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상 환경은 유례없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은 우리 수출 기업들에 적지 않은 도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우리 정부와 기업은 합심해서 미 행정부와 치열하게 협상한 끝에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를 도출할 수 있었고, 그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이 발의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법안은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지난해 한미 정상 간
문화일보 2026-03-06 11:43
이번 겨울 로드아일랜드에 10여 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학교는 이틀 동안 휴교를 했다. 제설 작업도 애를 먹었다. 이후 약 일주일 동안은 혹한이었다. 매일 동네를 산책하는 나로서는 답답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되었으니 미뤄둔 책장 정리를 하기로 했다. 산책처럼 운동이 되는 건 아니지만, 옛 추억을 돌아볼 수 있으니 그 또한 즐거운 일이다. 오래전 읽었거나 앞으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웬걸, 그 기준은 이내 무너졌다. 오래된 책 중에 차마 버릴 수 없는 것들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1980년
문화일보 2026-03-06 11:37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사법파괴 3법이라고 비판했고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지만, 끝내 국회 통과를 막을 수는 없었다.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서는 언론의 주목이 많았지만, 법왜곡죄 도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만큼 알려지지는 않고 있다. 사법의 큰 틀을 바꾸는 대법관 증원이나 재판소원 도입에 비해 법왜곡죄가 적용되는 대상이 형사사건의 판사·검사와 수사기관에 한정되기 때문이고, 다수 국민은 나와 상관없는 문제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법
문화일보 2026-03-05 11:42
2026년 초입부터 국제질서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1월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정선거와 마약 밀매를 이유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축출하는 ‘트럼프식 작전’을 전개했다. 또, 2월 20일에는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기반한 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판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법적 근거를 활용해 관세 재배치를 선언하고 관련 조치를 시작해 향후 혼란의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 상황에서 지난 2월 28일, 미국은 이스라엘과 합동으로 이란에 대해 ‘장대한 분노’(Epic F
문화일보 2026-03-03 12:01
전정 박항환 선생께서 내 연구실에 불쑥 들러 들려주신 이야기다. 갓 스무 살 청년 시절 목포 남농(南農) 허건(許楗·1907∼1987) 선생 댁에서 화업(화業)을 익힐 때 일이다. 국전 응모가 있을 무렵이면 가르침을 청하려고 그림을 들고 찾아오는 후학이 많았다. 하루는 스승과 둘이 화실에 앉아 그림 공부를 하는데, 서울서 내려온 40줄의 화가가 먼 길을 찾아왔다. 가져온 그림을 펼치자 화면 가득 청기와 지붕뿐이었다. 손을 대면 까끌까끌한 기와의 거친 질감이 느껴질 만큼 생생했다. 그 대담한 구도와 과감한 붓질을 보자 눈이 번쩍 떠졌
문화일보 2026-02-27 11:29
최근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 거대한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전방위적 전략 경쟁이 고착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를 넘어 실전 배치 단계에 이르렀고, 일본은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하며 전례 없는 방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다층적 긴장의 파고 속에서 최근 서해에서 실시된 미·일 연합훈련과 한국의 불참 결정은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는 한미동맹의 작동 방식, 한미일 안보 협력의 임계점, 그리고 역내 세력 균형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
문화일보 2026-02-27 11:09
영국의 SF 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진보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만큼 경이로운 기술 발전이 이젠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마법에 창조와 구현이 있다면 기술은 아직 구현의 영역에 있다. 글로벌 마술 오디션 프로그램인 ‘더 매직스타’에서 구현되는 마술은 놀라웠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저렇게 새롭고 다양한 마술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원천적인 것이었다. 독창적 마술에 관한 창의와 상상, 그 창조의 놀라움이었다. 현 정부는 2030년 ‘K컬처 300조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주력인 국내
문화일보 2026-02-27 11:06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은 2024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엔비디아는 고통을 통해 성장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우리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의 주가에는 열광하지만, 그들이 감내해 온 기술혁신의 고통에는 무심하다. 주 52시간 근로 규제와 SK하이닉스의 억대 성과급이 부각되는 풍경은 이를 보여준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노사 합의로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고정하고 성과급의 최대한도를 폐지해 이를 10년간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후 반도체산업 전반의 노조는 동일한 방식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과
문화일보 2026-02-26 11:26
6·3 지방선거가 99일 전인데 선거구획정은 감감무소식이다. 선거구획정이 그나마 일찍 끝난 사례는 선거제도를 크게 고친 2006년 선거를 앞두고 2005년 8월 4일에 ‘공직선거법’ 별표까지 개정한 때밖에 없다. 이때도 법정시한은 지켜지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제24조의3 제5항에는 ‘선거구획정안을… 임기만료에 따른 자치구·시·군의원 선거의 선거일 전 6개월까지 시·도지사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선거 한두 달 전에나 선거구획정이 완료돼 왔다.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2026년 지방의원 예비
문화일보 2026-02-24 11:35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SMR 특별법)이 통과됐다. 이 법은 여당의 황정아 의원과 야당의 박충권·최형두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3건의 법률안을 통합 조정한 여야 합의 결과물이다. 여야 초당적 협력을 바탕으로 SMR을 국가전략기술로 공식화하고 다각적인 지원을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MR은 안전성·경제성·유연성을 겸비한 차세대 원전이다. 원자로 소형화는 혁신적인 안전성 증진 방안 구현을 쉽게 하고, 공장 제작 후 현장 설치가 가능한 모듈형 구조는 건설 기간과 비용
문화일보 2026-02-20 11:19
무언가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참 부럽다. 대화·노래·요리·운동… 내게 없는 이 숱한 재능들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난 적도 있다. 내게 없는 능력, 남의 떡이 부러운 건, 내가 가진 재능은 내겐 너무나도 당연해, 그게 뭔지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이 잘하는 건 나와 달라 눈에 금방 들어오고, 그저 부럽고, 때론 박탈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러다 다짐한다. 저 재능은 저 사람이 타고 태어난 우주의 기운이다, 내게 없는 재능을 좇아 가랑이 찢어지지 말자. 숱하게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나이가 들어도 쉽게 포기되지 않
문화일보 2026-02-20 11:15
이른바 사법개혁 법안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들은 헌법재판소법·법원조직법 및 형법 개정안 등으로, 그 내용의 핵심은 재판소원과 법왜곡죄의 도입 및 대법관의 대폭적인 증원이다. 사법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된 이 법안들은 발의될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의 중심에는 입법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데 대한 의구심이 있다. 이번 개정법안 중 먼저, 재판소원은 현행 헌법소원에서 제외된 법원의 재판을 포함한다. 현행 헌법은 헌법재판소의 관장 사항으로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 심판’이라고 하여 헌법소원
문화일보 2026-02-19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