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종전 협상 과정에서 동맹 없는 우크라이나가 겪는 고통과 수모를 지켜보면서,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대한민국이 과연 존재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안보를 보증했기에 경제개발에 매진하고 해외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용으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카드를 꺼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반도와 미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관세 폭탄’과 같은 일종의 ‘미치광이 전략’(Madm
문화일보 2025-04-11 11:50
어홍 대한영상의학회 방사선안전관리이사,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얼마 전, 우리나라가 ‘CT공화국’이라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CT를 촬영하는 사람이 많아 저선량 방사선 상한선인 100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는 국민이 4만 명 이상이며, 대만보다 28배 이상 많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가 대만의 2배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많아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한,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CT 검사 건수가 304.4건이며, 이는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검사 건수가 가장 많아 CT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벗기
문화일보 2025-04-04 11:58
장재필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으며 국가이익만 있을 뿐이다”라고 한 영국 외교장관 파머스턴 경의 발언이 결코 망언이 아님을 목도하고 있다. 힘에 의한 서열, 즉 군사력·살상능력의 서열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힘겨운 방어전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얘기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공의 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의 참사를 민주주의 수호 차원에서 호소했지만, 휴전협상 과정에서 매우 불리한 처지를 받아
문화일보 2025-04-04 11:57
최명재 안중근의사기념관 홍보대사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뤼순(旅順)은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날 형장으로 끌려 나온 안중근 의사는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을 위해 연해주로 망명, 의병을 조직하고 항일투쟁을 하던 중 동양평화의 파괴자며 한국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하얼빈(哈爾濱)에서 처단하고 뤼순 감옥에서 교수형으로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115년 전 이맘때였다. 관동도독부 히라이시 우지히토(平石氏人) 고등법원장은 안 의사가 상고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동양평화론’ 집필을 완성할 때까지 사형을 연기해 주겠다고 대답해 놓고는 일본
문화일보 2025-03-28 11:44
임상준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물이 길이다.(Water is the way.) 영화 ‘제이슨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이 2009년 설립한 ‘Water.org’의 웹사이트에 떠 있는 문장이다. 많은 자선단체가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의 식수 문제를 도우려 애쓰고 있지만, 우리 행성의 물 문제는 자선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지난 100년간 세계 인구는 4배 늘었으나 물 소비는 9배 증가했다. 이미 33년 전에 유엔이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지정했을 만큼 심각한 지구의 물 부족 상황은 기후변화라는 복병을 만나 더욱더 가속화할 것으로 학자들은 예상한다. 매사가
문화일보 2025-03-21 11:39
권오남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서울대 교수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날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25년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8위였다. 1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으나, 올해 한 계단 올랐다. 그러나 이를 실질적인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1위를 차지한 스웨덴은 수십 년간 성평등 정책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며 여성 친화적인 노동 환경을 구축했다.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 대사는 2년 전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포럼에서
문화일보 2025-03-14 11:34
김덕영 영화 ‘건국전쟁’ 감독 지난 2월 2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있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고성을 주고받은 논쟁 끝에 어떤 타협점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이 회담을 지켜보면서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힘이 약한 주권 국가의 운명이 제국들의 담판으로 결정되는 시대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불길한 신호들이다. 전 세계 패권을 쥐락펴락하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겐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없다. 1947년 해방 정국 속에서 힘없는 나라의
문화일보 2025-03-07 11:42
김완섭 환경부 장관 기후위기는 더 이상 막연한 위협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폭염과 홍수, 해수면 상승 등 자연의 경고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탄소 감축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방안 중의 하나가 음식물 쓰레기, 하수 찌꺼기, 가축 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매년 6000만t 이상의 유기성 폐자원이 발생하지만, 대부분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사료와 퇴비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인해 상당량이 단순 매립되거나 하천변이나 논밭에 방치되면서 녹조 및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또한, 매립지나 소
문화일보 2025-02-28 11:41
김용열 前 홍익대 교수·경영학 지난해 12·3 계엄에 이은 탄핵, 그리고 관세 압박 등으로 나라가 내우외환을 겪는 상황이 되면서 이를 타개할 기업가정신이 절실한 요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책과 제도와 풍토가 변화와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정신을 견인하는 데 과연 적합한지, 나아가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기업인이 아니라도 과도한 규제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높은 물가·지가·임금을 추가로 꼽을 정도다. 반(反)기업 정서나 적대적 노사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임은 물론이다. 우선, 시행한 지 3년이 지난 중대재해처벌법을 살펴
문화일보 2025-02-28 11:40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근 2024년 상반기 초과사망이 증가했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 그 원인을 ‘의정 갈등’에 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6개월간 의료 공백으로 인해 3136명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접근해야 할 초과사망 통계 발표에 특정 정치적 의미가 덧씌워질 경우, 자칫 중요한 해석상의 오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학술적으로 초과사망은, 예상되는 사망자 수(기대 사망자 수)를 초과해서 발생한 사망자를 의미한다. 대규모 감염병 유행이나 의료체계 과부화 등으로 인한 사회적 여파를 포착
문화일보 2025-02-21 11:53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오는 24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전쟁이 만 3년을 맞는다. 쓰라린 전쟁의 경험과 상처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는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1950년대의 한국과 2020년대의 우크라이나는 3년여간의 전쟁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경험한 6·25전쟁과 러-우 전쟁 간의 유사점과 교훈을 찾아보자. 첫째,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이 확인되자
문화일보 2025-02-14 11:48
이명석 성균관대 행정학과 및 국정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중국 딥시크의 극적인 등장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심각한 사안들이 산적하지만,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탄핵과 조기 대선에만 집중돼 있다. 물론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비상계엄으로 국내 정치가 요동치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국정 공백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행정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최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금개혁을 신속하게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2월 안에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이른바 모수개혁만이라도 신속하게 마무리하
문화일보 2025-02-07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