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오승훈의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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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뉴 이재명’의 두 얼굴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SNS에 “저의 농지 매각명령 지시를 두고 공산당 운운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지주의 땅을 강제취득하여 농민들에게 분배한 이가 이승만 대통령이고,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됐다”고 썼다. 10여 년 전 “전쟁 나자 혼자 도주한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던 이 대통령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면서 달라졌다. “저도 한때 망인들을 놓고 정쟁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공과가 공존한다”고 했다. 이제 호평까지 할 줄이야. 반대 여론 무마의 궁여지책이었을지는
오승훈 논설위원 | 2026-03-06 11:56 -
국민의힘 질곡과 한동훈의 벽
나라를 이끌 만한 인물이 없는 ‘지도자 기근’ 시대다. 승자 독식의 대통령제에서는 지도자가 국가의 수준에 결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자질과 인성을 갖춘 차기 후보군을 찾기 힘들어서다. 현직 대통령을 둔 더불어민주당 진영은 발끈할 말일 수도 있다. 사법 리스크가 어찌하건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소속 정당에는 권력 프리미엄으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이들이 득실하다. 문제는 황량한 들판에 소몰이꾼조차 없어 보이는 보수 진영이다. 정치 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진다는 게 정설이다. 정당은 지도자를 배출하는
문화일보 | 2026-02-04 11:23 -
거부권 내줄 정도 돼야 국민이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들어 국민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국정 기조가 ‘통합·포용’이다. 지난 2일 신년 인사회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등을 돌리는 사회, 차이가 극단적 대립의 씨앗이 되는 사회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국민통합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지난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는 “함께한 세력만 모든 것을 누리고 그 외에는 배제하면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된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사회를 통째로 파랗게 만들 순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첫 실행부터 패착으로 귀결될 공산이
문화일보 | 2026-01-09 11:49 -
대통령의 자신감과 성찰 없는 독주
“공개적으로 국민이 지켜보니까 스트레스받는 분들이 많았다는데… 생각보다는 재미있을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한 말이다. “얘기 편하게 하세요”라고 하지만, 공직자들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대통령이 무제한 질문권을 쥐고 있다. ‘편하게’는 역설적으로 압박이 된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태도가 더 주목을 받는다. 파문을 낳은 게 한둘이 아니다. “환빠(환단고기를 주장·연구하는 사람들)를 아느냐”(동북아역사재단)는 황당 질문부터 “아는 게 없다”(인천공항공사)는 면박과 “모르면 모른다
문화일보 | 2025-12-19 11:59 -
내란몰이가 집어삼킨 국정과제 1호
헌정회가 지난 12일 주최한 ‘분권형 권력구조 헌법 개정 대토론회’로 가는 길이 매끈하지 않았다. 오랜만이라 해도 몇 번을 두리번거려야 국회도서관 뒤편의 국회의정관 105호실을 찾을 수 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개헌론에 앞장서온 ‘전직’ 국회의원 단체 행사다. 헌법학회·정치학회 등 21개 유수 학술·시민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적지 않은 기대로 들어선 토론회장은 협소했다. 머리와 걸음마다 세월이 내려앉은 전직들이 자리를 메웠다. ‘현직’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들도 서면 인사말만 보냈을 뿐 얼굴을 비치지
문화일보 | 2025-11-17 11:51 -
‘개혁 폭주’의 탈선 데자뷔
2020년 12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최고점에 달할 때였다. 문 대통령은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에 걱정을 끼치고 있어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촛불혁명을 거쳐 성장한 한국 민주주의가 마지막 숙제를 푸는 단계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에 입각해 권력기관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돼 공수처가 출범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사흘 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공수처장 추천의 야당 거부권을 무력화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다음 날
문화일보 | 2025-10-15 11:51 -
‘내 맘대로 권력’의 내란재판부
선거 효능감(electoral efficacy)이란 정치학 용어가 요즘처럼 흔하게 쓰이는 때가 없었을 것이다. 유권자가 투표나 정치적 참여로 실제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한때 그게 낮아 정치 무관심을 초래한다고 걱정했다. ‘한 표를 던져봐야 세상이 변하지 않더라’는 회의감이 컸다. 최근엔 최고 통치자부터 효능감을 거론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하자마자 “국민이 ‘이재명 잘 뽑았다’는 효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되자 “국민께 효능감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자
문화일보 | 2025-09-15 11:45 -
국힘 ‘새 길’ 못 찾으면 全大도 소용없다
‘보수’가 돌아온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상단 꼭짓점을 찍고 내려서자 나오는 의문이다. 몇몇 여론조사에 이어 한국갤럽 조사(8월 2주)에서도 이 대통령 지지율이 직전(7월 3주)보다 5%P 하락한 59%를 기록했고, 정당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은 5%P가 떨어진 41%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3%P 반등한 22%. 바닥을 쳤다, 일시적이다, 해석이 분분하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탄핵 땐 12%가 최저였다. 이번 조사에서 “나는 보수다”(29.5%)는 “내가 진보”(26.6%)보다 많았다. ‘중도’는 31.3%다. 정치
문화일보 | 2025-08-18 11:38 -
‘차마’ 못 하는 게 없는 권력
전국시대 제나라의 선왕이 맹자에게 “어찌하면 왕도(王道)를 실현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답이 간명했다. “백성을 보호하고 왕도를 실천하면 됩니다.” 선왕이 마지못해 다시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자 “가능합니다”라고 했다. 이유가 멀리 있지 않았다. 당시엔 동물의 피를 발라 제사를 지냈는데, 선왕이 제물로 끌려가는 소를 보곤 “차마 볼 수가 없다. 놓아주라”고 했단다. 맹자는 그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인(仁)이고, 백성을 위하는 왕도 정치를 펴는 길이라고 했다.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
문화일보 | 2025-07-25 11:50 -
李대통령 ‘실용 통치’의 두 얼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7월 4일) 전후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다. 인수 기간도 없이 국정에 나섰는데, 100일도 아닌 30일 만이다. 그 정도로 소통에 적극적이게 한 동인은 자신감일 것이다. 상황이나 성과가 괜찮다고 판단했음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한국갤럽의 첫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가 64%다. 1987년 이래 9명 대통령의 첫 국정 지지율 가운데 4번째로 높단다. 중도층의 긍정 평가가 69%로 전체보다 더 높았다. 대선 패배 실망감에 보수층 응답자가 현저히 줄어든 여론조사 결과라지만 추세는 짐
문화일보 | 2025-06-30 11:47 -
선출된 권력이라도 하지 말아야 할 일
이제 ‘이재명 정권’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기대를 표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새 대통령에게 ‘해야 할 일’ 주문이 쏟아지는 것도 기대의 어법이다. 그런데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더 마음이 쓰인다. 전임자의 위헌·위법한 정치 수작과 비판 여론 덕분에 대선 패배 3년 만에 승리한 대통령이다. 난형난제의 퇴행 정치로 동반 퇴진 여론까지 일었지만, 고비마다 결정적인 판결로 회생해 천신만고 끝에 권좌에 오른, 스스로 “비주류·아웃사이더·변방에서 성장해 드디어 중심으로 왔다”는 정치인. 삶의 궤적·인식·능력 등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 적
문화일보 | 2025-06-04 11:45 -
‘법 위의 대통령’은 없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불과 3개월여 앞둔 시점에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를 검찰에 고소했다. 그것도 반대편 야당 소속이었다. 국세청과 국가정보원이 그 후보의 재산과 납세 기록 등을 조회했다고 알려진 게 시발이었다. 후보의 재산을 둘러싼 의혹은 경선 때부터 커다란 쟁점이었다. 후보는 “권력 중심 세력에서 강압적으로 지시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정치공작’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불법·비리 첩보에 따른 조사는 국가기관의 당연한 책무다. 기관들이 스스로 판단한 정당하고 정상적인 업무”라고 반박했다. 그래도 반발이
문화일보 | 2025-05-12 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