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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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나들목
교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교차 지점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서 신호 없이 다닐 수 있게 만든 시설을 ‘인터체인지(interchange)’라고 한다. ‘인터체인지’를 대체한 말이 바로 ‘나들목’이다. ‘나들목’이 1990년대 후반 신문 기사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그쯤 해서 등장한 단어로 추정된다. ‘나들목’을 ‘인터체인지’를 대체하기 위해 특정인이 새로 만든 단어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나들목’은 지명(地名)으로 일찍부터 쓰였기 때문이다. 전남 신안군 비금면 수치리를 비롯해 전국에 몇 군데 ‘나들목’이 있다. ‘나들목’은 동사 어간 ‘나들-’과 명사 ‘목’이 결합된 어형이다. ‘나들-’은 동사 어간 ‘나-(出)’와 ‘들-(入)’이 결합된 어형으로 ‘나고 들다(出入)’의 뜻이다. ‘나들다’는 15세기 문헌에도 나올 정도로 역사가 깊다. ‘나들이’의 ‘나들-’도 그러한 것이다. ‘목’은 ‘통로 가운데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이란 뜻이다. ‘길목, 건널목, 구들목, 노루목’ 등의 ‘목’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나들목’은 ‘나고 드는 좁은 곳’으로 해석된다. ‘나들목’과 같이 동
문화일보 | 2019-10-04 12:09 -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선술집
신윤복이 18세기 후반에 그린 ‘주사거배’는, 가마솥 두 개가 걸린 부뚜막 앞에서 주모가 술구기로 술을 따르고, 선비·별감·나장으로 추정되는 남정네들이 서서 술 마시는 모습을 담고 있다. 조선 시대 ‘선술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세월 따라 ‘선술집’ 형태는 달라졌지만, 서서 먹는 방식만은 그대로 이어졌다. 1960년대만 해도 서울 곳곳에 술청 앞에 서서 술을 마시는 싸구려 ‘선술집’이 많았다고 한다. 경제 발전과 함께 사라진 ‘선술집’이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선술집’이라는 말은 민태원 소설 ‘부평초’(1920년)에서 처음 발견된다. 이 말의 생성 시기를 1910년으로 잡기도 하나 근거가 없어 미덥지 않다. 사전으로는 ‘조선어사전’(1938)에 처음 올라 있다. ‘큰사전’(1950)에서는 ‘선술집’의 참고 어휘로 ‘다모토리’를 들고, 이를 ‘큰 잔으로 소주를 마시는 일. 또는 큰 잔으로 소주를 파는 집’으로 기술한다. 그런데 ‘우리말샘’(2016)에서는 이를 ‘선술’의 함북 방언으로 분류한다. 사라진 ‘다모토리’가 요즘 술집 상호로 쓰이고 있어 새삼 눈길을 끈다. ‘선술집’은 ‘선술’과 ‘?
문화일보 | 2019-09-27 12:15 -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고바우
예전 신문에는 네 컷 만화가 실렸다. ‘야로씨’ ‘나대로 선생’ ‘왈순 아지매’ ‘두꺼비’ ‘고바우 영감’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것은 ‘고바우 영감’이 아닌가 한다. 암울한 시기에 어떤 만화보다 거침없이 권력을 풍자하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고바우 영감’의 주인공 ‘고바우’는 김성환 화백이 그린 만화 캐릭터 중 하나다. 이 만화는 1950년 육군 본부가 발행한 ‘사병만화’에 첫선을 보였다고 하니 ‘고바우’라는 말도 이때부터 쓰인 것이 된다. ‘고바우’는 ‘고’씨 성에 ‘바우(‘바위’의 방언)’라는 이름의 남자 이름이다. 예전에는 남자아이가 ‘바위’처럼 튼튼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바우’를 이용해 이름을 짓기도 했다. 그런데 만화 주인공 ‘고바우’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영감이다. ‘고바우’가 ‘인색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의미는 만화 주인공의 투사적 이미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이 ‘인색한(吝嗇漢)’이라는 의미를 띠게 된 것은 1959년 제작된 ‘고바우’라는 영화 때문으로 이해된다. 영화의 주인공 ‘고바우’는 고리대금업에까지 손?
문화일보 | 2019-09-20 11:52 -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살쾡이
고양이와 비슷하되 좀 크며, 고양이보다 표독스러운 동물이 있다. 바로 ‘삵’이다. ‘삵’을 ‘살쾡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삵’보다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나 한다. “살쾡이 같은 놈”이라고 하지 “삵 같은 놈”이라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쾡이’는 ‘삵’보다 한참 후대에 나타난 단어다. ‘삵’이 15세기 문헌에 보인다면, ‘살쾡이’는 20세기 초 문헌에서야 비로소 보인다. ‘살쾡이’의 초기 어형은 ‘삵괭이’ 또는 ‘살괭이’였다. 지금과 같은 ‘살쾡이’는 채만식의 소설 ‘천하태평춘’(1938)에 처음 보인다. ‘삵괭이’는 ‘살쾡이’가 ‘삵’을 포함하는 어형임을 잘 보여준다. ‘삵’에 대해선 위험에 놓여 상대를 위협할 때 등을 위로 활처럼 추켜올리고 입을 크게 벌리면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쓰-악 쓰악 캬악’하는 소리를 낸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만주어 ‘soloxi(족제비)’, 중세몽골어 ‘solangqa(족제비)’와 비교해 설명하기도 하나 그 어원이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삵괭이’의 ‘괭이’는 ‘고양이’의 뜻인데, 사전에서는 ‘고양이’의 준말로 본다. ‘괭이갈매기, 괭이잠’
문화일보 | 2019-09-06 12:10 -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꼴통
정치 극단주의 시대에는 언어도 요동친다. ‘수꼴, 좌빨, 토왜’ 등과 같은 기상천외의 가학적 말들이 만들어져 날뛰고 있지 않은가. 아마 이들보다 센, 상대를 모멸하고 공격하는 독설은 없을 듯하다. 최근 ‘수꼴’ 발언이 가져온 논란은 이를 잘 보여준다. ‘수꼴’에 동원된 ‘꼴통’이 처음부터 이렇듯 독한 말은 아니었다. 몇 차례의 변신 끝에 뒤틀린 정치 상황과 맞물려 혐오 언어의 반열에 오른 것일 뿐이다. 이런 사실은 이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꼴통’은 19세기 말의 ‘한영자전’(1897)에 ‘골통’으로 처음 나오며, ‘머리’로 풀이돼 있다. ‘골’은 ‘골수’를 뜻하고 ‘통’은 한자 ‘桶’이니 ‘골통’의 어원적 의미는 ‘골수를 담는 통’이 된다. 20세기 초 이후의 사전에서도 ‘골통’을 ‘머리’로 기술하고, ‘속어(俗語)’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의 의미와는 좀 달랐던 것이다. ‘골통’은 일차적으로 ‘머리’에서 ‘머리가 나쁜 사람(속어)’이라는 의미로 변한다. 곧 ‘대상’에서 ‘그 대상과 관련된 사람’을 지시하게 된 것이다. 이는 같은 ‘통(桶)’을 포함하는 ‘밥통’이 ‘밥을 담는 통’에서 ‘밥만 축내고
문화일보 | 2019-08-30 12:07 -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개장국
대학생들에게 ‘개장국’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보신탕’으로 바꿔 말하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개장국’이 ‘보신탕’에 밀려 세력을 잃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장국’은 개고기를 먹은 역사와 함께해 온 뿌리 깊은 말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개장국’은 17세기 문헌인 ‘음식디미방’에 와서야 ‘개쟝국’으로 처음 보인다. 이 책에는 ‘개쟝국’과 더불어 ‘개쟝’도 보이는데, 이로써 ‘개쟝국’이 ‘개쟝’과 ‘국’이 결합된 단어임을 알 수 있다. ‘개쟝’의 ‘개’는 ‘狗’의 뜻이고, ‘쟝’은 한자 ‘醬’이다. ‘음식디미방’에서는 ‘개쟝’을 ‘삶은 개고기에 양념을 한 것’으로 쓰고 있다. 최남선도 ‘조선상식’(1948)에서 ‘개장’을 ‘팽구(烹狗·삶은 개고기)에 자극성의 조미료를 얹은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개쟝’을 고아 끓인 국이 바로 ‘개쟝국’이다. ‘개장국’을 ‘개’와 ‘장국’의 합성체로 보고 ‘개고기를 된장으로 끓인 장국에 말아 먹는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설명하기도 하나 미덥지 않다. ‘개장국’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이었을 것이나 문헌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
문화일보 | 2019-08-23 12:27 -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방아깨비
여름철 풀숲은 곤충 천지다. 풀숲을 헤치면 온갖 곤충이 한꺼번에 우수수 떨어진다. 이들 풀숲 곤충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방아깨비’다. 다른 곤충에 비해 몸집이 클 뿐만 아니라, 긴 뒷다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긴 다리에 눈길이 간다. ‘방아깨비’는 몸집이 커서 재빠르지 못하다. 그래서 쉽게 잡을 수 있다. ‘방아깨비’를 잡아 뒷다리를 쥐면 방아를 찧듯 몸을 끄덕끄덕 움직인다.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해 아이들은 “아침 방아 찧어라. 저녁 방아 찧어라. 콩콩 찧어라”고 노래 부르며 놀았다. 그리고 누구의 ‘방아깨비’가 더 오래 방아를 찧는지 겨루기도 했다. 이쯤 되면 ‘방아깨비’의 ‘방아’가 ‘곡식 따위를 찧거나 빻는 기구’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곤충도감에서는 ‘방아깨비’를 ‘뒷다리를 잡으면 방아처럼 움직인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명은 ‘깨비’의 어원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온전하지 않다. ‘깨비’의 어원은 ‘물명고’(19세기)에 나오는 ‘방하아비’를 통해 쉽게 풀 수 있다. ‘방하아비’는 ‘방하’와 ‘아비’가 결합된 형태여서 ‘깨?
문화일보 | 2019-08-16 13:33 -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설거지
최근 모 일간지에서 ‘설거지’의 어원에 대한 글을 설레는 마음으로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에서는 ‘설거지’를 ‘설’과 ‘걷이’로 분석한 뒤, ‘설’을 한자 ‘設’로, ‘걷이’를 ‘거두어들이기’로 보아 ‘잔치 자리나 제사상에 설(設)했던 것을 거두어들임’으로 해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이기 어렵다. ‘설거지’는 19세기 문헌에 처음 보이며, ‘설겆다’에서 파생된 명사다. ‘설겆다’는 현재 표준어는 아니나 얼마간 표준어로서의 자격을 갖고 있었다. 15세기에는 ‘설엊다’로 나오며, 이는 ‘설겆다’에서 ‘ㄹ’ 뒤의 ‘ㄱ’이 ‘ㅇ’으로 교체된 어형이다. ‘설엊다’에서 파생된 명사로 ‘설어지’가 있었고, 이것이 ‘서러지’를 거쳐 ‘서르지’로 변했는데, 이들이 일부 방언에 남아 있다. ‘설겆다’는 동사 ‘설다’와 ‘겆다’가 결합된 형태다. 중세국어 ‘설다’는 ‘수습하다, 치우다’의 뜻이나 ‘겆다’는 어떤 뜻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설다’와 같거나 유사한 의미를 띠지 않았나 하여, ‘설겆다’를 ‘수습하다, 정리하다’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마침 ‘설겆다’에서 변한 ‘설엊다’에서
문화일보 | 2019-08-09 11:51 -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꼬치꼬치
‘표준국어대사전’(1999)에는 두 개의 ‘꼬치꼬치’가 별개로 올라 있다. 그 하나는 ‘몹시 여위고 마른 모양’을 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낱낱이 따지고 캐어묻는 모양’을 뜻하는 것이다. ‘꼬치꼬치’를 동음이의어로 처리한 것인데, 기실 두 의미는 무관한 것이 아니어서 다의어로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러한 사실은 ‘꼬치꼬치’의 어원을 살펴보면 금방 드러난다. ‘꼬치꼬치’는 ‘꼬치’가 중첩된 말이다. ‘꼬치’는 ‘고지’가 ‘고치’를 거쳐 나타난 어형이며, ‘고지’는 ‘곶’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어형이다. 중세국어 ‘곶’은 ‘꼬챙이’와 함께 ‘꼬챙이처럼 강이나 바다를 향해 길게 내민 땅’을 뜻했다. 전자의 ‘곶’은 ‘고깔, 고잔, 꼬챙이, 송곳, 꽃게, 적꽃(적(炙)을 꿰는 대꼬챙이)’ 등에 흔적을 남기고 사라진 반면, 후자의 ‘곶’은 지명 ‘호미곶, 장산곶’ 등에 그대로 남아 있다. ‘고지(곶+-이)’의 ‘곶’은 ‘꼬챙이’를 뜻해 ‘고지’는 물론이고 이것에서 변한 ‘고치, 꼬치’도 그런 의미를 띤다. 그러므로 ‘꼬치꼬치’는 ‘꼬챙이’를 뜻하는 ‘꼬치’가 중첩돼 형성된 부사가 된다. 꼬챙이는 무엇?
문화일보 | 2019-08-02 12:23 -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안달복달
걱정은 관심이고 애정이지만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별것도 아닌 일에 공연히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굴고, 자칫 스스로를 몰아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구는 일’을 ‘안달’이라 하고, ‘안달하며 조급하게 볶아치는 일’을 ‘안달복달’이라 한다. ‘안달’은 동사 ‘안달다’의 어간이 그대로 명사로 굳어진 것이다. ‘안달다’는 옛 문헌에서 발견되지 않고 또 현재 쓰이지 않으나 북한어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이전에 존재한 것이 분명하다. ‘안달다’는 명사 ‘안’과 동사 ‘달다’가 결합된 구성이다. ‘안이 달다’라는 구(句)에서 주격조사가 생략되면서 어휘화한 것으로 보인다. ‘안’은 본래 ‘內’의 뜻이지만, ‘안달다’에서는 ‘속마음’을 뜻한다. 그리고 ‘달다’는 ‘안타깝거나 조마조마하여 마음이 몹시 조급해지다’의 뜻이다. ‘애달다’의 ‘달다’도 그와 같은 것이다. ‘안달다, 애달다’의 ‘달다’는 ‘타지 않은 단단한 물체가 열로 몹시 뜨거워지다’의 ‘달다’에서 온 것이다. 그러므로 ‘안달다’의 기원적 의미는 ‘속마음이 타서 몹시 조급해지다’가 된다. 우리는 현재 ‘안달다’ 대신
문화일보 | 2019-07-26 12:17 -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엄나무
‘엄나무’는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자생한 토종 나무다. 어린 순(개두릅)은 식용하고, 나무껍질은 약용해 더없이 유익하다. 요즘에는 삶은 닭과도 음식 궁합이 맞는지 삼계탕에도 약재로 이용된다. 이런 삼계탕을 특별히 ‘엄나무삼계탕’이라 한다. ‘엄나무’는 15세기 문헌에 ‘엄나모’로 처음 보인 이후 여러 문헌에 자주 나온다. 이로써도 ‘엄나무’가 우리와 아주 친숙한 나무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 ‘엄나모’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에 대해 식물학계에서는 대체로 ‘엄’을 한자 ‘嚴’으로 보고, ‘줄기에 가시가 날카롭게 나 있어 엄하게 보이는 나무’로 해석하고 있다. 줄기에 나 있는 가시가 날카로워 위협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그것으로 인해 나무 자체가 엄하게 보인다는 인식은 좀 과해 보인다. ‘엄나무’에 쓰인 ‘엄’의 성조는 상성이고, 한자 ‘嚴’의 성조는 평성으로 성조가 다르다는 점에서도 ‘엄’이 ‘嚴’일 가능성은 작다. ‘엄’의 어원은 이 나무를 ‘牙木(아목)’이라 하는 점에 주목해 보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 한자 ‘牙’는 보통 ‘어금니’를 뜻한다. 그런데 ‘牙’에 대응되는 ‘엄’은 중세국어에서
문화일보 | 2019-07-19 12:26 -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삽살개
‘삽살개’는 신라 시대부터 길러 오던 토종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멸종 위기에 몰렸다가 1992년 복원 작업을 거쳐 ‘경산(慶山)의 삽살개’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큰 머리와 긴 털이 사자를 연상시킨다고 해 ‘사자개’라고도 하며, 긴 털로 인해 두 눈이 감긴 모습이 신선이나 도사의 풍모를 연상시킨다고 해 ‘신선개’라고도 한다. 그런데 정작 ‘삽살개’는 어떤 개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삽살개’는 16세기 문헌에 ‘삽살가히’로 처음 보인다. ‘삽살가히’는 ‘삽살’과 ‘가히’가 결합된 합성어다. ‘가히’는 ‘犬’의 뜻이고, 이것이 ‘가이’를 거쳐 ‘개’가 된 것이므로 더 이상 논의가 필요하지 않다. 결국 관심은 ‘삽살’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삽살’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었다. 민간에서는 ‘삽-’을 동사 ‘삽다(쫓다)’의 어간으로, ‘살’을 한자 ‘煞(사람을 해치거나 물건을 깨뜨리는 모질고 독한 귀신의 기운)’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삽살개’는 ‘귀신과 액운을 쫓는 개’로 해석된다. 이런 해석을 바탕으로 우리는 오랫동안 이 개가 잡귀를 쫓는 신통한 능력이 있다고 믿어 왔?
문화일보 | 2019-07-12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