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S010202203 그립습니다
658 | 생성일 2019-09-02 14:14
  • 일기쓰기로 치매와 싸우며… 페이지마다 가족 사랑에 가슴 저려[그립습니다]

    일기쓰기로 치매와 싸우며… 페이지마다 가족 사랑에 가슴 저려

    아버지는 노년기에 이르도록 건강하신 편이었다. 팔순이 넘어서도 자전거를 타셨고, 동네 마당 청소 같은 궂은일도 스스로 도맡아 하셨다. 주위에서는 다들 ‘법 없이도 사시는 분’이라며, 평생을 곧고 성실하게 사신 덕에 건강도 복 받으신 거라고 했다. 결혼 60주년 기념 일가족 행사를 열어드렸을 때만 해도 심신 모두에 별다른 이상은 없으셨더랬다. 그러나 80대 후반에 접어들며 상황이 급변했다. 갑자기 치매 증세가 발병한 것이다. 처음엔 발음이 어눌해지신다 싶더니 점점 말귀를 알아들을 수 없게 되었고, 급기야 외출하셨다가 집을 찾아오지 못

    문화일보 | 2025-05-14 09:01
  • 당신의 맞춤법 실수·흐트러진 필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그립습니다]

    당신의 맞춤법 실수·흐트러진 필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가물가물하다. 엊그제 점심을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 결혼식장에서 만난 그 친구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머릿속을 더듬다 보면, 빠르게는 몇 초, 좀 더 가면 1∼2분 사이에 용케 기억이 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한참을 갸웃거리다 그냥 덮어버리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라곤 내 휴대전화와 집 전화뿐. 아내와 아이들 번호조차 ‘연락처→ 즐겨찾기’를 눌러보아야만 알 수 있다. 영어 단어나 한자의 획이 헷갈리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한때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길눈도 이젠 목적지 주변을 한두 번 맴돌게 되는 때가 적지 않으

    문화일보 | 2025-05-13 09:12
  • 영원히 계실 줄 알고 못다 표현한 마음… “아버지, 사랑해요”[그립습니다]

    영원히 계실 줄 알고 못다 표현한 마음… “아버지, 사랑해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께. 아버지는 저에게 온 우주에서 가장 훌륭하신 분이셨어요. 아버지가 떠나신 뒤, 엄마(차인옥·88)는 쓰러지셔서 대수술을 받으셨고, 오랜 병원 생활 끝에 결국 거동조차 못 하게 되셨어요. 둘째 언니는 여전히 결혼도 하지 않고 일하면서 대소변 수발까지 하며 엄마를 곁에서 열심히 모시고 있어요. ‘사무치게 그립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아버지 사진을 보고 있으면, 문을 열고 들어오시며 “막내딸 왔냐?”하고 제 이름을 부르실 것만 같아요. 이게 현실이 아닐 거라고,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되뇌면

    문화일보 | 2025-05-07 09:24
  • 선행 연구 거의 없던 주제 논문작성 격려… 지금도 혜안 느껴져[그립습니다]

    선행 연구 거의 없던 주제 논문작성 격려… 지금도 혜안 느껴져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에게 많은 사랑을 베푸셨습니다. 출근 시간에 언제나 도서관에 들르셔서 법학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시고 격려해주셨습니다. 특히, 필자가 조교로 임명되어 민법(民法)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공해(公害)에 관한 논문 한 편을 써보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때로부터 자료를 찾아서 논문을 탈고해서 1972년 6월 단대신문에 ‘공해의 법리와 손해배상문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이 무렵에는 학문적으로 ‘공해’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할 때였습니다. 이때, 일간신문에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유엔 인간

    문화일보 | 2025-04-30 09:11
  • 평생 ‘해양국제법’ 연구… 48년전 독도 순방기 큰 울림[그립습니다]

    평생 ‘해양국제법’ 연구… 48년전 독도 순방기 큰 울림

    지난 2월 12일은 경해(鏡海) 박종성(朴鍾聲) 교수님의 40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세월이 참으로 빠르게 지나갑니다. 1985년 2월 12일, 선생님께서 회갑(回甲)을 얼마 앞둔 때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제자들이 오열하였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서울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유소년 시절을 보내시고, 1951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하시면서 법학에 입문하셨습니다. 그리고, 미국 뉴욕대학교 석사학위 과정에서 국제법학을 전공하셨으며, 1960년 6월 이 대학에서 ‘Theory and Practice of

    문화일보 | 2025-04-29 09:26
  • 내가 엄마 나이 되어보니 부모의 마음을 알겠어요[그립습니다]

    내가 엄마 나이 되어보니 부모의 마음을 알겠어요

    “정남아, 일어나 봐.”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파동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어머니다. “밖에 삵이 왔다!!! 닭장에 닭을 잡아먹으러 왔나 봐, 무서워서 못 나가겠다.” 하필 아버지가 출타 중인 이날 삵이 나타난 것이다. 40대 전후였던 어머니는 무서움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안방 창호지 문만 열었다 닫았다 반복이었다. 슬금슬금 고양이처럼 걸어가 닭장 문을 흔들던 삵이 “때 이∼ 때 이∼” 소리 지르는 어머니 쪽을 휙∼하고 돌려다 본다.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삵을 보고 내게 부엌에 가서 부지깽이를 가져오라고 하신

    문화일보 | 2025-04-24 10:10
  • 새 생명을 선물하고 간 당신… 손주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해요[그립습니다]

    새 생명을 선물하고 간 당신… 손주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해요

    ■ 그립습니다 - 장기기증한 나의 남편 정동수(1947~2013) 남편을 처음 만난 건 18살, 꽃다운 시절이었다. 인생의 봄날에 양가의 혼담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은 후 30여 년간 매 순간을 남편과 함께했다. 시골에서 단둘이 시작했던 신혼살림에 삼남매가 태어나 다섯 식구가 되기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준 남편 덕분에 모진 세월도 이겨낼 수 있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고향을 떠나 타지에 터를 잡았을 때 처음 시작했던 일은 국수장사였다. 그 시절 손님상에 내어갔던 긴 국수 가락처럼 부부의 연이 오랫동안 이어지리라 생각했지만 12년 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

    문화일보 | 2025-03-13 09:23
  • 어느 하늘 아래에서 잘 살고 있는지… 동기들아, 보고싶다[그립습니다]

    어느 하늘 아래에서 잘 살고 있는지… 동기들아, 보고싶다

    ■ 그립습니다 - 남쪽 고향과 임용발령 동기들 어젯밤도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두서너 번 자다 깨다 일어났다. 설도 지나 머나먼 남쪽 내 그리운 고향의 빈집으로 KTX를 타고 내려갈까 하다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매우 춥다고 하여 포기했다. 고향이라야 일가친척 떠나고 서너 가구가 살고 있는데 연세 많으신 두 분이 요양원에 입원해 비어 있는 집이 두 집이나 된다. 우리 집도 어머니와 동생이 생존해 있을 때는 삶의 생기와 온기가 있었는데 10년 이상 방치하다 보니 엉망진창이 됐다. 다행히 굿네이버스의 협조를 받아 리모델링을 하여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변했지만

    문화일보 | 2025-02-19 09:07
  • 8년 암투병 끝에 떠난 올케… 다음 생엔 내 동생으로 태어나길[그립습니다]

    8년 암투병 끝에 떠난 올케… 다음 생엔 내 동생으로 태어나길

    ■ 그립습니다 - 나의 남동생댁 故 이영욱(1968∼2024) 나는 우리 남동생댁을 참 좋아했다. 크고 선한 눈망울과 마주치면 금방 사람 좋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조용한 목소리에는 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런 동생댁이 8년 전 암 진단을 받았다. 며느리가 둘인 집안에 큰며느리인 새언니가 암으로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터라 둘째 며느리인 동생댁의 암 선고는 모두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일이었다, 동생댁은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는데 50세가 가까운 어느 날 ‘형님! 저는 이제 학교에 그만 가고 싶어요’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때 나는 한 치

    문화일보 | 2025-02-18 09:44
  • ‘일요일의 남자’ 쩌렁쩌렁했던 목소리 귀에 선합니다[그립습니다]

    ‘일요일의 남자’ 쩌렁쩌렁했던 목소리 귀에 선합니다

    ■ 그립습니다 - 3주기 맞는 故 송해 선생님(1927∼2022) 얼마 전 지방의 한 경로당에서 ‘우리 동네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불현듯 송해 선생님이 생각났다. 돌아가신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주기가 다가온다. 세월이 정말 빠르다. 사실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한번 ‘경로효친 기행’의 음악회에서 대표곡인 ‘나팔꽃 인생’ 노래를 불러주시기로 약속했었다. 송해 선생님은 ‘우리들의 영원한 수사반장’ 최중락 선배님을 통해 알게 됐다. 나는 선생님께서 살아생전 개인 사무실로 가끔 찾아뵈어 인사드리고 담소를 나누곤 했었다. 그때마다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

    문화일보 | 2025-02-06 09:06
  • 아버지의 빛바랜 성경책… 제겐 최고의 유산입니다[그립습니다]

    아버지의 빛바랜 성경책… 제겐 최고의 유산입니다

    ■ 그립습니다 - 나의 아버지 故 김흥집 장로(1930∼2023)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에 참전하셨던 나의 아버지 고향은 충남 홍성이다. 당시 부모님은 모두가 그렇듯, 시골살이가 녹록하지 않았다. 농사일이란 게 노동 집약이라 뼈 빠지게 일해야 하루를 살아내는 시절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시골에서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해서 모든 것을 정리하여, 3남 1녀 자녀 중 둘째 아들인 나만 홀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맡기고 상경하셨다. 형과 누나는 서울로 전학했고, 젖먹이 막내는 너무 어려서 데려갔는데 나는 어렸지만 의사소통할 수 있으니 남겨두고 가셨다.

    문화일보 | 2025-02-04 09:28
  • ‘G선상의 아리아’ 녹음된 카세트테이프 선물 고마웠어요[그립습니다]

    ‘G선상의 아리아’ 녹음된 카세트테이프 선물 고마웠어요

    ■ 그립습니다 - 나의 남편 고 김사훈 시몬(1952∼2024) 상상도 못 했던 이별 앞에 남편 김사훈 시몬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미사를 넣고 하루에 서너 번씩 연도와 기도를 하는 것뿐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사진 속에서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는 남편에게 실없는 말을 해본다. “자기야, 다시 왔다 가면 안 될까? 잠깐이라도 좋으니 딱 한 번만, 우리 마지막 인사도 못 했잖아요. 사랑한다는 말은 듣고 가야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 알면서도 애절하게 중얼거려 본다. 지난 주일 수녀님께서 내게 다가오시더니 울고 싶으면 참지 말고 울라시며 목멘 소리로 말을 꺼내셨다. “언어의 마술이라 하지만 난 시로 표현된 우리 언어가 그렇게 사람을 울릴 수 있다는 거에 놀랐어요. 슬픈 시가 아니었는데 너무 슬퍼서 장례미사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다 울어 눈물바다가 됐어요. 지금도 난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요.” 연극배우와 기획자로 만나 결혼을 하기까지 비하인드스토리가 담겨 있는 시 ‘옛날이야기(G선상의 아리아)’를 남편의 장례 미사 때 유가족 인사를 한 후 남편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로

    문화일보 | 2025-01-23 08:59
  • 당신의 맞춤법 실수·흐트러진 필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그립습니다]

    당신의 맞춤법 실수·흐트러진 필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가물가물하다. 엊그제 점심을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 결혼식장에서 만난 그 친구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머릿속을 더듬다 보면, 빠르게는 몇 초, 좀 더 가면 1∼2분 사이에 용케 기억이 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한참을 갸웃거리다 그냥 덮어버리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라곤 내 휴대전화와 집 전화뿐. 아내와 아이들 번호조차 ‘연락처→ 즐겨찾기’를 눌러보아야만 알 수 있다. 영어 단어나 한자의 획이 헷갈리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한때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길눈도 이젠 목적지 주변을 한두 번 맴돌게 되는 때가 적지 않으

    문화일보 | 2025-05-13 09:12
  • 일기쓰기로 치매와 싸우며… 페이지마다 가족 사랑에 가슴 저려[그립습니다]

    일기쓰기로 치매와 싸우며… 페이지마다 가족 사랑에 가슴 저려

    아버지는 노년기에 이르도록 건강하신 편이었다. 팔순이 넘어서도 자전거를 타셨고, 동네 마당 청소 같은 궂은일도 스스로 도맡아 하셨다. 주위에서는 다들 ‘법 없이도 사시는 분’이라며, 평생을 곧고 성실하게 사신 덕에 건강도 복 받으신 거라고 했다. 결혼 60주년 기념 일가족 행사를 열어드렸을 때만 해도 심신 모두에 별다른 이상은 없으셨더랬다. 그러나 80대 후반에 접어들며 상황이 급변했다. 갑자기 치매 증세가 발병한 것이다. 처음엔 발음이 어눌해지신다 싶더니 점점 말귀를 알아들을 수 없게 되었고, 급기야 외출하셨다가 집을 찾아오지 못

    문화일보 | 2025-05-14 09:01
  • 영원히 계실 줄 알고 못다 표현한 마음… “아버지, 사랑해요”[그립습니다]

    영원히 계실 줄 알고 못다 표현한 마음… “아버지, 사랑해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께. 아버지는 저에게 온 우주에서 가장 훌륭하신 분이셨어요. 아버지가 떠나신 뒤, 엄마(차인옥·88)는 쓰러지셔서 대수술을 받으셨고, 오랜 병원 생활 끝에 결국 거동조차 못 하게 되셨어요. 둘째 언니는 여전히 결혼도 하지 않고 일하면서 대소변 수발까지 하며 엄마를 곁에서 열심히 모시고 있어요. ‘사무치게 그립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아버지 사진을 보고 있으면, 문을 열고 들어오시며 “막내딸 왔냐?”하고 제 이름을 부르실 것만 같아요. 이게 현실이 아닐 거라고,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되뇌면

    문화일보 | 2025-05-07 09:24
  • 선행 연구 거의 없던 주제 논문작성 격려… 지금도 혜안 느껴져[그립습니다]

    선행 연구 거의 없던 주제 논문작성 격려… 지금도 혜안 느껴져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에게 많은 사랑을 베푸셨습니다. 출근 시간에 언제나 도서관에 들르셔서 법학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시고 격려해주셨습니다. 특히, 필자가 조교로 임명되어 민법(民法)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공해(公害)에 관한 논문 한 편을 써보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때로부터 자료를 찾아서 논문을 탈고해서 1972년 6월 단대신문에 ‘공해의 법리와 손해배상문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이 무렵에는 학문적으로 ‘공해’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할 때였습니다. 이때, 일간신문에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유엔 인간

    문화일보 | 2025-04-30 09:11
  • 평생 ‘해양국제법’ 연구… 48년전 독도 순방기 큰 울림[그립습니다]

    평생 ‘해양국제법’ 연구… 48년전 독도 순방기 큰 울림

    지난 2월 12일은 경해(鏡海) 박종성(朴鍾聲) 교수님의 40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세월이 참으로 빠르게 지나갑니다. 1985년 2월 12일, 선생님께서 회갑(回甲)을 얼마 앞둔 때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제자들이 오열하였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서울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유소년 시절을 보내시고, 1951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하시면서 법학에 입문하셨습니다. 그리고, 미국 뉴욕대학교 석사학위 과정에서 국제법학을 전공하셨으며, 1960년 6월 이 대학에서 ‘Theory and Practice of

    문화일보 | 2025-04-29 09:26
  • 내가 엄마 나이 되어보니 부모의 마음을 알겠어요[그립습니다]

    내가 엄마 나이 되어보니 부모의 마음을 알겠어요

    “정남아, 일어나 봐.”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파동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어머니다. “밖에 삵이 왔다!!! 닭장에 닭을 잡아먹으러 왔나 봐, 무서워서 못 나가겠다.” 하필 아버지가 출타 중인 이날 삵이 나타난 것이다. 40대 전후였던 어머니는 무서움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안방 창호지 문만 열었다 닫았다 반복이었다. 슬금슬금 고양이처럼 걸어가 닭장 문을 흔들던 삵이 “때 이∼ 때 이∼” 소리 지르는 어머니 쪽을 휙∼하고 돌려다 본다.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삵을 보고 내게 부엌에 가서 부지깽이를 가져오라고 하신

    문화일보 | 2025-04-24 10:10