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빅텐트와 단일화다. 이번 6·3 대선을 앞두고도 벌써 ‘빅텐트론’으로 시끌시끌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의 기세가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반(反)이재명’ 연대의 필요성이 더욱 절박해졌다. 이 후보를 반대하는 여러 세력이 하나의 텐트에 모여 연대를 형성하자는 의미이나 말처럼 쉽지 않다. 가장 성공적인 빅텐트는 3당 합당과 DJP연합이다. 1990년 1월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정의당과 야당이던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3당 합당을 선언했다.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김종필
문화일보 2025-04-18 11:42
조국혁신당이 오는 6·3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 최근 “야권 유력 후보를 총력 지원하는 선거연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12석의 원내 3당이다. 지난 2일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첫 자치단체장도 배출한 정당인데, 가장 큰 정치 이벤트인 대선을 포기했다. 집권을 하겠다는 정당이 대선에 후보를 내지 못하면,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셈이 된다. ‘대선 불능’ 정당이란 조롱이 나올 만하다. 수감 중인 조국 전 대표는 “현명한 결정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단다. 당
문화일보 2025-04-17 11:54
강대국 간 헤게모니 전이(轉移)가 가장 협력적으로 평화롭게 이뤄진 사례로는 20세기 대영제국의 파워가 미국으로 옮겨지는 과정이 꼽힌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었던 덕분이지만, 영어 사용 민주주의 국가라는 공통점 덕분에 합심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미국 국제정치학자 코리 샤키는 저서 ‘안전한 경로(Safe Passage·2017)’에서 영국에서 미국으로의 헤게모니 전환 과정을 이런 관점에서 분석했다. 영·미의 헤게모니 이동이 협력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
문화일보 2025-04-16 11:54
구조조정 직전까지 몰린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도 많은 실정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초비상인데, 미국발(發) 관세 전쟁이 벌어져 우려가 크다. 당장 기업의 줄도산을 막을 정부·국회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부실징후기업으로 추락할 지경까지 처해 있는 ‘위험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339곳에 달해, 전년(1887곳)보다 23.9%나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이던 2009년(1844곳), 코로나19 직후였던 2022년(2067곳)을 웃도는 사상
문화일보 2025-04-15 12:01
온통 ‘지브리풍’이다. 오픈AI의 챗 GPT-4o에 사진을 올리고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 달라고 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지브리스튜디오 애니메이션풍 이미지가 생성된다. 지난달 27일 이 기술 출시 후 1주일 만에 전 세계 1억 명이 7억 장이 넘는 사진을 만들었다. 디즈니풍, 심슨풍 등이 있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지브리풍이 최고 인기다. 일상 놀이를 통한 AI 대중화, 기술의 민주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 포문을 연 것이 문명 비판·환경·생명이라는 주제를 견지하며 아날로그 작업 방식을 추구해온 ‘지브리’라는 사실이 아이러니
최현미 논설위원 2025-04-14 11: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얼핏 보면 헷갈린다. 온 사방에 무차별 관세를 난사하다가 이제는 중국에만 145% 보복 관세로 정밀 포격하는 등 갈팡질팡한다. 미국은 스스로 위대한(great) 나라에서 큰(big) 나라 중 하나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나 미국 시사 월간지 ‘더 애틀랜틱’의 분석은 다르다. 그 뒤에 정밀한 설계도인 ‘미란 보고서’가 숨어 있다고 본다. 정식 명칭은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성 사용자 가이드’다. 미국의 무역·재정 적자를 해결하
문화일보 2025-04-11 11:49
김세동 논설위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난 8일 오전 지명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재탄핵까지 겁박하고 나섰다.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이 위헌이란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한 대행이 같은 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분 통화하는 등 ‘관세전쟁’ 상황을 봐서라도 인용 가능성 없는 탄핵은 하지 말길 바란다.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 정도의 절차적·소극적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 헌법학계 다수설”이라며 한 대행의
김세동 논설위원 2025-04-10 11:48
이현종 논설위원 6·3 대선을 앞두고 용산에 있는 대통령실을 다시 청와대로 옮기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 소통, 권위주의 청산 등을 이유로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를 2년여 남겨두고 탄핵이 이뤄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도 청와대 복귀가 거론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지난 주말 청와대 방문객은 평소의 3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주에 발간될 책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연다’에서 용산 시대 막을 내리고 청와대로 복귀하는 방안
문화일보 2025-04-09 11:48
오승훈 논설위원 호헌(護憲)은 개헌(改憲)의 반대로 현재의 헌법을 지킨다는 뜻이다. 헌정사에서 호헌도 개헌만큼이나 정치적 파란을 일으켰다. 1987년 전두환 대통령이 발표한 4·13 호헌 조치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대한 요구가 각계에서 터져 나와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발족하기에 이르렀지만, 정권 연장을 위해 호헌을 주장했다. 그 호헌 철폐 구호가 전국적인 6월 항쟁을 점화했고 개헌을 가능케 했다. 그 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개헌론이 제기됐으나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늘 호헌의 승리였다. 여야 없이 대선 승부의 유불리에 따라 헌법
문화일보 2025-04-08 11:38
문희수 논설위원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빅테크에선 ‘일 더하기’가 확산해 눈길을 끈다. 팬데믹 이후 재택·유연 근무 등을 강화했던 빅테크들이 대면근무·주 6일 출근 등으로 근무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변화가 상징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브린 공동 창업자는 최근 AI인 ‘제미나이’ 개발부서에 주 60시간 근무를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적어도 평일에는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좋고, 주당 60시간이 생산성의 최적점이다”고 강조했다. 주 5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하자는 주문이다. 구글의 검색 책임자는 지난해 제
문화일보 2025-04-07 11:45
김세동 논설위원 지난달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재판부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1심 판결을 뒤집어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자 상당수의 예상도 벗어난 것으로, 비상식적이었다. 뉴질랜드 출장 중 10명이 찍힌 사진에서 ‘이재명·김문기·유동규 부분’을 확대한 것을 조작으로,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를 ‘의견 표명’ 또는 ‘과장’으로 덮어 준 판결문은 이 대표 변론서로 착각할 정도였다. 조작·협박의 정의(定義)도 바꿔야 할 정도로 대놓고 이 대표를 봐준 판결은 1심 재판을 16개월 끌다가 사표를
김세동 논설위원 2025-04-04 12:00
이미숙 논설위원 오래전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부시가(家)와 클린턴가가 번갈아 대통령을 배출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그럴듯하게 나돌았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을 누르고 1992년 대선에 당선된 빌 클린턴 대통령의 8년 재임 후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대가 열리자 다음번은 힐러리 클린턴, 그다음은 젭 부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2008년 대선 때 혜성같이 등장한 버락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데 이어 대선에서 승리하며 클린턴가의 부부 대통령 신화는 깨졌다. 젭 부시도 2016년 공화당 대선
문화일보 2025-04-03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