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S010201331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
180 | 생성일 2006-04-25 14:55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알도 중위와 ‘개떼들’ 대원… 나치에 잔혹한 ‘피의 복수’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은 그에게 더 이상 할리우드 악동감독 따위의 별칭을 붙이기 어렵게 하는 작품이다. 타란티노는 이제 명백히 거장의 대열에 올라섰으며 그의 연출 기량은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타란티노라는 인물이 역사와 정치, 각종의 문화적 인식이 얼마나 깊은지, 이 사람이야말로 세계 영화계의 진정한 지식인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은 ‘저수지의 개들’에서 ‘데쓰 프루프’에 이르는 그의 전작 모두의 성과를 집대성한 작품이자 대표격 작품이다. ‘펄프 픽션’이나 ‘킬 빌1, 2’같은 영화도 이번 작품에 비하면 소품이라는 인상을 준다. 일단 줄거리를 요약하기가 만만치 않다. 외견상으로는 알도 중위(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특수부대 ‘개떼들’의 활약이 기둥을 형성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것은 전체 이야기 가운데 일부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이처럼 중심이 주변이 되고 주변이 중심이 되는, 변증법의 미학이 돋보인다. 그래서 그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 듯, 모두가 주인공이며 또 그렇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상?

    문화일보 | 2009-10-28 13:50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외계인 난민’에 투영된 지구 현실

    새로운 외계영화란 이런 것이다. 더 나아가 새로운 영화란 이런 것이며 영화가 미래를 담아낸다는 의미란 이런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올해 서른 살에 불과한 신예 닐 브롬캠프는 달랑 단편 한편의 전력만으로 세계 영화권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SF영화 ‘디스트릭트9’를 만들어냈다. ‘디스트릭트9’은 일단 설정부터가 새롭다. 시대배경은 가까운 미래의 어느 시점.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외계 우주선이 불시착한 지 28년째가 되는 해다. 그동안 아사 직전의 외계인 100만명이 구조돼 요하네스버그에 임시 수용돼 왔다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구조 당시 100만명이었던 외계인들은 이제 280만명으로 늘어난 상태. ‘디스트릭트 나인’으로 불려 온 이 수용소가 점점 더 무법지대화 되자 각국 정부는 외계인관리국제기구인 MNU(Multi National United)를 만들고 이들을 새로운 강제수용소로 이주시키기로 결정한다. 이 이주계획의 총책임자는 비커스. MNU 사무총장의 사위이기도 한 비커스는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함께 이주 과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비커스

    문화일보 | 2009-10-21 13:50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웃긴데 웃기만 할 수 없는 얘기들

    나이 60이 넘어 집에서 한 끼만 얻어 먹으면 일식 ‘씨’로 불린다. 두 끼를 얻어 먹으면 이식이 ‘놈’, 세 끼를 다 얻어 먹으면 삼식이 ‘새끼’가 된다. 60 넘은 노년들이 점심시간에 모여 와르르 깔깔 웃어대며 하는 농담이다. 이들 중에는 요즘 들어 모임에 잘 나오지 않는 친구도 있는데 얼마 전 늙은 아내에게 이혼을 ‘당한’ 사람들이다. 임순례 감독의 유쾌한 블랙코미디 ‘날아라 펭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황혼이혼 문제부터 기러기 아빠(영화 제목은 독수리, 기러기, 펭귄, 참새 아빠 얘기가 나오는 이 에피소드에서 나왔다), 조직 내 소수자의 문제(여기서는 공무원 사회 내의 한 채식주의자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조기 영어교육에 병들어 가는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다룬다. 옴니버스이긴 한데 에피소드마다 캐릭터들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아이 영어 몰입교육에 ‘광분해’ 있는 엄마(문소리)는 구청 직원이고, 동료 직원 가운데 한 명(최규환)이 채식주의자이며, 이 사람으로부터 떡볶이 요리를 배우는 과장(손병호)이 바로 기러기 아빠라는 식이다. 과장의 아버지(박인환)는 ?

    문화일보 | 2009-10-07 14:17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말기암 환자, 여행을 떠나다

    다소 황당하긴 하더라도 죽음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차라리 낫다. 준비할 시간 따위, 슬퍼하고 말고 할 것 없이 훌쩍 떠나는 것이 좋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건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여행을 떠나는 기분과 같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캐나다 영화 ‘원 위크’는 죽음으로 향하는 로드 무비다. 그렇다고 무슨 지옥불로 뛰어든다는 얘기가 아니라 뜻하지 않게 죽음을 맞게 된 한 젊은이가 ’그러기 전에’ 실컷 여행을 다닌다는, 우울하지만 유쾌하고, 또 그렇게 웃다가도 가만히 마음 한 구석을 토닥이며 침잠하게 되는 영화다. 그리고 이렇게 되묻게 된다. 인생에서 죽음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작가 지망생으로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인 벤(조슈아 잭슨)은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듣게 된다. 의사로부터 당신은 곧 죽게 된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 것인데 그게 마치 두 식구가 앉아서 밥먹으며 대화를 하는 모양새다. 의사는 말한다. “좋지 않은 소식을 알려 드려서 죄송하군요. 당신은 암 4기입니다.” 벤이 되묻는다. “암은 몇기까지 있나요?” 의사가 답한다. “4기예요.” 곰곰이 생각해

    문화일보 | 2009-09-30 14:18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소비와 탐닉에 빠진 도시 청춘 ‘자본주의의 무한 욕망’ 암시

    할리우드 최고의 청춘스타 애슈턴 커처의 ‘S러버’는 한마디로 ‘아찔한’ 영화다. 매력남이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들(idol)’스러워서 청소년 영화배우로 느껴졌던 커처가 섹스 장면을 보여줘서만은 아닌 듯싶다. 표현수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입사가 슬쩍 흘린 홍보문구만으로도 8가지 체위가 나온다는데 영화를 본 사람들 기억엔 그 이상이다. 20대의 커처와 과감한 섹스신을 벌이는 40대 앤 헤이시의 농염한 육체란! 영화란 때론 이렇게 머리보다는 몸으로 먼저 느끼게 하는 맛을 준다. ‘S러버’의 줄거리는 간단한 듯하면서도 간단치 않다. 겉으로는 ‘번쩍번쩍’ 가벼운 척하지만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혼돈과 방황의 의식, 그 내면에 대한 성찰(!)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 관객이라면 쉽게 들어보지 못했을 법한 영화 ‘미드나이트 카우보이’와 ‘아메리칸 지골로’가 떠올려지는 이 영화는 어쩌면 두 작품을 절묘하게 뒤섞어 2000년대판으로 내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미드나이트 카우보이’는 존 슐레진저 감독의 1969년 영화로 더스틴 호프먼과 존 보이트가 주연을 맡았

    문화일보 | 2009-09-23 13:48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경쟁보다 축제… 상업·예술 영화 모두 아울러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10~19일)는 몇 가지 점에서 특징적이다. 일단 상영 편수가 세계 최다급이다. 올해로 34번째인 이번 행사에도 단편 64편을 포함해 모두 335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편수가 많은 만큼 특정 장르에 치중되지 않는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모두 아우른다. 한마디로 백화점이다. 경쟁보다는 페스티벌, 곧 영화축제를 지향한다. 우리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사실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는 별도의 개막식이 없다. 개막작 상영 때 캐머런 베일리 공동집행위원장이 나와 약식 인사말 정도를 할 뿐이다. 심지어 개막작 배우들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도 없다. 올해 개막작인 ‘크리에이션’의 남녀배우 폴 베타니와 제니퍼 코널리는 무대에 잠깐 올라와 한마디의 인사말도 없이 눈인사만 하고 내려갔다. 마치 어서 영화를 보라는 듯한 태도들이다. 밤에 열리는 개막파티는 영화제 관계자들, 수입배급업자들 차지다. 배우들은 이 파티에 얼씬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토론토국제영화제가 처음인 사람은 ‘영화제가 너무 싱겁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하루

    문화일보 | 2009-09-16 14:19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미제사건 뒤의 ‘그림자’ 우리 사회는 투명한가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미제사건 뒤의 ‘그림자’ 우리 사회는 투명한가

    1997년 4월8일 오후 10시쯤,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홍익대에 재학중이던 조중필군이 온몸을 난자당한 채 발견된다. 용의자는 갓 스물이 된 한국계 미국인 2명.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와 미국인 혼혈아 아서 피터슨이다. 처음엔 명백히 피터슨이 살해한 것으로 지목되지만 검찰은 수사 결과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발표한다. 하지만 사건은 이때부터 기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한다. 리와 피터슨 둘 다 철저하게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기 때문이다. 2명 중 1명은 범인이 확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한 둘 다 범인이 아닌 꼴이 돼버리고 만 것. 결국 두사람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고 사건은 영원한 미궁으로 빠진다. 과연 조군은 누가 죽였는가. 10여년 전에 발생했던 실제 사건을 영화로 만든 홍기선 감독의 ‘이태원 살인사건’은 리와 피터슨, 영화 속 이름으로는 알렉스(신승환)와 피어슨(장근석)인 두 사람 가운데 범인이 과연 누군가를 밝히려는 척한다. 하지만 영화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때나 지금이나 권력과 자본에 의해 얼마나 무방비 상태로 내몰릴 수 있는가이다. ‘범인은 과

    문화일보 | 2009-09-09 14:08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善·惡 너무 명확해 2% 부족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제작자로 나섰다고 해서 화제를 모은 공포 스릴러 ‘오펀-천사의 비밀’은 매력과 짜증을 오가는 작품이다. 베라 파미가와 피터 사스카드 등 B급이긴 하지만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이 나온다는 점에서는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압축적이지 못하고 다소 중언부언한다는 점으로 보면 여지없이 ‘2% 부족함’이 느껴진다. 세 번째 아이를 유산으로 잃은 후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는 콜먼 부부, 곧 케이트(베라 파미가)와 존(피터 사스카드)은 새로운 아이를 입양함으로써 그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수녀들이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9살짜리지만 비상한 느낌이 드는 소녀 에스더(이사벨 펄먼)를 만난 이들은 단박 이 아이에게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에게 입양돼 집으로 들어 온 이사벨은 순식간에 집안을 풍비박산으로 만든다. 에스더는 가족 한명 한명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점차 에스더의 끔찍한 과거와 그 비밀을 알게 된 케이트는 아이에게 맞서려고 하지만 남편 존은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할리우드 공포영화에서 온몸을 전율케 하는 사건에 맞서 집안을 구하는 인물은 ?

    문화일보 | 2009-09-02 14:12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당혹스러운’ 15편이 던지는 디지털 영화에 대한 ‘화두’

    디지털 영화만을 모아 상영하는 ‘시네마디지털서울필름페스티벌(CinDi)’은 당혹스러우면서도 유쾌하고, 충격적이면서도 지루한, 한마디로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는 영화제다. 올해로 3회째임에도 불구하고 ‘시네마디지털서울’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것은 그 어느 영화제에서보다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19~25일까지 열린 이번 영화제에서는 공식 경쟁작 15편을 두고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어김없이 논란과 논쟁, 양보할 수 없는 극단의 평가들이 이어졌다. 디지털 영화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디지털 영화의 미래와 아울러 영화미학 자체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이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올랐다. 디지털 시대에 그 누구라도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가 모두 다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인지에 대해 새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어쩌면 이 ‘당혹스러운’ 영화들은 우리가 기존 영화의 관습에 얼마나 길들여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니냐는 반성도 갖게 했다. 경쟁작 15편은 다양한 장르, 다?

    문화일보 | 2009-08-26 14:00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믿음의 강요’가 만드는 비극

    충무로에서 가장 감각적인 제작자로 이름을 날렸던 고 정승혜 프로듀서의 유작 ‘불신지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나온 한국 공포영화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수작이다.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 이용주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2003년 ‘4인용 식탁’과 ‘장화, 홍련’ 등 수작들이 한창 쏟아져 나왔던 공포영화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때의 작품들처럼 ‘불신지옥’은 공포란 이유를 알 수 없는 무엇이 아니라 결국 우리들이 저질러 놓은 무엇에 의해 생성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공포란 불가지(不可知)나 불가항력(不可抗力)의 무엇이 아니라 다분히 사회구조적이며 인간관계의 잘못에 의해 파생되는 부산물이란 것이다. 서울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을 전전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희진(남상미)은 어느 날 밤 동생 소진(심은경)으로부터 이상한 전화를 받는다. 감기 고열로 동생의 전화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희진은 곧이어 아침에 걸려 온 엄마(김보연)의 전화를 받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동생이 하루 전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급히 집이 있는 소도시의 아파트로 달려간 희진은 이후 하루하루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에 정신을 차릴

    문화일보 | 2009-08-19 14:39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가난한 자들의 ‘소박한 욕망’ 범죄까지도 연민케 만든다

    ‘눈먼 자들의 도시’의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이번엔 메가폰을 잡지 않고 프로듀서, 곧 제작을 맡은 영화 ‘아빠의 화장실’은 제목이 주는 것과는 달리 코믹한 느낌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물론 극중 인물들, 특히 아버지 캐릭터는 많은 부분 희화돼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톤은 가슴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르는 영화다. 메이렐레스는 자신의 촬영감독 출신인 세자르 샬론과 시나리오를 쓴 엔리케 페르난데스 공동감독을 통해 마치 전작의 주제를 변주해 내려는 듯 ‘눈먼 자들’ 때문에 버림받은 한 작은 ‘도시’의 지리멸렬한 삶을 그려낸다. 그런데 그 삶의 풍경은 결코 낯설지가 않다. 지금 여기 이 땅에 살고 있는 무수한 아버지의 마음속에도 그 같은 유황도가 펼쳐져 있다. 이 영화는 먼 땅의 얘기나 과거의 얘기가 아니라 영화를 보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감각과 통시성을 지닌 작품이다. 시대배경은 1988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가 브라질 등 남미를 방문하던 때다.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들인 이들이 열광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브라질 국경에 인접해 살아가는 우루과이의 빈?

    문화일보 | 2009-08-12 14:10
  •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동시 상영관>‘해운대’ 흥행요소는 눈요기?… 이야기!

    해운대 일대를 쓸어버리는 쓰나미의 모습으로 기세등등, 흥행 수위를 달리고 있는 재난영화 ‘해운대’는 사실 대규모의 해일을 보여주는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성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재난영화인 척, 촘촘히 짜 놓은 드라마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해운대’는 영화란 역시 볼거리만이 아니라 이야기가 충만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역설하는 작품이다. 충무로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감독 중 한 명인 윤제균은 ‘해운대’를 재난영화가 아니라 홈드라마 형으로 만들어 승부수를 던졌다. 개봉 2주 만에 500만명을 넘은 흥행지수는 그의 전략이 적중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러닝타임 1시간이 지나도록 쓰나미의 전조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해운대를 둘러싼 자잘한 일상들을 엮어 내는 데 주력한다. 윤제균의 장점은 다양한 캐릭터를 병렬적으로 배치하되 기계적으로 결합시키지 않고 때론 이를 중층적이고 다면적인 면모로 엮어 냄으로써 ‘현실의 인간’들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는 데 있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늘 희극적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생활 환경은 그리 넉넉하거나 풍

    문화일보 | 2009-08-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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