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탄핵 줄기각’ 악순환과 巨野 책임[포럼]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3명의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모두 기각됐다. 이번 탄핵 기각이 과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영향을 미칠까. 논리적으로 따지면 이번 탄핵 기각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별개의 문제다. 탄핵소추의 이유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 양대 정당은 각자 지금의 상황을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다.

국민의힘은 이번 탄핵 기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무리한 탄핵소추가 또다시 증명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현 정권 들어 개시된 13건의 탄핵심판 중 현재까지 8건이 선고됐는데, 이 중 인용 결정이 난 케이스는 단 1건도 없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로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줄탄핵’과 이에 따른 국정 마비를 들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런 윤 대통령의 주장이 증명됐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도 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여권의 이런 논리에 대항하기 위해, 헌재의 결정문을 강조한다. 헌재는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을 기각하면서 “청구인이 소추 재량권을 일탈해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문구를 강조하며, 탄핵소추권 남용이 아니므로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민주당의 일각에서는 헌재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하면서 ‘탄핵 남발’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은,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부정하기 위함이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민주당에 의한 잦은 탄핵소추가 과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 탄핵 기각 결정과 관련해 민주당은, 최 원장이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헌재가 판단했지만, 일부 불법적 행위를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런 불법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 왜 탄핵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잦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윤 정권이 유례없는 ‘문제적 정권’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의 잦은 탄핵소추 원인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바로 정치의 실종이다. 정치가 실종되지 않았다면, 탄핵 말고도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가 실종됐기 때문에, 탄핵이라는 ‘극단적 방식의 행위’가 ‘일상적 행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치의 실종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합의제로 운영돼야 할 국회를 다수제 기구로 전락시켰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렇듯 정치가 실종되면, 탄핵이 남발되고, 탄핵의 남발은 다시금 정치를 없애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민주당이 이 대표와 자신들의 박스권 지지율을 벗어나고자 중도층의 확실한 지지를 얻고 싶다면 중도층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도층이 가장 원하는 것은, ‘중도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정의 정상화’다. 그런데 지금처럼 탄핵을 남발하고, 그런 탄핵이 기각돼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민주당을 보면서 ‘국정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중도층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현 상황에 대한 자기성찰을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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