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수장 앞에서 ‘그린란드 편입’ 의사 드러내

뤼터 “관여하지 않을것” 말아껴
美, 파나마운하 통제 軍옵션 착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수장 앞에서 나토 회원국 영토인 그린란드에 대한 노골적인 편입 의사를 재차 드러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동맹 경시 기조를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오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이 병합하는 방안에 대해 기자로부터 질문받자 “나는 그것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국제 안보를 위해 그것을 필요로 한다”며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수장이 이 합병을 주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할 수도 있다”며 옆에 앉아 있던 뤼터 사무총장을 자극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 등을 요청하기 위해 방문한 동맹 수장에 동맹국 영토 침범 압박을 가하며 모욕을 준 셈이다. 그러면서 나토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 합의선인 2%는 “너무 낮다, 더 높여야 한다”며 방위비 증액 압박을 이어갔다.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발언과 관련해선 “어떤 질문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나토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칭찬하며 “당신의 리더십 아래 새롭게 활성화된 나토를 가질 수 있기를 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문제 지적에 대해서도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를 더 많이 지출하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며 화답할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영토 편입 의사를 재차 밝힌 가운데 백악관이 파나마운하 통제를 위한 무력 점령 등 군사 옵션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NBC방송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현재 200명 수준인 파나마 주둔 미군을 증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남부사령부는 비무장 국가인 파나마에서 군대 역할을 하는 공공부대와의 협력 강화를 포함해 파나마운하 무력 점령까지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운하를 파나마에 돌려준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환수를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뜻을 밝혀왔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