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S010202111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81 | 생성일 2018-01-02 10:53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성폭행·동성애… 충격적 화면에 담은 ‘루저들의 욕망’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성폭행·동성애… 충격적 화면에 담은 ‘루저들의 욕망’

    ■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허드슨 강의 풍광과 악취가 진동하는 지하철을 공유해도 브루클린은 절대로 뉴욕이 될 수 없다. 브루클린에 사는 군상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뉴욕의 그들처럼 품위 있는 사랑도, 용기 있는 커밍아웃도, 혹은 천박해 보이지 않는 수준의 생계유지도 할 수 없다. 이들에게 뉴욕이란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가능하다고 믿게 하는 허상이자 신기루 같은 공간이다. 울리히 에델 감독의 1989년 작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는 1954년을 배경으로 뉴욕의 찌꺼기, 혹은 뉴욕에서 찌꺼기로도 살아갈 수 없는 브루클린 하층민들의 인생을 비추는 영화다. 브루클린의 한 공장에서는 파업이 한창이다. 사실상 이 파업에 모든 동네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해리(스티븐 랭 분)는 노조 선전부장이라는 직함을 받고는 신이 나서 조합 청년들 위에 군림하고, 노조의 공금을 탕진하며 재미를 본다. 한편 동네에는 온갖 나쁜 짓을 골라 하고 다니는 세 명의 골칫거리가 있는데 거리의 여자 트랄라(제니퍼 제이슨 리 분)는 이들과 공모해 바에서 유혹한 군인의 지갑을 터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게이 청년인 ?

    문화일보 | 2019-08-27 10:58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낮잠’처럼 몽환적인… 귀신의 性的 판타지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낮잠’처럼 몽환적인… 귀신의 性的 판타지

    씨에스타 1987년에 나온 영화 ‘씨에스타’(사진)는 ‘나인 하프 위크’와 ‘와일드 오키드’의 시나리오 작가 퍼트리샤 루이지애나 놉과 공포영화를 전문으로 만들던 메리 램버트 감독이 참여한 여성 팀 프로젝트다. 1980년대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거의 모든 에로티시즘 테마의 영화를 남성 감독들이 연출해왔던 사실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스페인의 공항 근처 수풀 속에서 깨어나는 클레어(엘렌 바킨)를 비추며 시작된다. 클레어의 드레스에는 여기저기 피가 묻어 있으나 상처가 없어 그는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했다고 생각한다. 기억을 모두 잃은 클레어는 정처 없이 떠돌며 기억을 더듬다가 자신이 유명 스턴트우먼이었으며 목숨을 건 쇼를 앞두고 옛 연인 어거스틴(가브리엘 번)을 만나러 스페인에 와있음을 알게 된다.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자신이 처음 도착했던 호텔로 가던 도중 클레어는 파티가 열리고 있는 한 갤러리에 들어가게 된다. 갤러리에서 만난 화가 키트(줄리언 샌즈)와 낸시(조디 포스터)는 위험에 처한 클레어를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두 사람과

    문화일보 | 2019-08-20 11:07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로맨스와 폭력사이… 교차편집이 살린 섹슈얼누아르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로맨스와 폭력사이… 교차편집이 살린 섹슈얼누아르

    ■ 킬러 인사이드 미 누아르 장르는 지난 1940년대와 1950년대에 황금기를 누렸다. 레이먼드 챈들러나 제임스 M 케인 등이 쓴 하드 보일드 소설들을 영화화한 이 누아르 장르가 대중의 인기를 모았던 이유는 섹스와 폭력이다. 팜 파탈과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생겨나는 끈적한 로맨스와 악한들의 폭력묘사는 현재의 영화들만큼 수위가 높지는 않더라도 다른 장르에선 맛볼 수 없는 누아르만의 고유한 매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츠 랑 감독의 1953년 작 ‘빅 히트’에서 악당 빈스(리 마빈)가 자신의 연인 데비(글로리아 그레이엄)에게 커피포트에서 끓고 있는 커피를 얼굴에 끼얹는 장면은 누아르 역사상, 혹은 1950년대까지 제작된 모든 미국영화 중 가장 폭력적인(아마도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이라서 더 그렇게 여겨지는 듯하다) 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의 2010년 작 ‘킬러 인사이드 미’(사진)는 황금기 누아르 영화의 장르적 요소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훨씬 더 강렬한 섹스 묘사와 폭력 수위를 보이는 작품이다. 배경은 1952년, 텍사스 서부에 있는 작은 마을. 젊은 보안관 루(케이시 애플렉)는 서장으로부터

    문화일보 | 2019-08-13 10:52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돋보이는 섹슈얼리티… ‘새마을영화’도 김기영이 만들면 다르다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돋보이는 섹슈얼리티… ‘새마을영화’도 김기영이 만들면 다르다

    김기영 감독 ‘수녀’ 1960∼1970년대 등 지극히 작위적인 시대적 분류를 제외한다면 김기영 감독의 작품은 그 어떤 범주로도 묶을 수 없다. 흔히들 그의 작품을 ‘컬트영화’로 분류하거나 칭하지만 그것은 김기영 작품이 만들어진 후 형성된 문화적 팔로잉과 관객성을 기반으로 해 지칭된 것이므로 그의 영화적 미학이나 작가론적인 맥락에서 적확히 붙여진, 총체적 분류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김기영 영화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여자’다. 김기영의 이름을 알리게 된 ‘하녀’(1960)와 함께 이른바 ‘녀’ 시리즈로 불리는 ‘화녀’(1971), ‘충녀’(1972), ‘수녀’(1979·사진), ‘화녀82’(1982) 등을 비롯해 ‘이어도’(1977),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1978) 등의 작품은 모두 여성을 메인 캐릭터로 하고 여성의 성적, 사회적 욕망을 내러티브의 주요 동기로 삼는다. 이 작품 중 ‘수녀’는 그가 신한문예영화사라는 영화사를 차리고 제작한 첫 작품으로, 김기영만의 강한 여성 캐릭터와 섹슈얼리티를 보여주면서도 당시 박정희 정권에서 주도했던 우수영화 정책에 부합하려는 양상이 드러

    문화일보 | 2019-08-06 10:51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끊임없는 영토전쟁… ‘城과 性’에 중독된 인간들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끊임없는 영토전쟁… ‘城과 性’에 중독된 인간들

    ■ 아그네스의 피 잊지 못할 대사 한 줄만으로도 배우는 영생(永生)한다. 관객들에게 남은 그 특정 장면으로, 혹은 그 멋진 대사로, 이미지와 소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연동되고, 중첩돼 하나의 그림처럼 남게 된다. 지난 19일 75세의 나이로 별세한 룻거 하우어가 리들리 스콧의 1982년 작품 ‘블레이드 러너’에서 남긴 대사가 그런 예다. 복제인간 로이 배티 역을 맡은 그는 “모든 순간은 시간 속에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말이야.(All those moment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네덜란드 출신인 하우어는 이 대사 하나로 할리우드 스타로 급부상했고, ‘블레이드 러너’는 스콧 감독도, 주연배우 해리슨 포드의 영화도 아닌 하우어의 영화로 길이 남게 됐다. 하우어는 이후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블레이드 러너’만큼의 성공을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1985년 작품 ‘아그네스의 피’(원제 Flesh+Blood·사진)만큼은 그의 수많은 출연작 속에서 묻히기 아까운 수작이다. ‘아그네스의 피’는 폴 버호벤 감독의 연출작으로 14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문화일보 | 2019-07-30 11:10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저항군 돕는 ‘글래머 클럽사장’… B급 영화의 전설로 부활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저항군 돕는 ‘글래머 클럽사장’… B급 영화의 전설로 부활

    ■ 바브 와이어 ‘유명세’ 자체가 직업인 사람들이 있다. 특정 직업도 없이 타블로이드를 휩쓸었던 패리스 힐턴이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셀럽(she is famous for being famous)’으로 불렸던 것처럼 말이다. 2000년대 이후에 힐턴이 있다면 1990년대에는 패멀라 앤더슨이 있었다. 캐나다 출신의 앤더슨은 플레이보이지 모델로 이름을 알리다가 인기드라마 ‘베이 워치’에서 구조대원으로 출연한 뒤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플레이보이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으로 추측할 수 있듯이 ‘베이 워치’의 출연으로 그가 주목받게 된 것은 연기력 때문이 아니다. 형편없는 연기력과 발음에도 대중은 성형수술로 만들어낸 DD 컵 사이즈의 가슴과 기형적으로 잘록한 허리에 열광했다. 앤더슨은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 토미 리와 키드 록 등 문제적인 인물들과 결혼한 것 이외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한 것이다. 데이비드 호건의 1996년 연출작 ‘바브 와이어’(사진)는 동명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만든 SF액션영화다. 영화는 ‘최악의 영화’를 포함한 골든 라즈베리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기염(

    문화일보 | 2019-07-23 11:00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마약·섹스·죽음… ‘펑크의 시대’ 기괴하고도 처연한 사랑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마약·섹스·죽음… ‘펑크의 시대’ 기괴하고도 처연한 사랑

    ■ 시드와 낸시 1970년대식 ‘세기의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섹스 피스톨스의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와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그루피(록그룹에 열중하는 10대 팬) 낸시 스펑겐이다. 다만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비극의 요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집안싸움도, 이수일과 심순애를 갈라놓은 돈도 아닌 헤로인이라는 점은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특히 펑크 음악과 문화가 권태에 찌든 전후 세대를 집어삼킨 시기의 단면을 역설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앨릭스 콕스 감독의 1986년 작 ‘시드와 낸시’(사진)는 마약과 섹스에 중독된 한 커플의 만남부터 죽음까지의 짧은 기간을 그린 영화다. 막 부상하기 시작한 펑크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베이시스트인 시드(게리 올드먼)는 그만의 독특한 패션과 기행으로 펑크의 아이콘이 됐다. 시드가 가는 곳마다 그와 밤을 보내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들끓지만 정작 그는 술과 어처구니없는 장난에만 관심이 있다. 그런 아이 같은 시드 앞에 낸시(클로이 웹)가 나타난다. 시드의 밴드를 쫓아다니던 여자의 집에서 만난 낸시는 심한 마약 중독에 밴드를 하던 주변 남자들

    문화일보 | 2019-07-16 11:09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대감·신랑 유혹하는 두 귀신… 미학적 장면 가득한 ‘에로틱 호러’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대감·신랑 유혹하는 두 귀신… 미학적 장면 가득한 ‘에로틱 호러’

    ■ 며느리의 한 1970년대 한국영화 산업이 대대적인 불황기를 겪으며 장르의 다양성이 대폭 줄었다. 1960년대에 황금기를 누린 멜로드라마가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는 동시에 기존 멜로드라마에 에로티시즘을 가미한 호스티스 물이 새로운 흥행 강자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영, 이용민, 박윤교 같은 감독들은 스릴러와 호러를 꾸준히 제작하며 한 길을 걸었다. 그중에서도 박윤교 감독의 활약, 혹은 영화적 자취는 동시대 컬트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김기영 감독에 비해 조명받지 못했다. 박 감독은 ‘뜬 구름아 말 물어보자’(1966)라는 멜로드라마로 데뷔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공포영화 ‘백골령의 마검’(1969)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본격적인 공포영화 연출자로 활동했다. ‘며느리의 한’(1972·사진) ‘옥녀의 한’(1972) ‘꼬마신랑의 한’(1973) ‘낭자한’(1974)으로 이어지는 그의 ‘한 시리즈’는 대대적인 히트는 아니지만 지방극장과 재개봉관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박윤교표’ 공포영화는 두드러지는 에로티시즘으로 여타 다른 귀신영화들과 차별화된?

    문화일보 | 2019-07-09 11:03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촉각’으로 몸 탐닉… 시각장애 조각가와 모델의 ‘가학적 사랑’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촉각’으로 몸 탐닉… 시각장애 조각가와 모델의 ‘가학적 사랑’

    ■ 눈먼 짐승 1800년대 말 탄생한 영화는 TV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로 급상승한 1970년대 이전까지 독점적으로 오락수단을 담당했다. TV의 보급이 빠르게 진행됐던 미국을 제외한 많은 지역에서 1950년대는 영화의 황금기다. 일본 역시 이 시대에 일본 영화 사상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배출해냈다.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와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등의 1세대 영화 장인들이 독트린에 가까운 정적이고 고전적인 영화를 만들어냈고, 스즈키 세이준(鈴木淸順)과 오시마 나기사(大島渚)를 비롯한 새로운 주자들은 관습 파괴적인 영화에 집중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누벨바그 운동이 일본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재패니즈 뉴웨이브’로 불렀고, 마스무라 야스조(增村保造)는 이 운동의 기수 격인 감독이다. 야스조 감독은 청년 시절 이탈리아로 가 페데리코 펠리니, 루키노 비스콘티 등 거장들에게 직접 연출 트레이닝을 받은 보기 드문 인재이기도 하다.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미조구치 겐지(溝口健二)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하다가 1957년 ‘입맞춤’으로 데뷔한 후 1969년 ‘눈먼 짐승’(사진)에 이르기까지 매년

    문화일보 | 2019-07-02 11:15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현실 부부의 뜨거운 정사… 특징없는 리메이크作의 승부수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현실 부부의 뜨거운 정사… 특징없는 리메이크作의 승부수

    ■ 겟어웨이 - 끝없는 도주 극장에서 놓친 화제작을 보기 위해선 비디오가게로 뛰는 방법밖에 없었던 시절, 가게 주인의 권력은 그야말로 절대군주에 가까운 것이었다. 잘만 얘기하면 신작을 빼놨다가 몰래 주기도 하고, 단골에게는 가끔 영화 포스터를 얹어주기도 하던 주인아저씨에게 늘 충성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다 본 영화를 앞으로 감아서 반납했고, 반납 날짜를 철저히 지켰다. 이처럼 모범적인 고객인 내가 반납 일자를 지키지 못하고 몇 번씩 돌려봤던 영화가 있는데 그중 한 편이 ‘겟어웨이-끝없는 도주’(사진)다. 1990년대를 지배했던 킴 베이신저의 올 누드 출연작으로, 함께 출연한 앨릭 볼드윈의 전성기 시절 ‘핵미모’가 빛을 발한다. 워낙 광고를 많이 한 이 영화는 주인아저씨를 향한 충성 따위를 일순간에 구차하게 만드는 불가항력의 작품이었다. 그때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이 영화는 샘 페킨파 감독이 연출한 ‘겟어웨이’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점에서, 또한 마이클 매드슨과 작고한 필립 시모어 호프먼, 제니퍼 틸리, 제임스 우즈 등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주목?

    문화일보 | 2019-06-25 10:53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옆집 여성 훔쳐보고 죽음으로 내모는… 상류층의 ‘위선’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옆집 여성 훔쳐보고 죽음으로 내모는… 상류층의 ‘위선’

    적도의 꽃 배창호 감독의 1983년 작 ‘적도의 꽃’(사진) 오프닝은 우중충한 아파트의 거실 탁자에 엎드려 있는 한 남자의 매가리 없는 독백으로 시작된다. “가족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면의 밤과 싸우는 내게 매달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다. 지난번 5번째로 근무하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다시는 취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난 명예와 욕망과 물질에 눈이 먼 사람을 경멸하고 있다. 난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사랑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한심한 독백의 화자는 ‘미스터 M’이라고 자신을 칭하는 남자(안성기)고, 그가 밝혔듯 그는 직업도, 소일거리도 없이 베란다에 서서 망원 카메라로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 특히 여자들을 염탐하며 시간을 보낸다. M은 어느 날 건너편 아파트에 이사 온 젊은 여자 선영(장미희)을 발견한다. 선영에게 한눈에 반한 그는 하루종일 그의 아파트를 카메라로 훔쳐보고 셔터를 눌러댄다. 선영을 훔쳐보던 M은 밤마다 그의 아파트를 찾아오는 중년 남자(남궁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망원경까지 동원해 선영과 남자가 성관계?

    문화일보 | 2019-06-18 11:14
  •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친구·前부인·연인 얽힌 섹스와 살인… 히치콕의 가장 야한 작품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친구·前부인·연인 얽힌 섹스와 살인… 히치콕의 가장 야한 작품

    ■ 프렌지 1972년에 개봉된 영화 ‘프렌지’(사진)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야한 영화다. 이는 1960년대 말에 폐지된 영화제작코드, 즉 영화검열시대의 종료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히치콕이 영국에서 만든 초기작 ‘하숙인’(1927)의 오프닝과 매우 유사한 시퀀스로 시작된다. 템스강 한가운데에서 시체 한 구가 떠오르고 행인들은 목에 넥타이가 감겨 있는 나체 여성의 시체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도, 아무도 동정의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행인들 사이에는 블래니(존 핀치)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코벤트가든의 한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공군 장교 출신이다. 현재는 알코올의존증에, 결혼중매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전 부인 브렌다(바버라 리헌트)에게 생활비까지 의존하는 비루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나마도 술집에 있는 술을 몰래 빼먹는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당한 그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한심한 인생의 전형을 보여주는 블래니와 대조를 이루는 캐릭터는 그의 친구 러스크(배리 포스터)다. 과일 도매상인 그는 시장 상인 중에서 가장 호탕하고 지나치?

    문화일보 | 2019-06-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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