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기자
문화부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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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엔 신綠·하늘 사이 綠음·물길 따라 청綠… 초여름 청량함 가득한 경남 거창
거창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지금부터 장마 전까지는 어디든 초여름의 초록으로 가득한 때다. 한낮의 햇볕이 따갑고 기온도 높지만, 바람은 시원하고 습도는 낮아 쾌적하다.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에 온통 눈부신 초록으로 가득한 곳을 찾았다. 경남 거창이다. 최근 거창에 자연을 보는 멋진 전망대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거창에는 영호남을 통틀어 손꼽는 명승인 원학동(猿鶴洞)이 있다. 새로 지은 전망대가 ‘높은 시선의 공간’이라면, 시간의 이끼가 묻은 계곡은 ‘낮은 시선의 공간’이다. 거창은 높은 곳과 낮은 곳, ‘요즘 장소’와 ‘옛날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6-04 09:15 -
최부잣집 연못·붓다 거울·위버멘슈 기둥… 사유의 정원, 철학을 모사하다
양평=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여기 참으로 희한한 정원이 있다. 정원이긴 한데, 나무나 꽃 뭐 그런 것엔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고, 물길을 내고…. 그렇게 정성껏 가꾸고 몰두해서 이뤄내는 게 정원이 아닌가. 그런데 여긴 아니다. 정원이 붙들고 있는 건 ‘인문학적 서사’다. 자연의 미감이나 생태적 당위 대신 서사(敍事)를 정원의 대들보로 삼았으니, 정원을 구성하는 나무도, 꽃도, 물도 다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재료일 따름이다. 자연 하나하나가 단어이고, 문장이고, 부호다. 이 정원에서 모든 자연은 ‘무엇인가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28 09:30 -
희생된 소녀들과 전후 굶주린 삶… 흐린 날, 더 선명해진 ‘섬의 상처’
오키나와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일본 오키나와의 에메랄드빛 바다 뒤편에는 2차 대전 최대 지상전의 상흔이 남아 있다. 지상낙원의 풍경과 최악의 비극의 기억이 시차를 두고 같은 곳에 있는 셈이다. 맑은 날 오키나와 바다의 투명한 아름다움과 테마파크의 즐거움을 지난주 (上) 편에 썼으니, 이제는 비 오는 오키나와서 마주했던 과거의 기억 얘기다. 여행지에서 비극의 기억 얘기를 꺼내는 게 맞을까. 남국의 휴양지에 바다를 즐기러 온 여행자들에게 굳이 전쟁 얘기까지 말해야 하는 걸까. 흥분과 기대, 즐거움과 만족감을 나누기도 모자란 시간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21 09:18 -
공룡에 쫓기고 물 속 누비고… ‘짜릿한 일본’에 빠지다
구니가미(國頭·오키나와)=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오키나와에서 본 바다 이야기 일본 오키나와(沖繩)에 가서 에메랄드색 바다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다음 날 오전, 딱 그 한 번이었다. 산란하는 햇빛이 코발트색 바다 아래까지 투과하는, 그래서 물 위의 배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남국의 바다를 본 건 말이다. 그날 오후부터 추적추적 비가 왔고, 그 뒤로 사흘 넘게 줄곧 그랬다. 이른 장마라고 했다. 일정 내내 비가 내리더니 돌아오던 날에는 아예 폭우가 쏟아졌다. 짧게 보았던 오키나와의 바다는 황홀했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14 09:27 -
징검다리처럼 퐁당퐁당… 바다 위를 거닐어 ‘5개의 섬’을 만나다
군산·부안·고창=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바다 여행 하기에 ‘5월’이 좋은 이유 바다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가 가장 좋을까. ‘바다는 여름’이라는 사람도 있겠고 겨울 바다도 매력적이지만, 이제는 5월도 ‘가장 적당한 때’의 목록에 올릴 수 있다. 5월은 ‘바다 가는 달’이라서다. ‘바다 가는 달’이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해양수산부가 힘을 합해 펼치고 있는 해양 관광 활성화 캠페인이다. ‘바다 가는’이란 직관적 작명의 캠페인을 시행한 건 작년부터. 그러니까 ‘바다 가는 달’은 올해 두 번째다. 캠페인 목적은 국민이 연안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07 09:38 -
‘느릿느릿’ 차 몰고 이탈리아 속으로… 중세시대 박제된 ‘천공의 성’ 눈앞에
토스카나·라치오(이탈리아)=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이탈리아 중부를 드라이브로 여행하는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 피렌체에서 로마까지,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아가며 토스카나의 구릉 지대를 가로지르는 여행이다. 유럽 여행이 패키지에서 개인 자유여행으로 바뀌고, 렌터카 여행이 보편화하면서 생겨난 풍속이다. 비행기 표와 숙소만 예약하면 나머지는 핸들을 잡은 손이 결정한다. 어디서 멈출지, 어디서 더 머물지는 그날그날의 기분과 풍경이 알아서 정해준다. 이탈리아 중부 드라이브 여행의 무대는 크게 두 개의 주(州)에 걸쳐 있다. 토스카나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30 09:20 -
하늘길 오른 ‘올레길 대모’ 발자취를 따라… 치유의 오름·위안의 바다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올레길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 교문 앞. 제주 올레길 1코스의 출발지점에 섰다. 2007년 9월 올레길이 처음 시작한 자리다. 여기서 시작한 올레길이 제주 섬을 한 바퀴 돌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의 종점까지 오는 데 5년이 걸렸다. 2012년 11월 완성된 제주 올레길은 27개 코스, 437㎞다. 올레길 지도 앞에서 숫자를 헤아리다 새삼 깨달은 사실 하나. 아, 19년 전에는 올레길이 없었구나…. 올레길이 없었을 때 우린 제주를 어떻게 여행했을까. 제주의 해안과 한라산 중산간,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23 09:18 -
파도 파도… 끝없는 바다의 매력
글·사진 = 박경일 전임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5월 한 달 동안 해양관광 활성화 캠페인 ‘바다 가는 달’을 진행한다. 여행목적지를 ‘바다’로 한정한 관광캠페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지역 고유의 해양 관광자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하는 여행 캠페인이다. 올해는 특히 ‘5월은 바다 가는 달, 파도 파도 색다른’이란 구호에 걸맞게 프로그램이 다채로워졌다. 특히 여행자들이 연안 지역에 오래 머물면서 바다와 지역의 매력을 깊이 즐길 수 있도록 ‘체류형 여행’에 대한 혜택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23 09:14 -
바다서 길어올린 푸근한 삶… 숨고 싶을때 떠나는 섬
금일도(완도)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오래전의 일이다. 전남 완도의 섬 생일도를 취재해서 쓴 여행기사가 나간 뒤 독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뜸 시비조다. “왜 생일도만 기사로 쓰는 거요.” “예? 실례지만 어디신데요.” “금일도요, 금일도.” 금일도라면 생일도와 이웃한 섬이다. 이야기인즉슨 “금일도가 생일도보다 훨씬 좋은데, 왜 생일도만 취재해 썼느냐”는 힐난이었다. 쓴 기사를 놓고 항의는 받아봤어도, ‘안 쓴 기사’로 항의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금일도에 어떤 명소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기자 양반’이 찾아야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16 09:08 -
오지마을 호숫가에 켜진 ‘형광의 빛’…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옥천=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봄꽃보다 아름다운 수변의 신록 봄꽃이 지나고 나니 찬란한 신록의 시작이다. 신록은 꽃보다 더 전격적이고, 더 화려하다. 신록 중 최고는 수변에 피어난 신록이다. 물감을 왈칵 엎지른 것 같은 연두의 신록이 데칼코마니처럼 고요한 수면 위에 도장처럼 찍힌다. 잔잔한 수면은 빛이 산란하는 거대한 반사판이 되고, 연두색 잎사귀 뒷면을 투과한 빛은 형광으로 반짝인다. 지금 충북 옥천의 대청호에 가면, 그런 찬란한 신록을 볼 수 있다. 절정의 미감을 완성하는 자연조건은 두 가지. 첫째 짧아야 한다. 둘째 희소성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09 09:18 -
제주올레길 만든 서명숙 이사장 별세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이 7일 별세했다. 68세. 서 이사장은 2006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경험을 계기로, 고향 제주로 돌아가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이 힘을 합치는 방식으로 옛길을 살려 숲과 해안, 마을을 잇는 올레길을 만들었다. 고인이 만든 제주올레길은 여행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기도 했지만, 제주를 ‘우리 모두의 공간’으로 되찾아왔다는 의미도 있다. 처음 1코스가 생긴 2007년 무렵만 해도 제주올레길은 한동안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고비용 여행자를 불러들여야 한다는 정책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돈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08 11:51 -
1967년 문연 극장, 흑백TV 늘어섰던 소리사… 여기가 찐 ‘레트로 마을’
청도=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지도에 없는 지명… 느릅내 경북 청도의 남쪽에 ‘유천(楡川)’이 있다. 유천은 지명(地名)이지만, 지도에는 안 나온다. 공식 행정 지명은 청도읍 ‘내호리’와 ‘유호리’다. 그런데도 일대의 가게들은 죄다 ‘유천’이란 상호를 이마에 달고 있다. 유천극장, 유천주막, 유천우체국, 유천정미소, 유천농업사, 유천식육식당, 유천국수집…. 지도에는 없는 지명이, 어찌 된 일인지 가게 간판과 입말로 성하게 살아남아 있다. 유천은 조선 시대 동창천과 청도천이 T자로 만나는 곳에 있었다는 ‘유천역(楡川驛)’에서 비롯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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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처럼 퐁당퐁당… 바다 위를 거닐어 ‘5개의 섬’을 만나다
군산·부안·고창=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바다 여행 하기에 ‘5월’이 좋은 이유 바다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가 가장 좋을까. ‘바다는 여름’이라는 사람도 있겠고 겨울 바다도 매력적이지만, 이제는 5월도 ‘가장 적당한 때’의 목록에 올릴 수 있다. 5월은 ‘바다 가는 달’이라서다. ‘바다 가는 달’이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해양수산부가 힘을 합해 펼치고 있는 해양 관광 활성화 캠페인이다. ‘바다 가는’이란 직관적 작명의 캠페인을 시행한 건 작년부터. 그러니까 ‘바다 가는 달’은 올해 두 번째다. 캠페인 목적은 국민이 연안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07 09:38 -
‘느릿느릿’ 차 몰고 이탈리아 속으로… 중세시대 박제된 ‘천공의 성’ 눈앞에
토스카나·라치오(이탈리아)=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이탈리아 중부를 드라이브로 여행하는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 피렌체에서 로마까지,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아가며 토스카나의 구릉 지대를 가로지르는 여행이다. 유럽 여행이 패키지에서 개인 자유여행으로 바뀌고, 렌터카 여행이 보편화하면서 생겨난 풍속이다. 비행기 표와 숙소만 예약하면 나머지는 핸들을 잡은 손이 결정한다. 어디서 멈출지, 어디서 더 머물지는 그날그날의 기분과 풍경이 알아서 정해준다. 이탈리아 중부 드라이브 여행의 무대는 크게 두 개의 주(州)에 걸쳐 있다. 토스카나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30 09:20 -
희생된 소녀들과 전후 굶주린 삶… 흐린 날, 더 선명해진 ‘섬의 상처’
오키나와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일본 오키나와의 에메랄드빛 바다 뒤편에는 2차 대전 최대 지상전의 상흔이 남아 있다. 지상낙원의 풍경과 최악의 비극의 기억이 시차를 두고 같은 곳에 있는 셈이다. 맑은 날 오키나와 바다의 투명한 아름다움과 테마파크의 즐거움을 지난주 (上) 편에 썼으니, 이제는 비 오는 오키나와서 마주했던 과거의 기억 얘기다. 여행지에서 비극의 기억 얘기를 꺼내는 게 맞을까. 남국의 휴양지에 바다를 즐기러 온 여행자들에게 굳이 전쟁 얘기까지 말해야 하는 걸까. 흥분과 기대, 즐거움과 만족감을 나누기도 모자란 시간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21 09:18 -
바다서 길어올린 푸근한 삶… 숨고 싶을때 떠나는 섬
금일도(완도)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오래전의 일이다. 전남 완도의 섬 생일도를 취재해서 쓴 여행기사가 나간 뒤 독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뜸 시비조다. “왜 생일도만 기사로 쓰는 거요.” “예? 실례지만 어디신데요.” “금일도요, 금일도.” 금일도라면 생일도와 이웃한 섬이다. 이야기인즉슨 “금일도가 생일도보다 훨씬 좋은데, 왜 생일도만 취재해 썼느냐”는 힐난이었다. 쓴 기사를 놓고 항의는 받아봤어도, ‘안 쓴 기사’로 항의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금일도에 어떤 명소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기자 양반’이 찾아야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16 09:08 -
하늘길 오른 ‘올레길 대모’ 발자취를 따라… 치유의 오름·위안의 바다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올레길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 교문 앞. 제주 올레길 1코스의 출발지점에 섰다. 2007년 9월 올레길이 처음 시작한 자리다. 여기서 시작한 올레길이 제주 섬을 한 바퀴 돌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의 종점까지 오는 데 5년이 걸렸다. 2012년 11월 완성된 제주 올레길은 27개 코스, 437㎞다. 올레길 지도 앞에서 숫자를 헤아리다 새삼 깨달은 사실 하나. 아, 19년 전에는 올레길이 없었구나…. 올레길이 없었을 때 우린 제주를 어떻게 여행했을까. 제주의 해안과 한라산 중산간,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23 09:18 -
최부잣집 연못·붓다 거울·위버멘슈 기둥… 사유의 정원, 철학을 모사하다
양평=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여기 참으로 희한한 정원이 있다. 정원이긴 한데, 나무나 꽃 뭐 그런 것엔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고, 물길을 내고…. 그렇게 정성껏 가꾸고 몰두해서 이뤄내는 게 정원이 아닌가. 그런데 여긴 아니다. 정원이 붙들고 있는 건 ‘인문학적 서사’다. 자연의 미감이나 생태적 당위 대신 서사(敍事)를 정원의 대들보로 삼았으니, 정원을 구성하는 나무도, 꽃도, 물도 다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재료일 따름이다. 자연 하나하나가 단어이고, 문장이고, 부호다. 이 정원에서 모든 자연은 ‘무엇인가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28 09:30 -
전망대엔 신綠·하늘 사이 綠음·물길 따라 청綠… 초여름 청량함 가득한 경남 거창
거창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지금부터 장마 전까지는 어디든 초여름의 초록으로 가득한 때다. 한낮의 햇볕이 따갑고 기온도 높지만, 바람은 시원하고 습도는 낮아 쾌적하다.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에 온통 눈부신 초록으로 가득한 곳을 찾았다. 경남 거창이다. 최근 거창에 자연을 보는 멋진 전망대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거창에는 영호남을 통틀어 손꼽는 명승인 원학동(猿鶴洞)이 있다. 새로 지은 전망대가 ‘높은 시선의 공간’이라면, 시간의 이끼가 묻은 계곡은 ‘낮은 시선의 공간’이다. 거창은 높은 곳과 낮은 곳, ‘요즘 장소’와 ‘옛날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6-04 09:15 -
공룡에 쫓기고 물 속 누비고… ‘짜릿한 일본’에 빠지다
구니가미(國頭·오키나와)=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오키나와에서 본 바다 이야기 일본 오키나와(沖繩)에 가서 에메랄드색 바다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다음 날 오전, 딱 그 한 번이었다. 산란하는 햇빛이 코발트색 바다 아래까지 투과하는, 그래서 물 위의 배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남국의 바다를 본 건 말이다. 그날 오후부터 추적추적 비가 왔고, 그 뒤로 사흘 넘게 줄곧 그랬다. 이른 장마라고 했다. 일정 내내 비가 내리더니 돌아오던 날에는 아예 폭우가 쏟아졌다. 짧게 보았던 오키나와의 바다는 황홀했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14 09:27 -
파도 파도… 끝없는 바다의 매력
글·사진 = 박경일 전임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5월 한 달 동안 해양관광 활성화 캠페인 ‘바다 가는 달’을 진행한다. 여행목적지를 ‘바다’로 한정한 관광캠페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지역 고유의 해양 관광자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하는 여행 캠페인이다. 올해는 특히 ‘5월은 바다 가는 달, 파도 파도 색다른’이란 구호에 걸맞게 프로그램이 다채로워졌다. 특히 여행자들이 연안 지역에 오래 머물면서 바다와 지역의 매력을 깊이 즐길 수 있도록 ‘체류형 여행’에 대한 혜택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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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처럼 퐁당퐁당… 바다 위를 거닐어 ‘5개의 섬’을 만나다
군산·부안·고창=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바다 여행 하기에 ‘5월’이 좋은 이유 바다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가 가장 좋을까. ‘바다는 여름’이라는 사람도 있겠고 겨울 바다도 매력적이지만, 이제는 5월도 ‘가장 적당한 때’의 목록에 올릴 수 있다. 5월은 ‘바다 가는 달’이라서다. ‘바다 가는 달’이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해양수산부가 힘을 합해 펼치고 있는 해양 관광 활성화 캠페인이다. ‘바다 가는’이란 직관적 작명의 캠페인을 시행한 건 작년부터. 그러니까 ‘바다 가는 달’은 올해 두 번째다. 캠페인 목적은 국민이 연안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07 09:38 -
‘느릿느릿’ 차 몰고 이탈리아 속으로… 중세시대 박제된 ‘천공의 성’ 눈앞에
토스카나·라치오(이탈리아)=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이탈리아 중부를 드라이브로 여행하는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 피렌체에서 로마까지,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아가며 토스카나의 구릉 지대를 가로지르는 여행이다. 유럽 여행이 패키지에서 개인 자유여행으로 바뀌고, 렌터카 여행이 보편화하면서 생겨난 풍속이다. 비행기 표와 숙소만 예약하면 나머지는 핸들을 잡은 손이 결정한다. 어디서 멈출지, 어디서 더 머물지는 그날그날의 기분과 풍경이 알아서 정해준다. 이탈리아 중부 드라이브 여행의 무대는 크게 두 개의 주(州)에 걸쳐 있다. 토스카나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30 09:20 -
최부잣집 연못·붓다 거울·위버멘슈 기둥… 사유의 정원, 철학을 모사하다
양평=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여기 참으로 희한한 정원이 있다. 정원이긴 한데, 나무나 꽃 뭐 그런 것엔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고, 물길을 내고…. 그렇게 정성껏 가꾸고 몰두해서 이뤄내는 게 정원이 아닌가. 그런데 여긴 아니다. 정원이 붙들고 있는 건 ‘인문학적 서사’다. 자연의 미감이나 생태적 당위 대신 서사(敍事)를 정원의 대들보로 삼았으니, 정원을 구성하는 나무도, 꽃도, 물도 다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재료일 따름이다. 자연 하나하나가 단어이고, 문장이고, 부호다. 이 정원에서 모든 자연은 ‘무엇인가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28 09:30 -
바다서 길어올린 푸근한 삶… 숨고 싶을때 떠나는 섬
금일도(완도)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오래전의 일이다. 전남 완도의 섬 생일도를 취재해서 쓴 여행기사가 나간 뒤 독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뜸 시비조다. “왜 생일도만 기사로 쓰는 거요.” “예? 실례지만 어디신데요.” “금일도요, 금일도.” 금일도라면 생일도와 이웃한 섬이다. 이야기인즉슨 “금일도가 생일도보다 훨씬 좋은데, 왜 생일도만 취재해 썼느냐”는 힐난이었다. 쓴 기사를 놓고 항의는 받아봤어도, ‘안 쓴 기사’로 항의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금일도에 어떤 명소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기자 양반’이 찾아야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16 09:08 -
전망대엔 신綠·하늘 사이 綠음·물길 따라 청綠… 초여름 청량함 가득한 경남 거창
거창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지금부터 장마 전까지는 어디든 초여름의 초록으로 가득한 때다. 한낮의 햇볕이 따갑고 기온도 높지만, 바람은 시원하고 습도는 낮아 쾌적하다.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에 온통 눈부신 초록으로 가득한 곳을 찾았다. 경남 거창이다. 최근 거창에 자연을 보는 멋진 전망대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거창에는 영호남을 통틀어 손꼽는 명승인 원학동(猿鶴洞)이 있다. 새로 지은 전망대가 ‘높은 시선의 공간’이라면, 시간의 이끼가 묻은 계곡은 ‘낮은 시선의 공간’이다. 거창은 높은 곳과 낮은 곳, ‘요즘 장소’와 ‘옛날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6-04 09:15 -
공룡에 쫓기고 물 속 누비고… ‘짜릿한 일본’에 빠지다
구니가미(國頭·오키나와)=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오키나와에서 본 바다 이야기 일본 오키나와(沖繩)에 가서 에메랄드색 바다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다음 날 오전, 딱 그 한 번이었다. 산란하는 햇빛이 코발트색 바다 아래까지 투과하는, 그래서 물 위의 배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남국의 바다를 본 건 말이다. 그날 오후부터 추적추적 비가 왔고, 그 뒤로 사흘 넘게 줄곧 그랬다. 이른 장마라고 했다. 일정 내내 비가 내리더니 돌아오던 날에는 아예 폭우가 쏟아졌다. 짧게 보았던 오키나와의 바다는 황홀했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14 09:27 -
희생된 소녀들과 전후 굶주린 삶… 흐린 날, 더 선명해진 ‘섬의 상처’
오키나와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일본 오키나와의 에메랄드빛 바다 뒤편에는 2차 대전 최대 지상전의 상흔이 남아 있다. 지상낙원의 풍경과 최악의 비극의 기억이 시차를 두고 같은 곳에 있는 셈이다. 맑은 날 오키나와 바다의 투명한 아름다움과 테마파크의 즐거움을 지난주 (上) 편에 썼으니, 이제는 비 오는 오키나와서 마주했던 과거의 기억 얘기다. 여행지에서 비극의 기억 얘기를 꺼내는 게 맞을까. 남국의 휴양지에 바다를 즐기러 온 여행자들에게 굳이 전쟁 얘기까지 말해야 하는 걸까. 흥분과 기대, 즐거움과 만족감을 나누기도 모자란 시간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5-21 09:18 -
하늘길 오른 ‘올레길 대모’ 발자취를 따라… 치유의 오름·위안의 바다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올레길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 교문 앞. 제주 올레길 1코스의 출발지점에 섰다. 2007년 9월 올레길이 처음 시작한 자리다. 여기서 시작한 올레길이 제주 섬을 한 바퀴 돌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의 종점까지 오는 데 5년이 걸렸다. 2012년 11월 완성된 제주 올레길은 27개 코스, 437㎞다. 올레길 지도 앞에서 숫자를 헤아리다 새삼 깨달은 사실 하나. 아, 19년 전에는 올레길이 없었구나…. 올레길이 없었을 때 우린 제주를 어떻게 여행했을까. 제주의 해안과 한라산 중산간,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23 09:18 -
파도 파도… 끝없는 바다의 매력
글·사진 = 박경일 전임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5월 한 달 동안 해양관광 활성화 캠페인 ‘바다 가는 달’을 진행한다. 여행목적지를 ‘바다’로 한정한 관광캠페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지역 고유의 해양 관광자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하는 여행 캠페인이다. 올해는 특히 ‘5월은 바다 가는 달, 파도 파도 색다른’이란 구호에 걸맞게 프로그램이 다채로워졌다. 특히 여행자들이 연안 지역에 오래 머물면서 바다와 지역의 매력을 깊이 즐길 수 있도록 ‘체류형 여행’에 대한 혜택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
박경일 전임기자 | 2026-04-23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