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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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의 대통령’은 없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불과 3개월여 앞둔 시점에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를 검찰에 고소했다. 그것도 반대편 야당 소속이었다. 국세청과 국가정보원이 그 후보의 재산과 납세 기록 등을 조회했다고 알려진 게 시발이었다. 후보의 재산을 둘러싼 의혹은 경선 때부터 커다란 쟁점이었다. 후보는 “권력 중심 세력에서 강압적으로 지시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정치공작’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불법·비리 첩보에 따른 조사는 국가기관의 당연한 책무다. 기관들이 스스로 판단한 정당하고 정상적인 업무”라고 반박했다. 그래도 반발이
문화일보 | 2025-05-12 12:45 -
임기단축 개헌, 정말 못 할 일인가
“개헌은 물 건너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지난 8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사흘 전 내놓았던 ‘조기 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제안을 철회하자 나온 말이다. 개헌 ‘3일 천하’란 조롱도 섞였다. 국민 60%가 넘게 찬성하는 개헌이 이번에도 대선 정략에 묻힐 판이다. 승자 독식의 정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헌정 위기가 반복될 것이란 경고는 입바른 소리로 치부된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헌을 거부한 명분은 “내란 종식이 먼저”였다. 대통령이 파면된 마당인데, “(내란 종식은) 진상이 드
문화일보 | 2025-04-16 11:57 -
‘李 비토’의 진앙, 보복정치
오승훈 논설위원 李 지지율 ‘갇힌 1위’ 지속 현상 文 적폐청산 확대 우려가 근원 與 아닌 당내 反李도 타도 대상 노선·여론보다 보복논리 지배 崔 탄핵안 발의, 집단 공격 관성 부끄럼 없는 野 칼춤에 몸서리 “정치 보복은 있어서는 안 되고 해서도 안 된다. 이런 단어조차 없어졌으면 좋겠다”(2025년 1월) “정치 보복을 끊어야 하고, 기회가 되면 당연히 내 단계에서 끊어야 한다”(2024년 11월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다. 다른 말도 했다. “어떤 대통령 후보가 정치 보복을 공언하나. 하고 싶어도 꼭 숨겨놨다가 나중에 몰래
오승훈 논설위원 | 2025-03-24 11:46 -
‘나쁜 정치’ 다툼에 함몰된 나라
오승훈 논설위원 국민통합 정치 영웅 사라지고 포퓰리즘 무장 ‘슈퍼악당’ 질주 탄핵정국도 ‘惡政 경쟁장’ 변질 두 진영 재판승복은 패배로 인식 尹·李 3월 빅뱅까지 대치 가열 국민이 성찰, 정치 퇴행 막아야 “그를 지지한 이유가 바로 그 인성(character) 때문이었다. 강한 압박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인성 덕분이었다.” 지난 1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행정부 이양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행한 조사(弔詞)였다. 고인의 업적을 칭송하기 마련이지만, 바이든은 “카터가 평생 지녔던 인성, 인성, 인성”에 대해 헌
문화일보 | 2025-02-26 11:47 -
정권만 잡으면 끝이라는 사람들
오승훈 논설위원 탄핵 정국에 잠식된 정치개혁 헌법 등 제도 쇄신 급하다면서 조기 대선 보며 진영정치 함몰 개헌·개혁 또 방치는 국민 무시 경제의 최대 악재는 정치 불안 개혁안 걸고 국민 판단받아야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정치 개혁을 부르짖던 목소리들이 힘을 잃고 있다. 대통령제를 ‘정치 마약’ 같은 제왕제라고 비판했다. 이구동성 “개인의 선의를 기대하는 정치는 접어야 한다”(국회 원로모임)고 했다. 그나마 정치 실패를 성찰할 계기라고 각성했고, 근본적 변혁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했다. 불과 두 달 새, 그게 아니다. 온통 조기 대선을
오승훈 논설위원 | 2025-02-03 11:44 -
野 ‘조기 대선’ 전략이 헌법 위에 있나
오승훈 논설위원 헌법에 관한 상식 무너진 시국 野 마패였던 내란죄 철회 논란 벚꽃 대선 셈법에 대의도 훼손 탄핵 정국이 진영 대결장 변질 정치투쟁에 尹 반전 기회 노려 헌법 신뢰 세울 헌재 책임 막중 법이 다스리는 나라다. 왕이나 권위주의 권력, 독선의 지도자가 아니라 ‘우리는 법의 제국의 신민이며, 법의 방법과 이념의 신민’(로널드 드워킨 ‘법의 제국’)이다. 그 나라의 기초는 ‘근본’ ‘권리장전’ ‘최고 규범’, 그 무엇으로 정의하든 바로 헌법이고 그것의 실질적 효력을 담보하는 보루가 헌법재판 제도다. 국민주권이 곧 의회주권이던 시대에 국회가
오승훈 논설위원 | 2025-01-08 11:34 -
무너진 보수 품격과 尹의 마지막 책무
오승훈 논설위원 위헌·위법적 계엄 사태 후폭풍 보수 가치 붕괴, 진영 위기 불러 법적 책임만큼 큰 정치적 책임 신뢰 붕괴 ‘질서 속 퇴진’ 난항 하야·탄핵 경로 스스로 결단을 여당 내분 막고 책임져야 도리 한국 보수주의의 사상적 빈곤을 모르지 않는다. 공화제로 이행한 경험이 서구와 다른 까닭이 크다. 그럼에도 굴곡진 역사 속에서 구해낸 보수의 유산적 가치들이 있다. 자유, 법치, 시장경제, 점진적 개혁, 도덕과 윤리, 생명과 가족, 애국심, 공동선, 자기 절제와 의무감 등이다. 18세기 영국의 근대 보수주의 시원이라는 에드먼드 버크가 강조했던 정치
오승훈 논설위원 | 2024-12-11 11:38 -
‘이재명 신기루’ 걷히기 시작했다
오승훈 논설위원 선거법 1심 판결로 최대 위기 정권교체 구세주 위상 치명타 탄핵 동력 삼은 조기 대선 난망 겁박 정치 강화해도 본질 불변 언제까지 방탄 전횡 봐야 하나 민심 법정이 더 가혹 판결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 인생에서 가장 가파른 벼랑에 몰렸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에서 의원직 상실은 물론 대선 출마까지 봉쇄될 수 있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오는 25일 위증교사 사건 판결 역시 유죄 관측이 다수다. 초조할 터인데, 정작 그는 태연하게 일정을 소화하면서 초강경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번에도 역경 속에서
오승훈 논설위원 | 2024-11-18 11:38 -
최종현이 예견한 나라의 위기들
오승훈 논설위원 한국고등교육재단 50년 역사 선대회장의 人才報國 재조명 “물려줄 재산은 지적 재산” 경제대국 기대는 성취했지만 지적 역량 부족하고 정치 캄캄 21세기형 인재육성 혜안 절실 “내가 물려주고 싶은 재산은 물적 재산이 아니라 지적 재산이다. 지식이 있으면 재물은 따라온다. 지식 없이 재물만 있다면 그 재물은 오히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SK 선대회장 최종현(1929∼1998)의 말이다. 장남 최태원 SK 회장은 아버지의 1주기 추모식 때 “선친은 지식의 필요성을 가르쳐주셨다”며 이를 되새겼다. 차남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아버지
오승훈 논설위원 | 2024-10-23 11:37 -
윤·한 불화 자충수와 ‘김 여사 뇌관’
오승훈 논설위원 20년 의리 이젠 정적 혼돈 지경 권력 유지와 차별화 본능 충돌 정권 재창출 경험칙 안 통할 판 尹은 민의와 당 통제 오판 말고 韓은 김 여사 블랙홀 역지사지 자충수 없어야 후반 국정 동력 참 박절(迫切)한 사이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동일체와 규율이 강조되는 집단에서 20여 년 다져진 의리 관계였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으로 출발점에 함께 선 지 2년5개월 지난 지금은 피아 구분이 안 되는 지경이다. 지난 24일 만찬, 독대 불발이 보여준 모습이다. 윤 대통령 대선 출마 선언을 시점으로 정치 경력이
오승훈 논설위원 | 2024-09-30 11:33 -
李 중도확장론의 허상
오승훈 논설위원 중도층 본격 공략 표방하고도 상속세 완화 부자감세론 여전 성장론도 기업 규제틀 못 벗어 팬덤 의존 권력은 실질 힘 아냐 노선 변화는 지지층이 등 돌릴 리스크 감당해야 진정성 얻어 “내 지지층이 등을 돌리게 한 네 번째 선택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초 협상 개시를 선언했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한 말이다. 대북송금특검법 수용, 이라크 파병, 대연정 제안에 이어 “노무현은 매국노”(양문석)란 비난까지 받았던 일이다. 보수의 어젠다를 쥐는 바람에 지금도 진보 진영에서 비판을 받는 결행이었다. 여론도 최악이었다
오승훈 논설위원 | 2024-09-02 11:40 -
소수파 한동훈의 거야 대적법
오승훈 논설위원 野 단순 다수결 폭주에 與 무력 지지율 2위가 위세, 정치 질식 數 아닌 명분·능력 경쟁이 정치 韓, 논리 더해 해결력 보여야 채상병·金특검 정치력 시험대 국민 설득해야 野 폭주 막아내 의회 정치에서 단순 다수결이 전부란 듯이 달려드는 다수파에 소수파가 맞서는 건, 이만저만 고약한 일이 아니다. 온종일 저주와 증오의 언어를 토해내고 ‘법 조문을 따라 하면 법치’라는 조야(粗野)한 선동가들이 점령한 국회에서 정치는 질식 상태다. 총선 지역구 득표율 50.5%로 63.5%의 의석을 차지하고, 지지율이 27%(한국갤럽)로 2위인 신세인데
오승훈 논설위원 | 2024-08-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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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의 대통령’은 없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불과 3개월여 앞둔 시점에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를 검찰에 고소했다. 그것도 반대편 야당 소속이었다. 국세청과 국가정보원이 그 후보의 재산과 납세 기록 등을 조회했다고 알려진 게 시발이었다. 후보의 재산을 둘러싼 의혹은 경선 때부터 커다란 쟁점이었다. 후보는 “권력 중심 세력에서 강압적으로 지시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정치공작’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불법·비리 첩보에 따른 조사는 국가기관의 당연한 책무다. 기관들이 스스로 판단한 정당하고 정상적인 업무”라고 반박했다. 그래도 반발이
문화일보 | 2025-05-12 12:45 -
임기단축 개헌, 정말 못 할 일인가
“개헌은 물 건너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지난 8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사흘 전 내놓았던 ‘조기 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제안을 철회하자 나온 말이다. 개헌 ‘3일 천하’란 조롱도 섞였다. 국민 60%가 넘게 찬성하는 개헌이 이번에도 대선 정략에 묻힐 판이다. 승자 독식의 정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헌정 위기가 반복될 것이란 경고는 입바른 소리로 치부된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헌을 거부한 명분은 “내란 종식이 먼저”였다. 대통령이 파면된 마당인데, “(내란 종식은) 진상이 드
문화일보 | 2025-04-16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