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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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의 요즘 클래식>비발디 초기작부터 슈니트케 협주곡까지 듣는 경험
팀프 앙상블의 연주 현대의 음악 감상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여전히 하나의 앨범을 소장해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파편화된 음악 조각들을 저마다의 취향에 맞게 혹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재배치된 형태로 감상한다. 장르나 시대의 구분 없이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일은 당연하다. 필자는 좋아하는 노(老) 피아니스트의 젊은 시절 라이브 영상을 보기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광고송부터 강제로 감상해야 하는 일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영적 체험을 묘사한 고전의 선율이 코믹한 ‘짤’과 한 몸이 돼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따라 유영한다. 이러한 시대의 풍경 앞에 음악가와 기획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난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 TIMF(팀프) 앙상블의 ‘콘체르토 그로소(사진)’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듯했다. 합주 협주곡을 테마로 삼은 이번 음악회는 연주 수준 역시 훌륭했지만, 그에 앞서 프로그램 자체에 큰 의의가 있었다. 합주 협주곡이라는 양식을 확립한 비발디의 초기작 Op.3-11과, 수백 년의 음악사에 주요하게 기록된 재료들을 거칠게 혼용한 혁신적 작
문화일보 | 2019-08-26 10:38 -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검열 당한 작곡가·세계 첫 女지휘자… 영화로 만나는 음악
청풍호에 달이 뜨자 호숫가에 마련된 무대 위 조명이 꺼졌다. 1920년대 무성영화 ‘이기주의자’의 막이 오르고, 폴란드 음악가 마르친 푸칼룩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라이브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한낮의 무더위가 선선한 바람에 잠시 자리를 내준 여름밤, 관객들은 오묘하고도 경쾌한 무대에 빠져들었다. 제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단 하루를 남겨두고 있다. 37개국 127편의 음악영화를 비롯해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상영회, 국내외 음악영화 발전을 위한 포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말을 맞아 많은 관객이 모였던 지난 10일, 제천 곳곳을 둘러봤다.
문화일보 | 2019-08-12 10:24 -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노래하듯 웅변하듯… 생생하게 그려낸 ‘디바 칼라스의 삶’
다큐 영화 ‘마리아 칼라스…’ 자서전류의 책을 고를 때 무엇을 고려하는가. 인물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가장 큰 선택의 조건이겠지만, 그 인물의 행적을 어떤 어조로 전달하는가 하는 점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자서전 ‘음악 없는 말’을 번역한 이석호는 이 책이 자기 홍보나 변명이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기름진 살코기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살을 발라낸 뼈다귀 같은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특정 인물을 찬양하기 위해 쓰인 글은 독자들에게 외면받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톤은 조금 독특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감독 톰 볼프)는 다른 내레이터 없이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직접 자신의 삶에 대해 들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톰 볼프 감독은 칼라스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에 가진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의 삶을 재구성한다. 마치 웅변을 하는 듯한 칼라스의 곧은 목소리와 칼라스를 향한 감독의 연민, 애정의 시선이 교차된다. 낯선 듯 흥미로운 이 설정은,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마리아 칼라스라는 인물을 표현하기에 효과적?
문화일보 | 2019-07-08 10:27 -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詩 쓰듯 기도하듯 오묘한 음색… 투박하면서 자연스러운 멋
조르디 사발 & 르 콩세르 데 나시옹 ‘요즘 사람들의 귀로는 맑은소리를 들을 수 없다. 어떠한 과학이나 마법으로도.’ 전쟁의 시기를 겪으며 종말론적 소리를 체험한 헤르만 헤세는 1943년에 출간된 소설 ‘유리알 유희’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날은 어떨까. 폭탄의 파괴적 음향은 사라졌지만 현대사회가 만들어내는 무수한 소음들이 ‘평범한’ 소리를 들을 권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다. 캐나다 작곡가 머리 셰이퍼는 ‘도시인은 먼 곳의 소리를 듣는(그리고 보는) 능력을 잃어버렸고, 이는 지각의 역사에 중요한 변화다’라고 썼다. 지난 22일
문화일보 | 2019-06-24 10:29 -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피아노 위에 눕거나 옷 벗어던진 연주자의 영상 … 예술인가 기행인가
다큐 ‘닥치고 피아노!’ 칼럼의 제목을 이루는 두 단어인 ‘요즘’과 ‘클래식(음악)’은 사실 모순된 조합이다. 클래식 음악은 유럽의 전통적 작곡 기법으로 만든 음악을 말한다. 더 이상 창작되지 않는 ‘과거의 음악’인 셈이다. 서구의 음악 사조를 잇는 현대 창작곡들은 ‘현대음악’으로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소비된다. 우리 고유의 작법 또는 악기를 사용한 음악은 과거의 것이든 현대의 것이든 국악으로 분류되며, ‘대중음악’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는 음악적 특징에 의해 세분화된다. 시대 구분을 위한 용어, 서구의 관점에서 타자화한 ‘나머지’로서의 장르의 혼용은 이미 해묵은 논쟁이다. 많은 이가 이제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음악가에게 이러한 관습은 머뭇거리거나 넘어서야 하는 일종의 벽이 될 수 있다. 캐나다 출신의 음악가 칠리 곤잘레스 역시 이러한 벽 앞에서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펼쳐 보일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6일 개봉한 곤잘레스의 다큐멘터리 ‘닥치고 피아노!’(감독 필립 예디케·사진)는 고전음악을 연주하던 꼬마 피아니스트가 온 세상에 가득한
문화일보 | 2019-06-10 10:36 -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활력 넘치는 첼로·기품 있는 앙상블… ‘행복감 깃든 하모니’로 관객에 인사
케라스 & 레조난츠 하이든과 C P E 바흐가 살던 1700년대에 연주되던 ‘도(C)’ 음과 오늘날에 연주되는 ‘도’ 음은 같을 수 없다. 작곡가가 그 음을 쓰던 당대의 양식과 인간 정신이 재현되며 끊임없이 재맥락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전 악보와 현대의 연주자는 ‘바로’ 만날 수 없다. 아무런 의미를 담지 않은 그 자체로의 원전은 존재할 수 없으며, 오늘날의 음악가는 음악사 속 수많은 이의 사유와 시도로 덧입혀진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를 양손에 받아들 수밖에 없다. 지난 24일, LG아트센터를 찾은 첼리스트 장 기엔 케라스, 앙상블 레조난츠의 무대는 조금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를 아울렀다. 음악 사조의 다양한 장면을 담아낸 베른트 알로이스 치머만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1944)을 첫 순서로 정한 프로그램부터 그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과 C P E 바흐의 첼로 협주곡 1번, 그리고 하이든 교향곡 48번 ‘마리아 테레지아’를 연주하는 동안 케라스와 앙상블 레조난츠는 음악적 구성미를 우아하게 표현하면서도 긴장감과 활력이 넘치는 연주를 선보였다. 쾌활한 주제를 주고
문화일보 | 2019-05-27 10:10 -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한명은 뜨겁게, 또 한명은 깊게…43년차 뛰어넘은 ‘건반 위 우정’
아르헤리치 & 임동혁 인문과학, 자연과학계를 걸쳐 ‘인류세’ 논의가 한창이다. 인류세란 인류가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새롭게 탄생한 시대를 일컫는다. 코끼리가 무분별한 밀렵으로부터 생존을 위해 상아가 없는 종으로 자가 진화하는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비인간, 사물과의 공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메시지를 포함하기도 한다. 지난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벳푸 아르헤리치 뮤직 페스티벌 인 서울’은 하이든 현악 4중주 ‘종달새’로 시작해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그리고 라흐마니노프가 인간 죽음의 감정을 묘사한 ‘교향적
문화일보 | 2019-05-13 10:35 -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바이올린의 감각적인 音… 장대한 알프스 숲으로 관객 이끈 시향
부산시향·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서른한 번째 교향악축제가 막을 내렸다. 매년 전국의 관현악단을 불러 모아 국내 오케스트라의 지형을 확인시켜주고, 청중이 궁금해하는 솔리스트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국내 유일 관현악축제다. 필자는 대규모 인원이 무대에 오르는, 그야말로 관현악의 진수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관람했다. 지난 18일 지휘자 최수열(사진 앞줄 오른쪽)과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앞줄 왼쪽)가 협연자로 섰다. 첫 곡은 윤이상의 ‘예악’. 궁중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박이 ‘탁’ 하고 소리를 내며 낯선 음향을 주도했다.
문화일보 | 2019-04-23 10:18 -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섬세하고 지적인 피아노 선율…격정적 오케스트라와 ‘시너지’
손열음 & 조너선 노트 꿈꾸는 사람은 모두 행복할까? 지난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손열음(사진 왼쪽) 협연, 조너선 노트(가운데) 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손열음이 협연한 슈만 피아노 협주곡 A단조는 너무나 아름다운 꿈이 손에 잡히지 않아 괴롭고 아픈 노래처럼 펼쳐졌다. 노트가 이끄는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은 삶을 뒤덮는 어두운 악몽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포기한 이의 절규가 녹아 있었다. 두 시간 남짓 펼쳐진 이날의 공연은 1000명이 넘는 관객을 환상적인 꿈의 풍경으
문화일보 | 2019-04-08 10:21 -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세련된 음색으로 세세한 감정 표현… 과시하지 않고 균형 잡힌 연주 몰두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예술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드러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컨대 영화 안에서 잔혹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그 장면을 사실적으로 전시하는 것보다 은유적으로 드러내 관객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어떤 관념이나 감각을 일으키도록 하는 편이 훨씬 매력적이다. 지난 2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가진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사진)은 창작자와 관객이 만나는 가장 예술적인 방법을 두 시간 동안 몸소 펼쳐 보였다. 불필요한 동작 하나 없이 절제와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음악 속에 담긴 수많은 물음표를 풍부한 음악성으로 표현
문화일보 | 2019-03-25 10:23 -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현악의 질감 - 관악의 활력 ‘예쁜 조화’ 아브데예바 절제된 피아노 ‘화룡점정’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 상영 중인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버린 영국 여왕 앤과 그의 권력을 둘러싼 두 여인의 욕망을 그린 영화로, 앤 역을 맡은 배우 올리비아 콜먼에게 제91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실제로도 17명의 자식을 잃었다는 앤(1702∼1714년 재위)의 지독하게 슬픈 내면은 여러 장면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데 궁 정원의 연주 장면이 그중 하나다. 나이가 어린 현악기 연주자들이 정원에 앉아 연주하는 모습을 창문을 통해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앤은 이내 당장 멈추라고 울부짖으며 그들을
문화일보 | 2019-03-11 11:08 -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세련된 이브라기모바 - 화려한 김봄소리… 두 바이올리니스트 명불허전 ‘2色 무대’
이브라기모바 & 김봄소리 오래 교감한 다정한 친구 사이와 이제 막 시작한 풋풋한 연인 사이를 각각 보는 듯했다. 지난 21일과 23일, 서울 LG아트센터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알리나 이브라기모바(왼쪽 사진)와 세드릭 티베르기엥, 김봄소리(오른쪽)와 라파우 블레하츠의 듀오 콘서트가 그랬다. 연주자들의 외형을 음악에 비유하는 건 조금 식상하지만 이브라기모바의 세련된 감색 드레스와 김봄소리의 화려한 핑크빛 꽃무늬 드레스가 그들의 음악 스타일과 자연스럽게 포개졌다. 10년 이상 음악적 파트너로서 활동해온 바이올리니스트 이브라기모바와 피아니스트 티베르기엥은 음악적 지향점이 완전히 맞닿아 있는 듯했다. 이번 무대는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두 사람의 개성과 창의성이 묻어나는 호연이었다. 브람스의 음악이 또다시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이브라기모바가 빚어내는 음색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화려하게 꾸며내려 하지 않고, 직선적이고 담백하다. 도회적인 매력을 지녔다. 원전 해석에 가까운 과하지 않은 비브라토, 도취감이나 행복?
문화일보 | 2019-02-25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