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S010200581 오후여담
6509 | 생성일 2001-07-16 13:38
  • ‘세계의 목구멍’ 호르무즈[오후여담]

    ‘세계의 목구멍’ 호르무즈

    지정학 요충지를 일컫는 ‘세계의 목구멍’은 시대마다 달랐다. 과거에는 제국의 생명줄이던 식량 보급로가 중요했다. 로마는 이집트산 밀을 실어오던 시칠리아 섬 사이의 메시나 해협에 목숨을 걸었다. 중세 시대에는 단연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이었다. 우크라이나산 밀을 지중해로 빼내려면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 중심인 콘스탄티노플, 지금의 이스탄불은 ‘세계의 심장’이라 불렸다. 오스만제국이 1453년 이 해협을 봉쇄하자 유럽은 중국·인도를 향하는 새 항로 개척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그 부산물이 신대륙 발견이다. 아프가니스탄 북동부의 ‘와칸

    문화일보 | 2026-03-13 11:33
  • AI 노출도와 박사의 괴리[오후여담]

    AI 노출도와 박사의 괴리

    안전한 AI를 표방하는 미국의 생성형 AI 기업 앤스로픽이 이달 초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AI의 노동 시장 영향:새로운 측정 지표와 초기 증거’로 직업별 AI 노출도를 계산했다. 미국 표준직업 약 800개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업무에 AI를 얼마나 쓰는지 추적해 ‘AI 관측 노출도’ 지표를 만들었다. 이는 곧 ‘AI 대체 위험’ 값으로 노출도가 높을수록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큰 직업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르면 AI가 업무의 25% 이상 담당하는 직업이 이미 36%에 달하고, 75% 이상을 맡기는 직업은 4%로 나타났다. 노출도

    문화일보 | 2026-03-12 11:36
  • 이재명 대 김어준[오후여담]

    이재명 대 김어준

    김어준 씨가 매일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는 동시접속자만 평균 20만∼30만 명에 달하고 하루 조회 수만 100만 회가 넘을 정도로 좌파 진영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최근 몇 만 명이 빠져나갔지만, 구독자 수는 228만 명에 이른다. 구독자 중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 당원일 가능성이 큰데, 매일 김 씨가 한 말이 교과서가 될 정도여서 의원들은 공중파 섭외를 취소하고 김 씨 방송에 나갈 정도로 가장 우선시한다. 주간경향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166명 중 지난 1년간 김 씨 유튜브에 출연하지 않은 이는 65명에 불과했

    문화일보 | 2026-03-11 11:39
  • 조국 ‘거품론’[오후여담]

    조국 ‘거품론’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이후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으나, 가장 큰 피해자는 ‘대망론’까지 나왔던 조국 대표일 것이다. 원내 제3당의 존재감을 찾으려다 유탄을 맞은 격이다. 조 대표는 9일 창당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대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합당 제안 뒤 3주가 허비됐다”고 했다. 어설프게 엮인 합당 파동에 당 차원의 선거전략 차질은 물론 개인적 정치 행로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는 한탄이다. 더구나 끝난 것도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조 대표는 “민주당 내 합당 반대파가

    오승훈 논설위원 | 2026-03-10 11:37
  • 쿠르드족의 비애[오후여담]

    쿠르드족의 비애

    미국과 이란 전쟁에서 쿠르드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는 미국이 쿠르드족을 내세워 이란을 겨냥한 대리전에 나서면서다. 쿠르드족은 인구 3000만∼4000만 명 규모인 이란계 산악 민족이다. 수백 년간 독립 국가를 세우지 못한 채 이란·이라크·튀르키예·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강한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중동 분쟁에서 서방의 파트너 역할을 했지만, 이용 가치가 다하면 번번이 버려지는 비운의 역사를 겪어 왔다. 쿠르드 속담에 ‘산 외에는 친구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제1차 세계대전

    문화일보 | 2026-03-09 11:41
  • 트럼프식 지명[오후여담]

    트럼프식 지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기 출범식 날 플로리다주와 멕시코 사이의 멕시코만(灣)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알래스카주의 북미대륙 최고봉인 데날리산을 매킨리산으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산 명칭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문제지만, 굳이 따지면 미국 내부적 논란거리다. 그런데 멕시코만을 하루아침에 아메리카만으로 바꾸는 것은 외교적 분란 소지가 크다. 이웃국인 멕시코의 반발이 뻔한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밀어붙였다. AP통신이 멕시코만 표기를 고수하자 취재 제한 조치를 내려 수정헌법 제1조

    문화일보 | 2026-03-06 11:40
  • 헌재 小이기주의[오후여담]

    헌재 小이기주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법원과 법조계·학계·시민사회단체 반대에도 강행 처리하면서 헌재가 최고법원 지위에 오르게 됐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확정판결도 헌재가 뒤집을 수 있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 헌법 제101조 위반이며 4심제가 돼 국민에 막대한 피해를 가할 것이란 ‘소송 지옥’ ‘희망 고문’ 지적에도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위헌 심판을 업으로 삼는 헌재가 ‘위헌 입법’을 대놓고 찬성한 조직 이기주의, 소아(小我)가 아쉽다. 재판소원 도입이

    문화일보 | 2026-03-05 11:29
  • 이그노벨상과 다윈상[오후여담]

    이그노벨상과 다윈상

    과학계에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이 있다. ‘처음에는 황당하지만, 결과적으로 생각하게 만든 의미 있는 연구’에 주는 상이다. 노벨상(Nobel Prize) 앞에 ‘ignoble(불명예스러운)’을 떠올리게 하는 접두사 ‘Ig’를 붙여 패러디한 상이지만 물리학, 의학, 생물학, 경제학, 평화상 등 분야별로 시상할 정도로 나름 권위를 갖춘 상이다.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자석을 이용해 개구리를 공중에 띄운’ 연구로 2000년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자기장이 생체 물질에 영향을 준

    문화일보 | 2026-03-04 11:24
  • AI 디스토피아[오후여담]

    AI 디스토피아

    7000 단어의 짧은 보고서 하나가 세계를 뒤흔들었다. 제임스 반 길런이 세운 미국의 시트리니 리서치가 내놓은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다. ‘오늘 아침 발표된 실업률은 10.2%로 예상보다 0.3%포인트 높았다….’ 2028년 6월의 어느 하루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숫자와 그래프로 가득한 다른 보고서와 결이 달랐다. 인공지능(AI)이 화이트칼라를 몰아내고, 이로 인해 소득과 소비가 줄어들면, 결국 금융 시스템 붕괴와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는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AI를 혁신의 도구가 아니라 파괴자로

    문화일보 | 2026-03-03 11:45
  • 이름 전쟁[오후여담]

    이름 전쟁

    1991년 유고슬라비아 붕괴 후, 연방 내 ‘마케도니아 공화국’은 독립하면서 국호를 그대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즉각 그리스가 반대하고 나섰다. 그리스 안에 ‘마케도니아’라는 행정구역이 있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부도 그리스 영토에 속한다는 이유였다. 마케도니아라는 이름과 상징을 쓰지 말라는 요구였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나토·EU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2018년 27년에 걸친 갈등과 협상 끝에 국호를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 이름 전쟁은 결국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위에

    문화일보 | 2026-02-27 11:21
  • 공천과 야전복[오후여담]

    공천과 야전복

    제21대 국회 때 최연소로 국회에 진입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본회의장에 분홍색 계열의 원피스 차림으로 출석한 것을 두고 큰 논란이 일었다. 20대의 발랄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국회의원의 품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를 계기로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법(제25조)에 ‘국회의원으로서 품위 유지 규정’이라는 포괄적인 원칙보다는 구체적인 복장 규정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국회의 품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의원 복장이 어떤 복장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최소주의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문화일보 | 2026-02-26 10:57
  • 명·청 ‘수박 전쟁’[오후여담]

    명·청 ‘수박 전쟁’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정청래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 몸…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라고 했다. 친명(친이재명)계 강성 당원들의 ‘수박’(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 공격에 대한 유화책이었다. 수박밭을 찾아가선 “그 어려운 수박의 길, 제가 왜 걷겠냐. 저는 수박이 아니다”라면서, 큰 수박을 든 사진을 공개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 의원이 박찬대 의원을 누르고 당 대표에 오른 뒤에도 의구심이 줄지 않았다. 당청 간 불협화음이 노출될 때마다 친명계는 들끓었다. 정 대표가

    오승훈 논설위원 | 2026-02-25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