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에 대한 오해는, 전쟁을 반대하고 무조건 평화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2500여 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전략가인 손무는 ‘손자병법’ 모공(謀功)편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고 강조했다. 무력 사용은 결국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므로, 적의 목표를 먼저 좌절시키는 노력을 하고, 안 되면 외교 수단을 동원하며, 실패하면 최종적으로 군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손자의 시각을 곡해하지 말아야 한다. 그는 전쟁이 능사가 아니지만 때때로 불가피하다며 승리 전략과 전술을
문화일보 2025-06-13 11:56
새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를 별칭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주권주의를 관철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 전남 순천 연향동 거리 유세에서 “최초의 민주정부는 국민의 정부라고 불렸고, 다음 정부는 참여정부라고 불렸다”며 “다음 정부 이름은 국민주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주인-대리인 관계에서 대리인인 정치인들이 주인인 국민의 이익 대신 자신의 사적 이익을 탐하고 부패·비리를 저지르며 민의를 배신하면서 무너지는 대의제의 한계를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박근혜의 국
문화일보 2025-06-12 11:38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대법관 수가 몇 명이든 큰 상관이 있겠나 싶지만, 이번 정권 내에 16명이 증원된다는 점이 문제다. 민주당이 선호하는 인물들이 대법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게 확실하다. 그들은 이번에도 법관 경력이나 평판보다 원하는 방향으로 법 해석을 해줄 능력을 높이 살 것이다. 다들 궤변이라고 황당함을 토로했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무죄를 선고했던 판사들의
문화일보 2025-06-10 11:43
러시아와 북한 간 불법 군사 밀착이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지난 5월 29일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북·러 군사 협력’을 주제로 한 최초 보고서를 발간했다. MSMT는, 지난해 4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해체되면서 그해 10월 한·미·일을 중심으로 11개국이 북한 제재 이행 여부 모니터링을 위해 출범시킨 팀이다. MSMT는, 첫 보고서의 주제를 북·러 군사 협력으로 정한 것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불법행위가 북·러 간 군사 협력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
문화일보 2025-06-05 11:57
6·3 대선이 닷새 남았다. ‘깜깜이’ 기간으로 불리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3자 대결 구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40%대 후반으로 우세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팀이 지난 5개월간 여러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종합·분석해 지난 24일 기준 ‘전체 추정 지지율’을 뽑은 결과, 이재명 후보 하락 폭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상승 폭이 더 높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실제로 폴리뉴스·한길리서치가 깜깜이 기간 직전에 실시한 조사(5월 27일)에
문화일보 2025-05-29 11:4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권남용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행정명령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불법 체류자 즉시 추방, 기록적인 관세 인상 선포에서 하버드대의 유학생 등록 금지령까지.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지배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는 역할은 삼권분립의 마지막 한 축인 사법부가 담당하고 있다. 최근 하버드대 유학생 등록 금지령에 대해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하버드대의 가처분 신청을 즉시 받아들였다. 행정명령의 효력이 하루도 안 돼 바로 중지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부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숨기지 않는다. 법
문화일보 2025-05-27 11:42
서부 개척시대 갱들은 마을 입구에서부터 총을 난사하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새 보안관은 갱들처럼 총을 마구 쏘며 부임했다. 취임 100일을 지나며 복잡한 마을 정세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새 보안관에 잔뜩 긴장했지만, 구체적인 마을 회생 대책에 기대도 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건에는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일부 물자 수입이 줄어들어 지출이 축소됐으나, 필수 품목에 붙은 관세로 물가가 급등했다. 심지어 아이들 옷과 인형까지 가격이 올랐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붉은색 마가(MAGA) 모자는 역설적으로 중국산이었다. 미
문화일보 2025-05-22 12:00
최근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감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있다. 과거에는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던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 중 상당 부분을 이제는 AI가 대신할 수 있게 되면서 인력 감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단순한 코딩 업무는 물론이고, 초급 변호사나 회계사의 역할까지도 AI가 일부 대체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주로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지만, 머지않은 장래에는 블루칼라 직종 역시 AI와 로
문화일보 2025-05-20 11:44
현재 여론조사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길 후보는 없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적(敵)이 있다면, ‘그의 입’일 것이다. 잦은 ‘말 바꾸기 논란’에 따른 비호감을 부르는 ‘말하는 입’이 문제다. 결국 ‘먹는 입’도 문제다. 이 후보의 입은 먹는 입과 말하는 입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균형을 찾지 못해서 문제가 된다. 이 후보는 자신의 비호감을 감추기 위해 탈이념, 실용주의, 기업 성장, 그리고 중도 보수라는 말을 마구 쏟아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것을 단번에 뒤집는 ‘○○라고 했더니 진짜 그런 줄 알더라
문화일보 2025-05-15 11:4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사법 조작’ 수준의 2심 무죄 선고는 지난 1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사법부마저 무너지면 더는 법치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걱정하던 차에 한 줄기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최고 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했고, 고법은 이에 기속 되므로 이 후보의 피선거권 박탈형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이 이에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사법 쿠데타’로 지칭하면서 유죄 취지 판단을 내린 대법원장과 9명의 대법관 모두를 탄핵하겠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문화일보 2025-05-13 11:45
러시아·북한 동맹이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숨겨 온 러·북이 처음으로 이를 공식 인정하면서 동맹을 과시한다. 지난달 26일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쿠르스크전 승리를 보고하면서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했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북한 동지들이 보여준 연대는 양국 관계의 동맹 수준을 확인시켰다. 양국 관계가 지속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28일 북한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국가수반의 명령에 따라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에 참전했다”며 북한군
문화일보 2025-05-08 11:41
‘코끼리 둘이 싸우면 정작 망가지는 것은 나무와 초원’이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코끼리 둘이 작정하고 싸우니 그간 평화와 번영을 누려 온 중소국들(나무)과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글로벌 무역 시스템(초원)이 망가지고 있다. 이 코끼리들이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싸우게 됐을까? 수십 년간 유례없는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와 성장을 이끌었던 동력은 미·중 간 불균형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4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1조 달러에 육박한다. 반면, 그해 중국의 무역흑자도 사상 최고로 1조 달러에 근접했다. 이 불
문화일보 2025-05-01 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