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힘쎈 여자 도봉순, 힘의 논리에 대한 전복적 상상력
사람들은 남들보다 강한 힘을 갖고 싶어 한다. 무한생존 경쟁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힘은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본능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타고난 엄청난 힘을 감추고 살아가는 여자가 있어 화제다. 가벼운 닭싸움만으로 상대방의 꼬리뼈를 부러뜨리는 괴력을 가진 그녀는 서울 도봉구 도봉동에 사는 도봉순(박보영)이다. 물론 실존 인물은 아니고 JTBC 금토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의 주인공이다. 서울의 실제 지명과 동일한 동네인데 드라마에서는 가상의 공간임을 강조한다. 경쾌한 분위기의 로맨틱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힘이 약한 여성이 살해당하고, 폭행당하고, 납치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아 실제 동네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도봉동에서 20년을 살고 있는 엄마 황진이(심혜진)의 도봉동 사랑이 무색해지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여자들을 노리는 흉악범을 상대로 펼쳐질 도봉순의 활약이 도봉동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도봉순의 괴력은 모계 혈통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결과다. 가상의 상황이지만, 도봉?
문화일보 | 2017-03-08 14:38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김과장, 요지경 세상의 약자들을 위한 살풀이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가 있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라고 풍자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옛날 노래가 문득 떠오른 건 지금 우리 세상이 요지경이라 그렇다. 요지경 세상을 직시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땐 웃음을 무기로 장착한 코미디의 풍자가 매력적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이 그렇다. 과장된 웃음 속에 담긴 “남의 돈을 10원이라도 부정하게 먹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이것을 당연시하고 합리화하는 것도 벌을 받아야 한다”는 도덕률이 인상적이다. 이 드라마는 이른바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더 큰 한탕을 노리고 입사한 TQ그룹에서 부정과 불합리에 맞서는 활약상을 경쾌하면서도 진중하게 다룬다. 이야기는 김성룡이 군산에서 서울로 입성하면서 시작된다. 나이트클럽 조직폭력배의 뒤를 봐주며 소소하게 자금을 삥땅치며 살던 김성룡은 자신이 모시던 조직폭력배와의 오해로 더 이상 삥땅을 칠 수 없게 된다. 때마침 대기업 TQ그룹 경리과장 채용 공고를 본 그는 반신반의하면서 이력서를 제출했다가 덜컥 합격한다. 크게 한 탕해서 덴마크로 이민 갈 생각으로 TQ그룹에 입사한 김성룡의 ?
문화일보 | 2017-02-22 15:59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역적:백성을 훔친 도적’…폭정의 시대가 만든 민중영웅 홍길동
민심(民心)을 거스르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 대의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는 물론이고, 왕조시대에도 통했던 절대 진리이다. 교수신문에서 2016년을 결산하는 사자성어로 순자(苟子) 왕제(王制) 편에 나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도 이러한 정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 드라마는 잘 알려진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홍길동이 아니라 1500년 가을에 의금부 위관이 임금에게 잡았다고 보고한 강도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민중사극이다. 대대로 내려가면서 남의 종을 하는 ‘씨종’ 아모개(김상중)의 아들이자 아기장수로 태어난 역사(力士) 홍길동(이로운·윤균상)의 영웅적 면모를 담고 있다. 위정자는 강도라고 하지만 민중은 그를 영웅으로 추앙한다. 임금으로부터 ‘백성을 훔친 도적’이라는, 그래서 ‘역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의미의 제목이 불손하게 느껴지지 않는 까닭이다. 홍길동은 자신의 비범한 능력을 모른 척하며
문화일보 | 2017-02-15 14:38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사임당, 빛의 일기…현모양처에서 예술가로의 자리 이동
한국어에서 ‘어머니’는 삶의 모든 것이 농축된 단어 가운데 하나다. 어머니는 삶의 뿌리이자 가지이며 줄기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을 진리에 가깝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언제나 희생과 헌신의 이미지가 덧붙여져 있다. 천재적 재능의 화가였음에도 불구하고 ‘현모양처’로 각인된 신사임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SBS 드라마스페셜 ‘사임당, 빛의 일기’는 역사적 인물 신사임당을 현재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기획 의도에서 현모양처의 틀을 깨고 봉건시대의 억압에 맞서 예술가로서의 신사임당의 삶을 현대적 감각으로 그려내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밝힌다. 이를 위해 조선시대의 신사임당(이영애)과 현대의 서지윤(이영애) 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으로 시간을 변주시킨다. 하지만 시간강사 서지윤이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한 신사임당과 접목되는 지점이 매끄럽지 못해 아쉽다. 서지윤은 전임교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미술사학계의 실력자인 지도교수 민정학(최종환) 밑에서 온갖 궂은일을 다 하면서 집안일까지 책임진다. 봉건시대 여성과 별로 다르지 않은 삶이다. 대학에서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
문화일보 | 2017-02-08 14:58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피고인, 기억마저 조작되는 세상을 향한 경고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국정농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법치주의 국가이기에 모든 것이 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주권자인 국민의 속은 답답하기만 하다. “모릅니다”와 “기억나지 않습니다”를 남발하면서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는 법률 전문가들의 행태에, 이른바 ‘법꾸라지’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정치 상황이 그래서인지,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 드라마는 기억이 조작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상황에서 시작한다. 강력사건 전담부서인 서울 중앙지검 강력부의 에이스 검사 박정우(지성)는 차명그룹 부사장 차민호(엄기준)의 별장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다가 가족을 죽인 살인범으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별장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차민호가 죽인 쌍둥이 형 차선호(엄기준)를 대신한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의 실체를 밝히려다가 기억을 잃고 피고인 신분으로 교도소에서 눈을 뜬 것이다. 그로서는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법대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중앙지검에서 함께 근무했
문화일보 | 2017-02-01 14:19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화랑, 신라 화랑들의 도전정신… 지금은?
청춘은 열정과 패기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들이다.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이다. 하지만 무한경쟁구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지금 우리 시대의 청춘들은 아름다움을 상실했다. 기성 질서에 편입하기 위해 세상이 요구하는 스펙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열정이나 패기는 언감생심이다. 그래도 청춘은 청춘이어야 한다. 미래 세대의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신라시대 청춘들의 성장담을 그린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을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이 드라마는 화랑도의 정신을 상징하는 세속오계를 실천했던 화랑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다. 천민촌에서 이름도 없이 자유롭게 생활하던 무명(박서준)이 죽마지우 막문(이광수)의 진짜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천인에게 금지된 성문을 넘어 왕경에 숨어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명은 이름을 짓지 말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 때문에 갖게 된 이름인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처럼 삶에 대한 미련 없이 바람처럼 살던 인물이다. 원래 이름이 선우였던 막문의 옷과 통행패를 들고 성문을 넘어 왕경에 있는 안지공(최원영)의 집에 갔다가 아로(고아라)를 만나 선우의 이름으로 오라비 행세를 하게 된다. 아로는 진?
문화일보 | 2017-01-25 14:52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불어라 미풍아, 탈북자 가족의 남한 정착기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물리적 공간 개념에도 변화가 생겼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급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혈육의 정이 그렇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렇다. 그런데 혈육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는 분단과 이산의 비극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정치 현실에서 탈북자 가족과 실향민의 아픔을 주목한 가족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남북 분단이 고착되면서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탈북자와 실향민 가족의 사연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돋보인다. 탈북자를 낯선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한 현실에서 탈북자 가족의 남한 생활은 시련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마카오 국제학교에서 인연을 맺었던 북한 소녀와 남한 소년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 사랑하면서 겪는 시련의 대부분이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한 것도 그래서이다. 마카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미풍(임지연)은 평양음악대학?
문화일보 | 2017-01-18 10:59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불안사회의 가족 풍경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불안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거 불안 문제는 ‘리터루족’이 생겨날 정도로 심각하다. ‘리턴(return)’과 ‘캥거루족’을 합성한 ‘리터루족’은 독립해서 가정을 꾸렸다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부모 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MBC 주말특별기획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는 이런 세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 드라마는 결혼해서 분가한 자식들이 부모의 유일한 재산인 3층 빌라에 얹혀살기 위해 이사 들어오는 소동으로 시작한다. 전직 기자 출신으로 사기꾼 처남의 감언이설에 속아 황당한 사업에 투자했다가 집을 날린 장남 한성훈(이승준)과 서혜주(김선영) 부부, 변호사라는 본업이 무색하게 어쭙잖은 시사평론가로 방송 출연하는 것을 더 좋아해서 벌이가 신통치 않은 차남 한성식(황동주)과 강희숙(신동미) 부부의 이사 소동을 도입부에 배치함으로써 ‘리터루족’의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한형섭(김창완)과 문정애(김혜옥) 부부는 사업이 망해 집을 날린 장남에 올려줄 전세금이 없다며 무작정 이삿짐을 싸들고 쳐들어온 차남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부모님을 모시겠다는 ?
문화일보 | 2017-01-11 11:07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도깨비’ 불멸의 삶, 행복일까 저주일까
불멸의 삶은 가능하지 않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노화를 늦추고 생명을 일부 연장할 수 있게 되었어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인간이 불멸의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는 불멸의 삶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불멸의 삶을 살아가는 도깨비를 통해 신의 선물이 인간에게는 저주일 수 있음을 강조한 상황 설정이 흥미롭다. 주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고려 무사 김신(공유)은 백성의 염원으로 부활하여 불멸의 삶을 살게 된다. 신이 김신에게 내린 불멸은 상이면서 벌이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모든 죽음을 기억하며 홀로 불멸의 삶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김신은 불멸의 삶을 끝내고 무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의 가슴에 꽂힌 검을 뽑아줄 신부를 찾는다.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라는 말 속에 900년이 넘는 세월을 살던 김신은 어느 날 자신을 도깨비 신부라고 소개하는 열아홉 살의 여고생 지은탁(김고은)을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김신은 삶을 끝내고 싶은 의지와 사랑하는 사람
문화일보 | 2017-01-04 11:37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문제적 현실의 해법을 모색했던 2016년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사자성어가 그 어느 해보다 실감 나는 세밑이다. 현실이 얼마나 기가 막힌지, 10여 년 전에 등장하여 이제는 대체 불가능한 용어가 된, 이른바 ‘막장드라마’들도 별로 화제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2016년은 드라마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국정농단이 자행된 정치 현실에 기함할 수밖에 없었던 한 해였다. 정경유착이나 지하경제의 폐해를 다룬 드라마들이 오히려 약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최근 몇 년 동안 비과학적이고 초자연적인 판타지 기법을 차용한 드라마들이 많았던 것도 현실에서 은폐되고 왜곡된 진실 규명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쾌락과 희열의 주이상스(Jouissance) 차원에 머물러 있던 판타지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을 해결하는 기법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방증이다.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형사가 낡은 무전기로 교신하면서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한다는 비과학적 설정이 독특했던 tvN ‘시그널’(사진)이 대표적이다. “세상에는 묻어도 될, 잊어도 될 범죄는 없다”는 신념으로 억울한 피해자
문화일보 | 2016-12-28 15:16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역도 요정 김복주, 도전정신으로 빛나는 靑春
청춘은 시대를 초월하여 도전정신과 열정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패배의식과 좌절을 의미하는 단어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경제적 절망이 가장 큰 원인일 터이다. 한때 시청률 보증수표로 여겨졌던 청춘드라마가 최근 주춤한 것도 이런 사회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역도 요정 김복주’는 역도와 수영 그리고 리듬체조를 전공하는 체대생들의 순수한 사랑과 꿈을 향한 도전정신을 싱그러우면서도 발랄하게 그린 청춘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한얼체육대 역도선수 김복주(이성경)와 수영선수 정준형(남주혁)의 어설퍼서 아름답고 순수한 짝사랑과 첫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성장통에 초점을 맞춘다. 김복주는 역도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천하장사 소리를 들으며 성장해 역도부의 에이스로 주목받는 체대생이다. 그녀는 아버지가 주워온 화장대를 주인에게 갖다 주기 위해 나갔다 우연히 부딪힌 정재이(이재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1년 내내 바벨을 드느라 손에 굳은살이 박여도 아무렇지 않았던 김복주가 비만클리닉 의사 정재이를 짝사랑하면서 상사병을 앓게 된 것이다. 역도선수라는 사실을
문화일보 | 2016-12-21 10:56 -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푸른 바다의 전설, 발랄하면서도 슬픈 인어의 사랑법
사랑이 영원하다는 것은 세상의 수많은 통념 가운데 하나에 속한다. 사랑이 변하지 않고 영원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통념이다. 그 어떤 시련과 고난에도 변하지 않는 순수한 감성을 사랑이라 믿고 있는 꼴이다. 진부하고 상투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청춘남녀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는 여전히 대중을 사로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절대적이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비현실적인 판타지와 다르지 않다. 자칫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즐기는 동화로 치부될 수도 있다. 조선 중기에 편찬된 ‘어우야담(於于野談)’의 인어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은 SBS 드라마스페셜 ‘푸른 바다의 전설’도 그렇다. 깊고 깊은 바다에서 첨단 문명의 전시장인 도시에 온 인어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사기꾼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환상적으로 펼쳐 놓는다. 이 드라마의 인어는 거품이 되어 사라진 안데르센 동화의 슬픈 인어공주가 아니다. 육지에서 만난 첫 번째 인간이자 남자인 허준재(이민호)를 찾아 도시로 왔다가 생활고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인어다. 먹성이 좋아 무엇이든 잘 먹지만, 인간 세계의 규칙이나
문화일보 | 2016-12-14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