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MAGA 노림수와 수혜국 기회[포럼]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 했던가. 글로벌 환경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정략 탄핵으로 나라가 위태롭다. 인구문제로 경제의 저성장이 우려된다. 지난 1월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전년 동월 대비 37만4000명 줄었다. 대(對)중국 수출도 어려워지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전 산업에서 우리와 경쟁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세계 교역량을 위축시킬 것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 정책 당국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다른 나라 정상들은 트럼프와 담판을 짓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정책은 오리무중이다. 미국 시장은 경기침체의 공포(R의 공포)에 휩싸였고,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갈 길을 잃었다.

트럼프가 취임한 1월 20일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사흘 연속 상승하면서 트럼프의 귀환을 환영했다. 그것도 잠시, 미국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0일 다우존스지수가 2.08% 하락하는 등 미국의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동반 하락했다. 미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대선 전 금리를 내렸으나, 트럼프 당선 이후 추가적인 인하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호재가 없는 미국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도 원활하지 않으면, 당분간 주가가 상승하기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석유시장을 달러로 장악하면서 미국의 패권국 지위는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다. 베트남전쟁으로 패권국의 지위는 흔들렸다.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위기에 빠졌다. 이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가 나왔다. 미국은 중국을 죽의 장막에서 끌어내 위기 극복의 파트너로 만들었다. 중국의 저가 상품으로 미국은 낮은 금리에도 물가가 안정적인 대안정기(the great moderation)를 누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오면서, 대안정기는 막을 내렸다. 미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비전통 통화정책을 쓰면서 금융권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금융 붕괴는 막았지만, 미국의 경쟁력은 떨어졌다. 코로나 상황에 나타난 미국의 초라한 현실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미국민에게 베트남 철수의 악몽을 상기시켰다. 미국민은 트럼프의 MAGA를 선택했다.

로널드 레이건의 MAGA는 작은 정부와 국제화, 디지털화를 전략으로 삼았다. 트럼프가 내놓은 해법은 효율적 정부와 관세 및 신산업정책이다. 레이건의 MAGA와 달리 트럼프의 정책은 중국을 견제하고 실익을 도모하는 미국 우선이다. 이 정책도 파트너가 필요하다. 트럼프는 미국 정부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재정 건전화를 추진한다. 관세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면서 재정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은 예외 없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우리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는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고, 반도체 기술을 강화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 현지 투자를 통해 반도체 산업과 모빌리티산업의 공동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의 공동 연구개발(R&D) 투자와 에너지 개발 투자, 그리고 조선 등 각 산업에서 협력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자국 내 물가관리 및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파트너가 필요하다. 한국을 트럼프 MAGA의 수혜국으로 만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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