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C 소그래스 ‘악마의 홀’서 26년 만에 ‘홀인스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저스틴 로어가 1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17번 홀에서 ‘홀인스리’를 기록한 뒤 머쓱한 듯 캐디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PGA투어 엑스(X) 캡처

■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R… 로어, 역대 두번째 기록

물에 빠뜨린뒤 드롭존서 ‘홀인’
1999년 커플스 이어 ‘행운’
14차례 홀인원보다 드문 기록

셰플러·매킬로이·쇼플리
세계 1~3위 한 조에서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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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 달러)에서 26년 만에 ‘홀인스리(Hole In Three)’가 다시 등장했다. 저스틴 로어(미국)는 1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쳤다. 18홀을 경기하며 버디 2개, 더블보기 1개를 맞바꿔 이븐파를 기록한 로어는 특별할 것 없는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TPC 소그래스를 상징하는 17번 홀(파3)에서 ‘홀인스리’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골프 경기에서 홀인원(Hole In One)은 일반적으로 파3 홀에서 티샷을 그대로 홀에 넣는 것을 의미한다. 기록으로는 이글(-2)이다. 하지만 남자골프 세계랭킹 88위인 로어는 17번 홀에서 3타 만에 홀아웃해 파를 기록했다. 하지만 로어의 이 파 기록이 ‘홀인스리’로 나온 기록이다. 미국 매체 CNN은 이날 나온 로어의 TPC 소그래스 17번 홀에서의 ‘홀인스리’는 1999년 프레드 커플스(미국) 이후 26년 만에 같은 홀에서 나온 보기 드문 기록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회에서 홀인원이 14차례 나왔는데 ‘홀인스리’가 더 드문 이유는 벌타를 받고 드롭존에서 샷을 할 경우 또 빠질 것 같은 불안감 등 선수 멘털이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번 물에 빠뜨린 선수가 연이어 실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날 경기를 10번 홀(파4)에서 시작해 파 행진을 이어오던 로어는 17번 홀에서 티샷한 공이 그린을 맞고 튀어 연못에 빠졌다. 17번 홀은 그린이 연못에 둘러싸인 ‘아일랜드형’ 그린이다. 로어는 1벌타를 받고 드롭존으로 이동했고 여기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홀에 들어가며 ‘홀인스리’를 성공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랜토 그리핀(미국)이 가장 먼저 17번 홀에서 티샷이 물에 빠졌고 로어,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뒤를 이었다.

메이저대회보다 많은 상금이 걸린 이 대회는 첫날부터 치열한 우승 경쟁이 펼쳐졌다. 1라운드가 일몰로 일부 선수가 18홀 경기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루카스 글로버와 J J 스펀(이상 미국),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가 나란히 6언더파 66타 공동 선두로 나섰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5언더파 67타를 치고 선두 그룹을 바짝 쫓았다. 호주교포 이민우, 빌리 호셜(미국) 등이 함께했다.

매킬로이는 남자골프 세계랭킹 1∼3위를 한 조에 묶은 치열한 신경전에서 당당히 살아남았다. 이 대회 최초로 2연패를 달성한 뒤 올해 3연패까지 노리는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도 3언더파 69타로 선방했다. 그러나 잰더 쇼플리(미국)는 버디 4개를 잡고도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를 범해 이븐파 72타로 마쳐 중위권으로 밀렸다.

이번 주에 출전한 5명의 한국 선수 중에는 최근 주춤했던 김주형의 성적이 가장 좋다. 김주형은 2언더파 70타로 18홀을 마쳤다.



그린 작고 거북이 등처럼 생긴 아일랜드홀… 年 10만개 볼 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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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17번홀’ 어떻길래

숲서 불어오는 바람 ‘변화무쌍’
안병훈도 8타 잃은 뼈아픈 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는 인근의 대부분 골프코스가 그러하듯 크고 작은 다수의 연못과 함께한다. 선수들이 경기하는 18개 홀 가운데 직·간접적으로 연못과 접하지 않은 것은 8번 홀(파3)이 유일하다.

TPC 소그래스를 상징하는 홀은 파3, 17번 홀(사진)이다. 17번 홀은 그린 사방이 모두 연못이다. ‘아일랜드형’ 그린의 지름은 20m 남짓. 심지어 가운데가 불룩한 거북이 등껍질 형상이라 그린에 공을 올린다고 할지라도 굴러 연못에 빠지기 일쑤다. 이 홀에서 최악의 경험을 한 선수는 단연 2005년 대회에 출전했던 봅 트웨이(미국)다.

트웨이는 3라운드 도중 17번 홀에서만 네 번이나 연못에 빠지는 불운을 맞았다. 트웨이는 이 홀을 12타 만에 마쳐 9오버파를 기록했다. 지금도 트웨이의 9오버파는 TPC 소그래스의 17번 홀에서 기록된 가장 부진한 점수다. 안병훈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21년 이 대회에 출전해 첫날 17번 홀에서만 8타를 잃었다. 당시 안병훈 역시 네 차례나 공이 연못에 빠졌다. PGA투어의 통계에 따르면 애런 배들리(호주)는 이 대회에서만 14번이나 17번 홀 연못에 공을 빠트려 최다 기록을 남겼다.

17번 홀은 올해 전장이 146야드(약 133m)로 설정되는 등 길지 않다. 선수들이 가볍게 웨지로 티샷을 하는 홀이다. 하지만 17번 홀 주변 숲에서 불어오는 변화무쌍한 바람이 선수들의 클럽 선택을 방해한다.

1974년 시작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TPC 소그래스에서 열리는 것은 1982년부터다. PGA투어는 2003년부터 TPC 소그래스의 17번 홀을 둘러싼 연못에 공이 빠지는 개수를 세기 시작했는데 지난해까지 총 1029개의 티샷이 ‘수장’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당 평균 47개의 공이 물에 빠졌다. 매년 17번 홀 연못에 빠진 공을 수거하는 잠수부인 짐 베스트는 미국 매체 CNN에 “매년 약 7만 개의 공을 건져낸다”고 말했다. 미국 골프계에선 약 10만 개가 넘는 공이 TPC 소그래스 17번 홀 그린 주변 연못에 빠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