶에 만족하라는 조언을 담았다.

최성수는 12일 문화일보와 나눈 인터뷰에서 “마음속으로 시어를 그리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그 맛을 살리는 곡을 붙이기 위해 기도하며 만들었다”면서 “방구석에 틀어박혀 시에 곡만 붙여대니 아내가 타박했지만 보란 듯이 멋진 앨범이라고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성수는 지난 2017년에도 김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를 노래로 발표한 적이 있다. 이후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고 8년 만에 김 시인을 위한 헌정 앨범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매만진 신보를 내놨다. 아울러 최성수는 유치진, 황동규, 신달자, 나태주 등 내로라하는 시인들의 역작에 멜로디를 붙이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귀한 우리 문학이 다시 회자되고, 가사가 들리는 노래가 울려 퍼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시도다. 궁극적으로는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시구로 유명한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작곡가 김희갑이 곡을 붙여 탄생한 가곡의 뒤를 잇겠다는 각오다.

최성수는 “본디 노래에는 흥얼거리는 멜로디 속에 힘을 가진 가사가 있어야 한다. 의미 없고 중독적인 가사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말의 품격을 살리고 말맛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거장들의 시에 직접 작곡한 멜로디를 붙이게 됐다”면서 “이미 여러 곡을 완성해놓았다. 오는 10월쯤 ‘문학의 밤’을 열고 대중가수뿐만 아니라 성악가 등이 함께 이 노래를 부르는 자리를 마련하려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최성수는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가수로서 그의 본분은 잊지 않는다. “노래를 부르는 게 제 사명이죠. 계속 쓰고, 부를 겁니다. 우리의 삶에 힘과 숨을 불어넣는 노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