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S010202081 문장과 책
52 | 생성일 2017-04-07 10:25
  • <문장과 책>“育兒가 아니라 育我  아이가 나를 키운셈”

    <문장과 책>“育兒가 아니라 育我 아이가 나를 키운셈”

    ■ 이영미 신작 ‘마녀엄마’ “엄마로 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내가 아이를 키운 줄 알았는데 아이가 나를 키운 셈이다. 육아(育兒)가 아니라 육아(育我)했다.” (p 8) 화제의 베스트셀러 ‘마녀체력’의 저자 이영미의 신작 ‘마녀엄마’(남해의 봄날) 속 구절이자 책 전체를 아우르는 문장이다. 책은 25년간 출판편집자로 일하고, 27년간 아내와 며느리, 엄마로 살아온 저자가 쓴 아들 키운 이야기다. ‘마녀체력’으로 많은 이에게 운동 에너지, 언제 어떤 상황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자극했던 저자가 이번엔 엄마들의 마음을 들쑤신다. 부정적 뉘앙스가 아님을 밝혀두는데, ‘들쑤신다’고 한 건 이 시대 엄마로(부모로) 사는 것의 어려움 때문이다. ‘육아’는 한 사람의 모든 것의 복합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환경부터 가치, 지향점, 눈물 콧물 빼는 일상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독립된 생명체 아이의 선택과 반응까지, 모든 것의 결과물인 것이다. 조언이 절실한 분야지만 그만큼 조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좀 괴롭고 마음을 들쑤시는 일이다. 하

    최현미 논설위원 | 2020-11-13 10:13
  • <문장과 책>“저 밖에 뭐가 있건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 문명을 이루는 조각들”

    <문장과 책>“저 밖에 뭐가 있건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 문명을 이루는 조각들”

    돈 드릴로 신작소설 ‘침묵’ “저 바깥에 뭐가 있건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이에요. 문명을 이루는 인간 조각들.” (p.101) ‘저 바깥’에 무엇이 있을까. 이 말은 ‘코로나 이후’가 어떻게 될지를 묻는 우리의 심정 같다. 인류는 알 수 없는 그것을 ‘뉴노멀’이란 말을 붙여, 애써 추측해보려 한다. 초점은 미래보다 과거, 그리고 현재에 있다.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점쳐지는 우리의 지난 ‘일상’이, 사실은 돌아가선 안 될 ‘잘못된 종류의 정상’이었다는 분석(그것은 이제 부동의 전제다) 말이다. 이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돈 드릴로의 신작 ‘침묵’(창비)을 관통하는 주제다. 이제 여든을 넘긴 이 노작가는 현대 미국 사회를 탐구하며, ‘예언적 면모’가 드러나는 글을 써왔는데, 올해 뉴욕 봉쇄 전에 이미 완성된 이 소설도 ‘팬데믹 시대’를 훤히 내다본 듯 지금과 흡사한 풍경이다. 현대인의 삶과 존재를 지탱하고 있는 디지털 시스템이 완전히 멈추고, 뉴욕 맨해튼 거리가 텅 빈다. 그리고 한 아파트에 모인 다섯 남녀가 이 ‘침묵’의 시간을 보낸다. 아니, ‘견딘다’는 표현이 낫겠다. 그것은 단 하루뿐?

    박동미 기자 | 2020-11-06 10:10
  • <문장과 책>“착각은 언제나 있다… 방향을 잃는 건 인간의 일이다”

    <문장과 책>“착각은 언제나 있다… 방향을 잃는 건 인간의 일이다”

    故허수경 산문 ‘오늘의 착각’ “착각이라는 상태에 대한 처방전이 있을 리가 없고 있을 필요도 없다. 착각은 우리 앞에 옆에 뒤에 그리고 언제나 있다. 방향을 가리키는 전치사와 후치사 사이에 삶은 있다가 간다. 방향을 잃는 것은 인간의 일이다.”(116쪽) 고 허수경(1964∼2018) 시인의 생일에 맞춰 출간된 유고 산문 ‘오늘의 착각’(난다)은 제목 그대로 ‘착각’에 대한 이야기다. 착각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아니다. 다만 ‘공존’한다. 모든 인간이 숙명처럼 지니고 있는 이 ‘상태’는 특별히 시인에겐 “영혼에 가장 많은 잔심부름을 시키는

    박동미 기자 | 2020-06-12 10:44
  • <북팀장의 문장과 책>“시커멓게 얼룩진 이 참상… 그대에겐 보이지 않느냐”

    <북팀장의 문장과 책>“시커멓게 얼룩진 이 참상… 그대에겐 보이지 않느냐”

    “…무섭게 타오르는 저 냄새가 코를 찌르지 않느냐./ 젖먹이를 안고 숨진 젊은 어미,/ 달아나다 쓰러진 노인네들/ 시커멓게 얼룩진 이 참상이 그대에겐 보이지 않느냐./ 뭐라고, 헤롯이 아이들을 참살한 것보다는 잔인하지 않다는 것이냐./ (……) 만일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저주받지 않을까 동해 군자의 나라여.// 어느 신문은 간단히 전하여 이르기를,/ 합병 국토의 예수교인은/ 떼 지어 모여서 소요를 일으키고,/ 해산을 명한 관헌에게 반항했기에,/ 사망한 폭도는 스무 명, 가옥 소실 십여 채라고./ 또 어떤 신문은 한마디도 이를 쓰지 않았다,/ 마치 순풍에 휘날리는 꽃을 보는 것처럼. 1919. 5. 6.” 3·1운동 때 일본군이 주민들을 교회에 가두고 총과 방화로 집단 학살한 제암리학살사건(1919년 4월 15일)을 외국 신문(재팬 어드버타이저)을 통해 접하고, 당시 일본 기독교계의 지성이자 영문학자인 사이토 다케시(齋藤勇·1887∼1982)가 기독계 신문인 ‘복음신보’ 5월 22일 자에 게재한 장시 ‘어떤 살육 사건’의 일부이다. ‘일본 작가들 눈에 비친 3·1 독립운동’(지식산업사)은 ‘어떤 살육 사건’처럼 3·1운동 전후 일?

    김인구 기자 | 2020-03-05 11:22
  • <북팀장의 문장과 책>“당신과 나는 이제 친구예요… 내가 만든 구두를 신었으니”

    <북팀장의 문장과 책>“당신과 나는 이제 친구예요… 내가 만든 구두를 신었으니”

    “나와 당신의 관계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내 구두가 앞으로 당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당신을 알고 싶으니까요. 친구라면 무슨 일에 대해서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지요. 구두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손님이었지만, 구두를 건넨 뒤부터 당신과 나는 친구예요.”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프로페셔널로 꼽히는 수필가이자 일본 독립서점의 선구자인 마쓰우라 야타로(松浦彌太郞·55)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여든여섯 살 수제화 장인 앨런 머레이와 이렇게 친구가 됐다. 처음 머레이에게 구두를 맞췄을 때, 그가 마쓰

    엄주엽 | 2020-02-27 10:51
  • <북팀장의 문장과 책>“베토벤의 음악은 삶의 기록… 비틀댔지만 끝까지 포기안해”

    <북팀장의 문장과 책>“베토벤의 음악은 삶의 기록… 비틀댔지만 끝까지 포기안해”

    “베토벤 음악의 온전함을 쉽게 느껴 보려면, 베토벤의 전 작품을 한 편의 연속된 음악이자 삶의 기록으로 보면 된다.(…) 베토벤도 바버라도, 만약 선택할 수 있었다면 자신들이 간 길을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사람들 앞에서 그 길을 당당히 걸었고, 때로 비틀거렸고, 그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주어진 재능과 목표한 소명을 등불 삼아 나아갔다. 그래서 두 사람은 남들을 이끌되 떠밀지 않는 등불이 될 수 있었다. 비극성과 승리감이 넘치는 익숙한 악구들로 대표되는 베토벤의 격정적 음악은 그가 밝힌 등불의 일부이지만, 그것으로는 결코 온전할 수 없다.”(324쪽)

    엄주엽 | 2020-02-06 11:22
  • <북팀장의 문장과 책>외로움에서 도망치면, 고독의 기회를 놓친다

    <북팀장의 문장과 책>외로움에서 도망치면, 고독의 기회를 놓친다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고독의 기회를 놓친다. 사람이 생각을 그러모아 숙고하고 반성하고 창조하는 능력, 그 마지막 단계에서 타인과의 대화체에 의미와 본질을 부여하는 능력의 바탕이 되는 숭고한 조건을 잃는 것이다.”(21쪽) 2017년 세상을 떠난 명쾌하면서도 따뜻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하는 고독해야 할 이유입니다. 리커버판으로 재출간된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동녘) 속 한 구절입니다. 책은 바우만이 불안한 우리 시대에 보내는 편지 44편을 묶은 것으로 이탈리아 여성지에 연재한 글입니다. 그만큼 바우만의 그 어떤 책보다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인용문은 책 제목으로 뽑힌 44편 중 한 편의 한 부분입니다. 알려졌듯이 바우만은 ‘유동하는 현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으로 기억됩니다. 가족, 직장 같은 사회 제도를 포함해 모든 것이 견고하고 고정돼 확정적이었던 ‘고체의 시대’를 지나 모든 것이 액체처럼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시대에 들어섰다는 진단이었습니다. 이렇게 정해진 것 없이 유동하는 시대, 우리는 고독의 자유도 빼앗겼습니다. 바우만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로 24?

    최현미 논설위원 | 2019-04-12 10:23
  • <북팀장의 문장과 책>예술이 아름다운건 감각의 쇄신 때문…

    <북팀장의 문장과 책>예술이 아름다운건 감각의 쇄신 때문…

    “심미적 충격을 통해 우리는 어떻든,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예술이 아름다운 것은 예술 자체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 경험에서 오는 감각의 쇄신 때문이다. 감각의 쇄신은 삶의 쇄신으로 이어진다.”(10·11쪽) 독문학자 문광훈 충북대 교수의 ‘미학수업’(흐름)의 한 대목입니다. 책은 베토벤의 교향곡, 카라바조의 그림, 미켈란젤로의 조각, 카프카의 소설, 김수영의 시, 노찾사의 노래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왜 예술 작품과 예술적 체험이 우리에게 어떻게 감동을 안기고, 다시 우리 삶을 사색하게 하는지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문 교수는 예술적 체험은 우리를 더

    최현미 논설위원 | 2019-03-29 10:26
  • <북팀장의 문장과 책>‘너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북팀장의 문장과 책>‘너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아이가 훗날 이국을 떠돌면서 생활했던 이유를 묻는다면, ‘너의 미래를 위해서였다’는 짧은 한마디로 이해시킬 수 있을까.” (63페이지)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양우조·최선화 부부가 쓴 육아일기 ‘제시의 일기’(우리나비)의 한 대목입니다. 양우조는 독립운동가 신규식 선생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유학한 뒤, 미국 흥사단에서 활동하다 상하이(上海) 임시정부로 건너갔고, 최선화는 모교 이화여전에서 교편을 잡은 신여성 독립운동가였습니다. 이들의 육아일기는 “1938년 7월 4일, 중국 호남성 장사, 내 조국으로부

    최현미 논설위원 | 2019-02-28 11:16
  • <북팀장의 문장과 책>위대한 도약은 아무것도 하지않을때 일어난다

    <북팀장의 문장과 책>위대한 도약은 아무것도 하지않을때 일어난다

    “게을러 질 수밖에 없는 그날들이 사실은 정말 심오한 활동을 하고 있는 때인 건 아닌지, 종종 되묻게 돼. 위대한 도약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낸 시기에 발생하는 게 아닐까.”(172쪽)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편지글이다. 1차 세계대전과 심각한 우울증으로 ‘두이노의 비가’를 완성하는 데 10년이 걸린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 유익한 결과를 만든 그런 시간의 축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시간이 위대한 도약이 될 수 있다는.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이다. 릴케의 이야기는 미국 작가 앤드루 산텔라의 ‘미루기의 천재들’(어크로

    최현미 논설위원 | 2019-02-15 10:20
  • <북팀장의 문장과 책>“판타지 소설,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어”

    <북팀장의 문장과 책>“판타지 소설,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어”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판타지 소설이 하고자 하는 말이다. ‘그런 건 없어’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건 허무주의자다. ‘그건 이렇게 되어야만 해’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건 공상적 이상주의다.”(129쪽) ‘어스시의 연대기’ 등을 남기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르 귄이 에세이집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황금가지)에서 전하는 ‘판타지 소설에 대한 정의’다. 그는 판타지 소설이란 ‘모든 일이 늘 하던 식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어떨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만약 세상의 일들이 평소와 다르게 흘러가면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를 상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상상은 결국 세상이 지금처럼 그대로 유지될 거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는다며 르 귄는 이를 ‘불확실의 자유’라고 했다. 또 판타지 소설을 얕잡아 보는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판타지 소설을 꿈과 같다고 말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판타지에 전 생애를 걸었던 르 귄의 정의를 꽤 길게 인용한 것은 판타지에 대한 그의 해석이 우리 삶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어떤 일에 대해서건 “꼭 그래야만

    최현미 논설위원 | 2019-02-08 09:58
  • <북팀장의 문장과 책>“타자의 목소리를 더 소중하게”

    <북팀장의 문장과 책>“타자의 목소리를 더 소중하게”

    “완성된 작품은 역시 자신의 목소리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도, 그때 타자의 목소리를 자신의 목소리보다 소중하다고 인식한 것은 중요한 일이었습니다.”(249쪽) 일본 문학의 두 거장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와 후루이 요시키치(古井由吉)의 대담집 ‘오에 겐자부로의 말’(마음산책)에서 노년에 이른 오에가 소설에 대해 풀어낸 말이다. 소설은 자신의 목소리이지만 동시에 타자의 목소리라는 것. 타자의 목소리에 대한 언급은 오에가 자기 소설에 대한 일종의 ‘변명’으로 시작된다. 지적장애 아들 이야기를 작품 세계의 중심에 뒀기에 그의 작품을 ‘사소설’이라고 부르는 평단의 비평에 대한

    최현미 논설위원 | 2019-01-25 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